[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국내 제약사가 단기간 내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테바나 길리어드처럼 적극적으로 해외기업과 M&A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국내외 의약품 산업 현황과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대응전략 및 정책 방향을 분석한 '세계 의약품 산업 및 국내 산업 경쟁력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평균 6% 성장해 2021년 경 약 1.5조 달러(한화 약 1705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10년 약가인하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19조 원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2% 미만 수준이다.
그런데 기업 규모는 글로벌 기업 대비 매우 영세하고 과당경쟁체제를 보이고 있다.
기술격차 4.5년…체감은 7년 이상이 많아
수출입은행이 올해 4~5월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소규모 기업 비중이 83%를 차지하고, 지난해 매출 규모가 1000억 원 미만인 기업이 75%였다.
국내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고, 국내 바이오의약품 임상 파이프라인도 글로벌 트렌드와 유사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바이오 신약개발을 위한 기술역량과 투자규모가 열악하다.
우리나라의 바이오기술은 세계 24위 수준이고 산업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미국 대비 바이오 부문 기술격차는 평균 4.5년이다.
하지만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격차는 더 컸다.
수출입은행 설문에서 선진국과의 바이오의약품 부문 기술격차가 7년 이상 장기간이라 응답한 기업 비중이 55%를 차지했다.
기술력 확보 방안으로는 R&D 투자 확대를 통한 독자적인 기술 확보라고 응답한 기업이 62%로 절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 R&D 투자액이 50억 원 미만인 기업이 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설문에서 가장 많은 금액인 300억~500억 원 투자한다고 응답한 회사는 중소기업 1개사와 대기업 2개사, 200억~300억 원 투자하는 곳은 중소·중견기업 2개사밖에 없었다.
셀트리온, 한미약품, 삼성바이오에피스, 녹십자, 유한양행 등 국내 10대 제약사의 R&D 총투자비는 글로벌 10대 제약사와 86배나 차이난다.
공격적 M&A로 세계 10위권 진입한 글로벌사
이에 보고서에서는 단기간 내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연구개발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M&A와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요 해외 사례로 이스라엘의 테바와 미국 길리어드, 일본 다케다 등을 소개했다.
내수 중심의 제네릭 업체였던 테바는 공격적인 M&A로 외형을 확장했고, 단기간 내 세계 9위 제약기업이자 이스라엘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2000년대 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선정해 제네릭 전문 기업에서 바이오의약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다양한 바이오벤처를 인수해 R&D 역량을 확보했다.
길리어드도 바이러스 감염질환 치료제 분야를 특화해 관련 분야의 우수한 기업을 M&A 하면서 단기간에 세계 10위권 제약사로 발전했다.
B형 간염, C형 간염, HIV 치료제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길리어드는 최근 예일대 등과 R&D 제휴를 통해 혁신(first in class) 항암제 개발로 영역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 내 1등 제약사였던 다케다는 내수시장 한계와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등에 미국 밀레니얼 파마수티컬, 스위스 나이코메드 등 해외 기업 M&A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19위 제약기업으로 부상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자금여력 부족, 전략방향 부재, 오너의 경영권 유지 등의 이유로 M&A가 성장전략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의약품 산업은 특히 시장 선점이 중요한 산업이므로 단기간 내 기술 확보에 효과적인 M&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