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국 수련병원들이 지난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병원 복귀를 요청했지만 의견 차이만 확인했을 뿐, 전공의 복귀가 묘연한 상태다. 오히려 이번 의료대란 사태와 관련해 대정부 요청사안 확정 등 문제를 두고 병원과 전공의 간 갈등만 더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에 따르면, 간담회 과정에서 병원과 전공의 사이에 이견이 심했던 부분은 병원 측이 밝힌 '대정부 요청사항'이었다.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전공의들의 입장과 달리, 수도권 A 수련병원은 2025학년 의대증원은 수용하고 2026학년도 의대증원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정부 측에 요청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병원은 향후 과학적 의사 수급 체계를 위한 상설 위원회를 설치하고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 마련 방안을 촉구하겠다는 점도 전공의들에게 강조했다.
병원이 밝힌 대정부 요청사항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상설 위원회로 변경하고 특위에 의대 교수들이 5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는 방안도 담겼다.
특히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적 불이익을 없애고 정부가 현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게 수련병원의 입장이다.
그러나 수련병원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전공의들은 이 같은 대정부 요청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2025학년도 의대증원을 수용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울 뿐더러, 필수의료정책패키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전무하고 현재 정부, 시민단체와 병원협회가 주도하는 의료개혁특위를 상설로 운영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사직서 수리 시점 역시 전공의 주장과 달리 '2월'이 아닌 '6월 이후'가 유력하다는 점도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다.
이에 일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을 상대로 노동법 위반과 손해배상 등 소송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전공의는 "간담회 내내 전공의를 위하는 것이 아닌 병원 운영과 정부 지침만을 우선시하는 병원 태도에 오히려 감정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도 병원 경영진 측의 이 같은 대정부 요청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은 마찬가지다.
A 수련병원 소속 교수 B씨는 "병원 입장은 운영 효율화를 위해 움직일 뿐이다. 내년 의대증원에 대해 전공의나 학생들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으로 이 같은 내용을 수용하고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병원 교수 C씨도 "2026학년도 의대증원을 재논의할 것이라면 2025학년도 증원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1년만 증원해도 6년 동안 교육현장은 매우 혼란스럽게 된다"며 "병원장이 '2025학년도 증원을 수용하라'는 식으로 전공의들에게 주장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 경영자라고 할 수 없는 마인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