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내년 2월이면 한국 최초의 남극과학기지인 세종과학기지에 월동연구대가 파견된지 30주년을 맞는다.
1988년 건설된 세종과학기지와 더불어 2013년 무렵 남극에 추가로 건설된 장보고과학기지에 매년 약 1년 동안 파견되는 연구대에는 생물, 해양, 대기, 기상, 지질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자 외에도 기계설비, 전자통신, 해상안전, 조리 대원을 비롯해 이들의 건강과 의료를 책임지는 의사도 포함된다.
이달 28일 세종기지로 떠나는 17명의 제31차 월동연구대의 의료인이자 월동대원의 홍일점인 조한나 의사를 지난 22일 월동의사회가 그를 위해 마련한 환송회에서 만났다.
월동의사회는 지난 1989년에 2차 월동대원으로 파견된 서창식(원장)부터 이번에 떠나는 31차 조한나 의사(길병원)까지 남극 과학기지에서 약 1년 동안 근무했던 의사들이 만든 모임으로 약 30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남극으로 떠나는 조한나 의사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지원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며 "호기심을 꽉꽉 채워오는 동시에 의료대원으로 가는 만큼 모든 대원들이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 전공의를 수료한 후 검진센터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스페인 순례자의 길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돌아오기 전 모집공고를 접하고 현지에서 바로 지원하게 됐다. '남극'이라 지원하게 됐다는 그는 부모님을 따라 학창시절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지낸 경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오지 의료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이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본래 월동연구대에는 첫 해를 제외하고는 그 동안 공보의를 파견해왔었는데, 지난해 1월 극지연구소와 길병원이 남극 과학기지에서 근무할 의료진 파견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29차 연구대부터는 민간의료인을 파견하고 있다.
그런데 초창기 경쟁률이 상당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월동연구대 파견 의료인은 민간 위탁 후 약 1년 간의 파견 기간 동안 계약을 체결해 의사를 파견하면서 경력 단절을 우려해 전에 비해 인기가 잦아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응급의료 원격협진 사업 및 페루 까예따노 병원과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길병원은 극지연구소에 파견한 의료진과도 원격의료를 통해 응급환자 발생 시 의료조치를 도우며 후송 자문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월동의사회는 고려대 극지의학연구회 및 극지연구소와 함께 극지 및 쇄빙선상에서 연구대원들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시스템 기획, 극지의학 연구 등을 포괄하는 대한극지의학회를 결성했다. 지난 2015년 4월 첫 학술대회를 개최한 이래 올해까지 6차례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일본극지학회와 교류는 물론 남극연구소 내 의사 연구그룹의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남극으로 떠나는 조한나 의사는 2018년 12월 말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