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1월 7일, JW중외제약이 자체 개발 중인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JW1601'의 임상1상 시험을 승인했다. 그보다 이전인 지난 8월 24일 JW중외제약은 JW1601을 피부질환에 특화된 제약사 레오파마(Leo Pharma)에 기술 이전하면서 한국 바이오 산업에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계약 규모는 총 4억 200만 달러(약 4500억 원)이다. JW중외제약은 레오파마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1700만 달러(약 190억 원)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판매 등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 8500만 달러를 순차적으로 받고, 순매출액에 따라 최대 두 자리 수 비율의 로열티도 받는다.
JW1601은 경구용 히스타민4 수용체(H4R, histamine H4 receptor) 길항제(antagonist)로 임상 전, 전임상단계의 신약후보물질이 기술 이전됐기에 의미가 크다. 이 물질은 H4R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면역세포의 활성과 이동을 차단하고,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이중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레오파마가 이렇게 초기단계의 물질에 적극적으로 달려든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아토피 피부염 시장에 출시된 약품과 또한 활발히 임상개발 진행 중인 다른 물질들이 대부분 인터루킨 계열 주사제 바이오의약품인 반면, JW1601은 경구용 알약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녔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질환군 시장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구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높다는 판단에서 아마도피부염에 특화된 레오파마의 남다른 계산이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전된 JW1601은 JW중외제약과 일본 쥬가이제약(Chugai Pharmaceuticals)이 1992년부터 공동 투자하여 운영해온 C&C신약연구소의 연구성과물 중 하나다. 필자가 2008년 11월에 미국에서의 오랜 연구생활을 접고 귀국했을 때, 중외제약의 연구총괄 직책과 동시에 C&C신약연구소 대표이사 직을 맡게됐다.
바로 시작한 일은 새로운 신약 프로젝트를 런칭하는 일이었다. 시작은 2009년 11월 26일 전 직원이 모인 C&C 연구아이디어 회의이고 그것이 이 약물의 시작점이었다. 그 날 연구원들로부터 여러 과제가 제안됐다.
아깝게 탈락된 것으로 특별히 기억 남는 과제는 항암 프로젝트로, geranylgeranyl transferase inhibitor(GGTI) 타겟이었다. 이 타겟은 항암 효능을 위한 좋은 타당성을 보이지만, 저해제 선도물질들이 모두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필자는 이미 쉐링프라우(S-P)시절 필자가 직접 farnesyl transferase inhibitor(FTI)와 GGTI의 책임을 맡았을 때 알고 있었던 정보였다. 논문이나 다른 공개된 자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러한 비밀스러운 뒷배경을 알 리가 없는 제안자로서는 최선의 프로젝트 제안이었던 셈이다.
그날의 최고는 역시나 C&C 한선영 박사가 제안한 H4R 길항제다. 인간유전자 지도가 만들어진 후 네번째 히스타민 수용체의 존재를 발견한 2005년 당시, 이 타겟은 매우 매력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었다.
필자가 오랫동안 일한 S-P는 알러지 약으로서 H1R 길항제인 클라리틴(Claratin)의 상업적인 성공을 경험했고, 기존 알러지 약의 졸림유발 부작용을 감소시킨 것이 그 성공의 요인 중 하나였다. 필자가 1986년 알러지 신약개발 부서에 입사했을 때부터 또다른 알러지 후보약으로 H3R 길항제 연구도 진행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이 네번째 히스타민 수용체, H4R에 개인적으로 큰 관심이 갔다.
그 해 12월 8일 C&C신약연구소에서 H4R 첫 연구보고를 개시했다. 당시에 C&C의 초기 연구포맷인, 쥬가이 위탁 위주의 연구 형태에서 벗어나 C&C 자체 제안의 자사과제로 통풍치료제 신약개발이 성공 리에 진행 중에 있었다. 통풍 프로젝트의 시작 코드인 UR에서 이름을 따 H4R 프로젝트는코드 이름을 'FR'로 시작하도록 필자가 제안했다. 히스타민의 네번째 수용체(Fourth Receptor)에서 딴 이름이었다. 그날 저녁은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자들 모두와 함께저녁을 같이 하며 새로운 과제의 앞날을 축복했다.
C&C신약연구소의 자사과제가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을 들어갈 시점이 되면 모회사에서 권리관계를 설정하도록 계약이 돼 있다. 당시 C&C 연구소장이 주도한 통풍치료제 UR프로젝트가 전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했던 2010년 3월, 프로젝트 권리를 모회사에게 라이선스 아웃을 성공적으로 하게 된다.
합작연구소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것을 입증한, 성공적인 첫 성과였다. 필자가 C&C신약연구소를 대표해 그 계약서에 사인을 한 감격을 아직도 지니고 있다. 이를 계기로 C&C신약연구소는 쥬가이의 도움을 받아 2010년 임상연구센터를 설립해 탐색연구에 이어 임상개발도 실시하는 연구소로 한 계단 더 성장했다.
2017년 FR 프로젝트는 양측 모회사 간 권리관계 논의 중 여러가지 긴 우여곡절 끝에 C&C신약연구소로부터 JW중외제약으로 기술이전됐다. 프로젝트 담당자들도 함께 JW로 넘어와 과제를 주도하게 됐고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전임상 독성실험과 임상약물 생산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결국은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임상 전에 좋은 LO 파트너 레오파마를 만나 Win-Win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별히 다른 한쪽 모회사인 쥬가이와 결별한 신약 프로젝트가 JW중외의 독자 체제 하에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고, 시작부터 지켜봐온 필자는 옆에서 큰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시작이 반이다'라고 이야기한다. FR 프로젝트에 관해서만은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마음에 더 와닿지만 사실 필자는 신약개발은 끝이 전부라고 믿는다. 신약개발에서는 아무리 거창한 시작이라도 이와 무관하게 중간에 큰 난관을 만나면 되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있다.
신약개발을 진행하다보면 세상에 완벽한 약은 존재하지 않고 당연히 여러가지 벽과 마주치게 돼 있다. 난관을 극복해야 약이지 무조건 순항하는 약은 약효없는 밀가루일 뿐이다. 사람의 몸에 적용돼 병을 치료하게 되는 그 날까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좋은 약 하나가 탄생한다. 끝이 전부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