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증원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여당 후보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2000명 추진이 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번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향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후보들은 많지 않았다. 함운경 전 서울 마포을 후보가 유독 주목 받았던 이유다.
함 전 후보는 대국민 담화 직후 페이스북에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나.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며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다음 날 바로 “성급했다”며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대통령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셈이었다.
함 전 후보의 비판은 ‘총선용’이 아닌 진심이었다. 낙선 후인 지난 22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의대증원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을 “좌파 의료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저격했다.
함 전 후보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전처가 소아과 의사였다. 필수의료가 왜 붕괴되는지 옆에서 봤고, 전문의들이 도처에 있는 국내 의료 환경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고 이번 이슈에 대해 지속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선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해야 한다. 더 심하게 말할 수 있는데 많이 참았다”며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해선 대통령이 의대증원 2000명을 내려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향후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국민들의 과도한 의료수요를 조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아래는 함 전 후보와 일문일답.
-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증원을 비롯한 의료정책을 좌파 사회주의 의료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 학교, 유치원 등 국민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시설이나 인력은 민간이 제공하고, 정부는 거기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실제로 예전엔 학교도 지역 유지들이나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만들면 나라에서 교사를 보내주고, 월급을 주는 식이었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민간에서 의료기관을 만들면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하에서 정부가 수가를 주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이미 공공의료 체계다. 문제는 그간 잘 운영돼 왔던 이 시스템이 이제는 잘 돌아가지 않게 됐다는 거다.
- 문제가 생긴 이유는 뭔가.
교육도 그렇지만 의료는 (국민들의) 요구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제는 국가가 할 수 있는 일과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을 나눠서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국민들도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민들이 좌파 포퓰리즘하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것, 의료기관을 무한대로 이용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건 노예의 길이다. 국민들이 노예의 길을 택하는 게 아니라 자유시민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나라가 잘 유지∙운영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금 의료시스템은 이대로 끌고 가면 망할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런 길을 다 열어놨다. 이걸 정상화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인데, 오히려 옛날에 보건복지부 관료들이 주창했던 의대증원 문제를 포장만 바꿔서 시행하려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역사적 사명과도 맞지 않고, 의료시스템만 망가뜨리게 될 거다.
- 현재 불거지고 있는 의료체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도한 의료수요 문제부터 잡아야 한다는 의미인가.
의료수요 문제부터 재조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당연지정제도 계약제로 바꿔야 한다. 그런 과제들이 훨씬 중요한데 곁가지에 불과한 의대증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본말이 바뀌었다.
대통령에게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 아마 20년간 같은 얘기를 해온 사람들일 것이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의 말을 믿고 있다는 게 불행한 일이다. 실제로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의대증원 등의 의료정책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출신들로 구성된 김용익 사단의 논리다. 그런데 과연 의사들을 대거 증원해서 일반의를 많이 배출하면 뭘 할 수 있을까. 의대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 총선이 끝난 후 여당 내에서 의대증원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더 줄어든 듯하다.
대통령에게 싫은 소리 할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나. 국회의원 배지라도 달면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배지 떨어지고 나면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다. 배지를 단 사람도 막상 계산해 보면 앞장서서 대통령에게 각을 세울 사람은 많지 않다. 또, (당내 인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적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대통령실에서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것 같다.
-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전망과 출구 전략에 대해 말해달라.
인기과 전공의들은 일부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들은 돌아오지 않을 거다. 전문의 자격을 따 봐야 뭐 하겠나.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의대증원 2000명을) 포기해야 한다. 아니면 의학교육평가원 등에서 이대로 증원하면 교육 여건이 안 된다고 불합격 판정을 주는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일단락되면 다시 의대증원과 건강보험료 문제를 포함한 의료개혁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게 맞다. 정작 중요한 사안들은 뒷전이고, 의대만 증원한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