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확대에 따른 약 배송 문제로 산업계와 약계가 충돌했다.
산업계는 비대면진료로 인한 특정 약국 쏠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약계는 약 배송 정책을 논하기 전에 의약품 부족 현상이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약 배송 방아쇠를 당긴 건 산업계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21일 개최된 제4차 정기총회에서 약 배송 서비스가 빠진 시범사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원산협 장지호 회장(닥터나우 이사)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약 배송이 빠진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장 회장은 비대면진료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논리로 약 배송을 반대하는 약사회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지호 회장은 "약사회는 약 배송으로 특정 약국 쏠림 발생을 우려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는 없다.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약국을 지정하지 않았다. 환자에게 가까운 제휴 약국에서 배송되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으면 안 된다"라며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일본의 단골약국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 회장인 언급한 단골약국은 개인 환자의 약력관리, 투약지도, 중복투약 점검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약국이다.
그는 "시범사업을 살펴보니 야간, 공휴일에 비대면진료를 받았는데 주변에 문 연 약국이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약 배송만 돼도, 서울이나 한 구에 2~3곳 약국만 열면 환자가 의약품을 수령할 수 있다. 의약계, 약사회는 3년간 같은 이유로 반대해 왔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약 배송이나 비대면진료를 전면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이어 장지호 회장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확대되면서 이용자 불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처방전·조제 거부 등에 대한 불만이 많았으며, 이에 각 업체는 신고센터를 운영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장 회장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 이후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 이에 각 앱은 불편 접수를 받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를 해도 약을 못 받는 상황에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격진료 이후 처방전을 거부하는 조제 거부 약국에 대한 신고센터를 대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내년쯤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제소하는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산업계 주장에 약사회 측은 반발했다.
대한약사회는 약 배송 정책을 논하기 이전에 의약품 부족 현상이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약국은 약이 부족해 동네 처방전 수요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감기약 부족 현상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해열제와 소아항생제 약가를 내년 1월부터 인상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 1일부터 인상되는 제품은 총 4개 품목으로, 아세트아미노펜 현탁액 2개 품목(삼아제약 '세토펜현탁액', 한국존슨앤드존슨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과 세프디토렌피복실 2개 품목(보령 '보령메이액트세립', 국제약품 '디토렌세립')이다.
약사회 정일영 정책이사는 "당장은 약 배송이 문제가 아니다. 의약품 공급이 안정화된 후 논의돼야 한다. 또 국민의 요구가 계속돼야 안전성 등을 고려해 논의할 수 있다"며 "아직 약 배송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딱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약이 없어서 조제를 못 하는 만큼 약국이 약 배송까지 하긴 어려울 것이다"라며 "약 배송이 되면 약국 2~3곳만 열어도 약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동네 의원에서 나오는 처방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몇 곳의 약국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