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 심의가 다시금 불발되면서, 정부의 5월 시범사업 강행여부에 의약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5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비대면진료에 대한 법안을 심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 법안소위에도 정리된 사안이 없다면 논의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3월 21일 법안소위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4건(이종성, 강병원, 최혜영, 신현영 의원안)을 심사한 바 있다.
찬성 측 위원들은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환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글로벌 의료시스템의 추세가 온라인을 통한 진료 및 처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에 맞춰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따라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면서 불가피하게 비대면 진료를 받고 있던 대상자들이 법적 근거가 사라짐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의료의 목적은 편의성이 아닌 건강과 안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대면 진료 허용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감염병 예방법에 따른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위기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일부 허용한 것으로, 감염병 위기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상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필요는 없다"는 반대의견에 부딪쳤다.
기존 한시적 비대면 진료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검증이 이뤄진 후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플랫폼의 관리 문제, 약 배달 허용에 관한 문제, 적정 건강보험 수가 책정 문제,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 등에 관한 검토 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반대 측 위원들은 "비대면 진료 도입으로 여드름, 탈모약 처방 등 특정 의료기관 쏠림현상에 따라 1차의료붕괴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노인, 장애인 등 정보취약계층의 경우 비대면 진료 접근이 어려울 수 있어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도 피력했다.
두 번째 논의도 결렬…다음 심의 일정도 미정
반대 측 의견이 우세했던 지난 법안소위와 달리, 이날 열린 소위는 초진 진료까지 포함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포함해 재심사를 진행하는 만큼 법안 의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왔다.
이번에 상정된 비대면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공통 취지는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반영해 의료법에 의료인-환자 간 원격 모니터링 또는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 감염병 심각단계 위기경보 발령에 따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고 있으나, 위기경보 단계 하향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오는 4월말에서 5월 초 WHO 긴급위원회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 여부에 따라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빠른 법제화를 통해 제도권 안에서 비대면진료를 운영토록 하기 위함이다.
예상과 달리 이날 복지위 법안소위에서는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추후 재심의 일정도 정하지 않았다.
제대로된 정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강기윤 간사는 소위를 마치고 백프리핑을 통해 "아직 정부에서도 그렇고 구체적으로 비대면 수가나 약 배송에 대해 정리를 하지 못했다. 법적 뒷받침을 빠르게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해관계자는 물론 여야 의원들간에도 약배송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면서 "이를 잘 다듬은 후에 심의해야 하며, 급하게 갈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강 간사는 "다음달 소위까지 해당 부분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 다음으로 미룰 예정이다. 여러 문제에 대해 정리하고 나서 논의하는 게 맞다"면서 다음 논의 일정도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5월 시범사업? 정부 판단에 따라 법적 테두리 없이 무리한 강행VS비대면진료 당분간 중단 가능성 '공존'
두 번째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가 무산됨에 따라 정부의 5월 시범사업 진행 여부 역시 미지수인 상황이다.
강 간사는 "정부가 5월 시범사업 강행 의지를 나타냈지만, 이번 법안소위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 충분하게 법제화 논의가 안 된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토론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판단에 따라 시범사업을 시행할 가능성은 있으나, 이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할 사안인 것은 맞다"고 '신중론'의 입장에 섰다.
즉 비대면진료 5월 시범사업 시행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현재 감염병 심각단계기 때문에 감염병관리법에 의거해 대상이나 시간 제한 없이 비대면진료를 하는 것인데, 내달 WHO 발표 후 경계 단계로 내려가면 사각지대가 생기는만큼 정부의 역량에 따라 시범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
이미 정부는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통해 국민 의료 접근성이 대폭 증가했다. 조속히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야당 측에서는 법적 테두리도, 대상과 범위, 지역 설정 없는 무분별한 시범사업 강행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백브리핑을 통해 "정부에서는 감염병 위기 해제 후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중단되기 때문에 5월에 시범사업을 통해서 현재 비대면진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플랫폼 업체를 대변해 '우회경로'를 열어주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감염병이라는 위험요소가 없어졌다면 일단 비대면진료를 중단하고, 제대로된 논의를 거쳐 법제화하고 그에 맞게 비대면진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야당 입장에서도 무조건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대면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재진환자에 한해 의원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수행하면서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의 보수적인 법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시범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플랫폼 관리 방안을 보완하고 약배달에 대한 문제도 이해당사자와의 논의를 통해 정리한 다음, 지역과 대상, 범위기간을 한정한 후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의약계, 국회와의 합의를 먼저 이루는 것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