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개원의협의회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일방적인 표준서식 강제하는 심평원 심사 자료 제출 고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심평원 심사자료 제출 고시, 의료계 우려는(종합)]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기준 제5조(심사관련 자료제출 등)의 4항'에 '심사평가원은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요양기관의 자료 제출을 지원하기 위해 심사평가원장이 정해 공고하는 바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고 개정, 고시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월31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관련 자료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을 공고하고 38개의 표준서식에 맞춰서 자료 제출을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개협은 "이번 표준서식의 항목들이 너무 방대해 환자의 각종 질병정보 외에도 심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진료의 세부내역들을 매우 자세하게 기입하게 돼 있다. 이는 온전히 환자 진료에 매진해야 하는 의사에게 이전에 없던 행정업무를 가중시킨다"라고 밝혔다.
대개협은 "게다가 빠른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경영이 가능한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저비용 구조'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내 타 의료인과 행정 직원들에게도 경제적 보상 없이 막대한 업무 부담을 지운다"고 했다.
대개협은 "대한민국의 의료기관들은 국민의 편의를 위해서 환자들을 대신해 청구대행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에 청구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심평원의 갑질 행태에 깊은 유감과 심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특히 심평원이 요구하는 자료들은 환자들의 매우 민감한 개인의료정보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심평원은 오랜 시간동안 축적한 개인진료정보를 수수료를 받고 KB 생명보험 등 8개 민간보험사에 판매한 전력이 있다. 이번 고시에 따르면 심사와 평가의 목적을 벗어난 개인의 질병정보가 고스란히 심평원으로 보내지는데, 가벼운 감기로 진료 한번 받기 위해 가족력과 과거력, 투약정보 등 온갖 개인정보를 모두 심평원에 넘기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과연 동의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심평원이 진료 내역의 심사와 평가를 위해 의료기관으로 넘겨받는 것은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 한 기관이 과도한 개인 정보를 독점해 축적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심사와 무관한 진료정보에 대한 심평원의 독점력을 강화하는 일방적 표준서식 강제화를 전면 철회하고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심사와 관련한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의 서식 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개협은 "대한민국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민간 의료기관이다. 그런데 정부가 의료기관 개설, 유지, 전산화 등에 대한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청구대행에 대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더욱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국민 건강을 위해 진료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개원의가 부당한 압박을 당하지 않도록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