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비대면진료 점검]③ 의사 97.2%가 반대하는데…대체조제 부추기는 비대면진료

    약사가 의사 아닌 심평원에 통보하는 대체조제 활성화 개정안 등장...대체조제 내용 담은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도 논란

    기사입력시간 2022-08-22 06:41
    최종업데이트 2022-08-22 06:4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비대면진료가 활성화되면서 의료기관과 가까운 약국을 이용할 수 없고, 대체조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가 발표한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에 대체조제를 인정하는 문구를 넣으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 97.2%가 대체조제에 반대했다. 대체조제에 대한 불신과 복제약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체조제란 약사가 처방의약품과 성분, 함량,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조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약배송 늘면서 대체조제 증가…대체조제 활성화법도 나와

    22일 의약계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환자들은 평소에 자주 가는 병원 근처 약국이 아닌, 약을 수령할 장소에서 가까운 약국을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약국에 구비돼 있지 않은 약이 처방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고, 그만큼 대체조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대한약사회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대체조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생동시험이나 비교용출시험 여부, 단일제·복합제 여부 등에 따라 사전 동의 유무가 달라져 대체조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약사회는 최근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처방의약품 부족에 따른 대체조제 가능 항목을 신설하고, 의사에게 사후 통보하는 절차 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국회에서도 대체조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약사가 처방 의사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직접 통보하던 것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이 의사에게 해당 사항을 대신 알리도록 했다. 

    비대면진료 따른 대체조제 활성화 우려돼…가이드라인도 바뀌어야

    반면 의료계는 비대면진료에 따른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체조제 자체에 따른 불신이 원인이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97.2%가 대체조제에 반대했다. 그 이유를 보면 대체조제 불신이 38.4%로 가장 많았고 복제약 효능 불신이 23.4%, 약화사고 발생 우려가 23.4%, 처방약과 대체조제 약의 가격 차가 크지 않아 의료비 절감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9.1% 순이었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김경희 외과전문연구원은 "의약품 비대면 구매에 있어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독일은 원격의료를 도입해도 성분명 처방을 법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다"라며 "미국과 유럽은 성분명 처방을 우선시하지만 그 선택권은 의사에게 있다. 편리성도 좋지만 안전성 문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한시적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에도 대체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플랫폼은 비대면 조제의 특성상 환자가 조제 약국을 선택하는 위치에 따라 대체조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안내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은 대체조제를 한 약사에게 약사법령에 따른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해석했지만 경계를 늦추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가이드라인 자체는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대체조제가 가능하다는 의무를 안내하는 수준이라고 본다"라며 "약사법 제27조에 따라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없다는 절차 안내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던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현행법 내에서 안내를 하는 정도라곤 하지만 (대체조제가 조장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라며 "가이드라인의 취지 자체가 플랫폼에 계약된 소수 약국만의 거래를 막기 위한 것이다 보니 이 부분이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초안 수준으로 향후 의정협의를 통해 더 구체화되고 개선될 여지가 있다. (대체조제 관련 부분도)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