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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AI·신약개발 데이터 활용 물꼬 트나…디지털헬스케어법 16일 법안소위

    가명정보 활용·의료 마이데이터·규제특례 법제화…유사 제정안 4건 병합심사

    시민사회 “강남언니 22만명 유출에도 안전장치 부족”…정보보호 보완 요구

    기사입력시간 2026-09-15 15:29
    최종업데이트 2026-09-15 15:29

    국회의사당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AI와 신약·의료기기 연구에 보건의료정보를 활용하고, 환자의 의료정보 전송권을 보장하기 위한 디지털헬스케어법이 국회 첫 심사대에 오른다.

    의료데이터 활용의 법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민감한 의료정보의 유출·재식별을 막을 안전장치가 충분한지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6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진흥과 보건의료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제정안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권칠승·전진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법안 4건이 계류돼 있다. 법안 명칭과 일부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흩어진 보건의료정보의 활용 절차와 환자의 정보 전송권,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공통된 골자다.

    특히 서영석 의원안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제정안으로, 이번 병합심사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디지털헬스케어와 보건의료정보의 개념을 정의하고 정부가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보건의료정보를 가명 처리하는 절차와 기관별 보건의료정보심의위원회의 설치 근거도 마련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허용하는 가명정보 활용 절차를 보건의료 분야의 특성에 맞게 구체화하려는 취지다.

    개인이 자신의 의료정보를 원하는 기관으로 보내도록 요구할 수 있는 ‘개인보건의료정보 전송요구권’도 주요 내용이다. 여러 의료기관에 흩어진 진료·검사·투약 정보를 환자가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보건의료정보관리 전문기관과 전송지원시스템의 법적 근거를 두는 방식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에 특화된 규제샌드박스와 시범사업, 임시허가·실증특례도 포함됐다. 의료AI와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가 기존 법령의 규제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장치다.

    이 밖에도 전자의무기록 표준화와 인증,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의 설립 근거,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해외 진출 지원 등이 담겼다. 권칠승 의원안은 사망자의 보건의료정보 활용과 비의료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의 인증·가이드라인 마련에 관한 내용도 제시했다.

    의료계와 산업계에서는 의료기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청 등에 축적된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기관마다 데이터 활용 기준과 심의 절차가 달라 의료AI와 신약·의료기기 연구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환자도 자신의 정보를 원하는 서비스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안은 산업 진흥뿐 아니라 보건의료정보 활용의 책임과 보호 절차를 하나의 법률에 담는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수준과 규제특례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는 법안소위 심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가명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관과 활용 목적, 기관별 정보심의위원회의 독립성, 정신질환·유전정보·임신·출산 등 민감도가 높은 정보의 별도 보호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규제특례를 적용할 때 임상적 위험도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외할 것인지, 정보 유출이나 재식별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누가 부담할지도 정해야 한다.

    보건의료정보는 한번 유출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개인의 질병과 치료 이력까지 드러날 수 있는 만큼, 활용 확대에 앞서 더욱 강력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안 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진보당 전종덕 의원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참여연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헬스케어법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가명 처리된 의료정보라도 유전체정보나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개인을 다시 식별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신질환과 유전질환, 성매개감염병, 임신·출산 등의 정보는 일반적인 개인정보보다 엄격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에서 이용자 약 22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도 우려의 근거로 제시됐다. 유출 정보에는 이름과 생년월일뿐 아니라 이용 의료기관과 의사, 상담·시술 및 결제 관련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 분야 역시 정보 유출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디지털헬스케어법 공청회에서는 해킹 가능성을 우려하는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가 “해킹이 일어나지 않는 영역이 어디 있느냐”고 답한 사실도 다시 거론됐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정보 유출을 불가피한 위험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유출 예방과 피해 구제, 책임 소재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명정보의 이용 목적과 제공 대상을 명확히 제한하고, 정보주체가 자신의 의료정보 활용을 거부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규제샌드박스와 실증특례에 대해서도 환자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증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6일 법안소위에서는 유사 제정안 4건을 병합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가명정보 활용 범위와 정보심의위원회의 독립성, 정보주체의 거부권, 고위험 서비스에 대한 규제특례 적용 여부 등이 법안 심사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