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준렬 시인이 최근 세 번째 시집 '기척 없는 것들'을 출간했다.
최준렬 시인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세계를 탐구하며 기척 없이 다가오고 사라지는 물질들, 때로 무섭고 때로 따듯한 기척들에 대한 시선을 담백한 서정으로 그려낸다. 시인에게 다가오는 기척은 죽음과 생명, 사랑과 이별의 정서와 연결돼 있다.
그는 쉽사리 간과하기 일쑤인 '기척들'의 신비함과 숭고함에 주목하면서 그 의미나 존재의의에 대해 사유하고 숙고하는 모습은 사랑과 이별, 실향과 부재의 정서, 사모곡 등의 이미지와도 유기적으로 관계한다고 설명했다.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행복과 불행이 겹쳐 있는 삶의 다채로운 이면을 보여준다.
최 시인은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래 전에 ‘세상을 임신한 남자’라는 수필집 한 권을 낸 적이 있다. 그후로도 계속 글쓰기를 해왔는데 바쁜 진료 때문에 핸드폰에 단문을 써서 저장하고 틈이 날 때마다 퇴고를 거듭한 것들을 모아 시집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2018년 첫 시집을 냈을 때처럼 떨리지는 않았지만, 저의 내면의 은밀한 것들 그리고 욕망과 불안까지도 내보이겠다는 결심이 두렵기도 했고 짜릿하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임동확 시인은 "작고 미미한 어떤 흔적이나 기척을 통해 형상을 갖지 않고 있는 변화하는 세계의 배후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미묘한 섭리 내지 낌새를 재빠르게 간파해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시인의 역할은 동질적"이라며 "그가 고뇌에 찬 사유와 깊은 존재의 심연으로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참다운 '자유의 길'은 서로 다른 사건이나 존재들의 움직임들이 '차이를 통한 화합' 또는 '통일 속의 차이'의 사태를 나타내는 '기척들' 속에서 열린다"고 말했다.
최 시인의 이전 저서를 보면 수필집 ‘세상을 임신한 남자’(밀알 출판서) 시집으로 ‘너의 우주를 받아든 손’(소울앤북), ‘당신이 자꾸 뒤돌아보네’ (문학과 전당) 등이 있다.
그렇다면 평소 시를 잘 쓰기 위해 특별한 비결이 따로 있을까.
최 시인은 “평소 시를 잘 쓰려면 사물과 풍경들을 애정을 가지고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때 내 마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선명한 이미지와 의미가 다가온다. 그 순간을 기록하고 사유하고 수없이 많은 교정을 하다 보면 처음 의도한 것들보다 훨씬 좋은 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한 권씩 시집을 출간하려고 한다. 내년에 낼 제 4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길게는 은퇴 후 단편소설을 써볼까 하는 꿈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