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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불안 사회...일차의료·응급의료 등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

    빈부격차 줄이고 복지 정책 강화, 기본소득제로 예측 가능한 삶 살 수 있게 해야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0-06-18 08:03
    최종업데이트 2020-06-18 08:03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정책·기본소득이냐, 전 국민 고용보험 실시냐 등의 화두가 뜨겁다.

    2020년의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보듯이 경제력과 기술력, 조직력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초일류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라면 국민들의 삶도 좀 여유롭고 풍요로워야 할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이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중산층도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재기하기가 쉽지 않아서 마음 졸이고 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식들의 경쟁력을 높여주고자 사교육비를 과다하게 지출하고 그것은 또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녀양육비와 주거비에 질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비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유치원부터 시작해 초중고 기간 내내 경쟁에 짓눌린다.
     
    대한민국은 불안한 사회다. 학생들도 불안하고 젊은이도 미래가 불안하며 중년도 불안하고 노인들도 불안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불안하고 중산층도 불안하고 상류층도 언제 경쟁에서 밀려날지 몰라 불안하다.  

    이런 불안의 근본 원인은 첫째, 빈부 격차가 극심하고 두 번째는 사회 안전망이 아직 충분하게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그만 차이로도 빈부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면 성장 열차에 올라타기 위해 어릴 때부터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며 무한 경쟁에 내몰린다. 

    중년의 부모들도 자녀에게 투자하느라 자신의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르므로 벌 수 있을 때 최대한으로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자녀도 부모도 여유를 잃어가는 이유이다.

    사회안전망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대 국가들은 복지를 확대해 왔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나 여러 공적 부조 면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복지 비용은 OECD 국가들의 절반 수준이며 상위 국가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 비용들은 자녀 양육수당이나 실업급여, 상병수당, 노인이나 빈곤층의 생계비 지원에 사용된다. 

    OECD 국가만큼 되려면 우리도 복지비용을 지금보다 두 배 늘려야 한다. 교육비와 의료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실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야 복지 국가라 부를 만 하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든다면 원격의료 시행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제도가 아니다. 주치의 제도와 일차의료 강화, 응급의료센터·중환자치료시스템 개선, 상병 수당, 아프면 쉴 수 있는 제도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

    그런데 복지가 확충돼 사회안전망이 든든해지면 불안이 사라질까?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다. 

    돈이 없어서 자녀를 키우지 못하는 일이 사라지고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으며 직장을 잃어도 생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늙어도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게 되면 불안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고 복지 전문가들이 지향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산다. 빈부 격차가 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성인이 돼서도 낙오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살게 된다. 뒤처진 사람들은 불행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은 강화된 조세 정책과 누진세로 달성할 수밖에 없다. 소득 뿐 만 아니라 재산에도 누진세를 매겨야 한다. 빈부격차가 줄어들고 어떤 직업을 갖든 소득 격차가 크지 않다면 사람들은 덜 경쟁적이 될 것이다.
     
    어린 학생들의 가방 무게도 가벼워질 것이다. 좀 더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이 높은 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고 주식을 사고팔아서 수십억을 번 사람이 빵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농사를 지어서 수백만 원을 번 사람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높은 수익은 적절하게 환수해 사회에 배분해야 한다. 5억이나 10억 이상의 일정 소득 이상에는 조세율을 70% 이상으로 올리는 정책도 필요하고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 강화 등도 필요하다.
     
    빈부 격차가 줄어들고 복지 강화로 사회안전망이 촘촘해지고 나면 다음 단계에 기본소득제도가 있다. 

    현재 진행되는 자동화와 정보화 혁명은 과거의 산업혁명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사람이 일을 하지 않아도 생산성은 더 높아지는 사회로 질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극소수의 사람에게 부가 집중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입이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의 고용형태가 과거와 같이 단순하지 않다. 초단기 근무가 반복되는 형태도 많아진다. 고용보험이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사회는 더 이상 복지 정책만으로는 꾸려나갈 수가 없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 된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닥칠 일이다.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불안한 사회를 해결하려면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 복지를 확충해 사회안전망을 든든하게 해야 한다. 기본소득제로 예측 가능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