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 디지털헬스아카데미
①VR 디지털치료제, 마약성 진통제 남용 해소 등 처방 옵션 확대
①VR 디지털치료제, 마약성 진통제 남용 해소 등 처방 옵션 확대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에서도 올해 안 디지털치료제(DTx, 디지털치료기기)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규제당국의 허가와 보험 등재 절차를 거쳐 처방 옵션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면, 의약품 남용 해소 등 국민건강에 다양하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의대 임상약리학교실 유경상 교수는 27일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 디지털헬스아카데미에서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치료제(DTx)를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유 교수는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목에 음식이 걸렸다'고 주장했지만, 기존 환자들과 달리 지나치게 불편감과 불안을 호소하는 등 다른 양상을 보였다. 게다가 물도 삼킬 수 있는 상태로 확인된 사례가 있다"며 "해당 환자는 식도에 음식이 걸린 것이 아닌 공황장애 환자로 진단됐고, 동의를 구하고 VR헤드셋(머리에 얹는 디스플레이)을 통해 치료를 제공한 결과 약물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입원한 통증 환자들에 대해 일반적으로 의료진이 1~2번 방문하고 상태를 물은 후 처방을 내리는데, 이들에게 VR치료를 적용한 결과 일반 TV시청(대조군) 보다 진통효과가 더욱 높게 나타났다"며 "VR 체험 환자는 통증지수가 10분의 7 이상에서 3으로 떨어지는 등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특히 뇌과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마약성 진통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진통제와 디지털치료제를 병용해서 사용할 경우 효과가 극대화됐다.
이 같은 효과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미국 사회 내 가장 큰 보건의료 문제였던 마약성 진통제 남용을 해소하고자 VR 디지털치료제 관련 연구비를 대거 투입하기도 했다.
통증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가해자를 치료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가해자들은 혐오감이나 공포심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미러링 방식의 VR 치료제를 통해 치료를 하면, 실제 피해자로 경험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치료보다 몰입도가 높아지고 혐오, 공포감을 느껴 개선 여지도 대폭 커진다"고 밝혔다.
또한 "우울증 환자는 자기연민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순차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VR치료제를 활용하면 우울증상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면서 "뇌졸중이나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가정 내에서 지속적인 재활이 필요한 경우에도 디지털치료제를 통해 게임하듯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섭식장애, 조현병, 불면증, 외상후스트레스(PTSD), ADHD, 암 환자 생활습관 관리, 흡연, 중독 등 다양한 치료에서 VR을 활용할 수 있고, 최근 미국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효과를 검증한 후 규제당국(FDA 등)의 허가를 마친 디지털치료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디지털치료제는 없지만, 현재 10개 제품이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해 안으로 1개 이상의 제품 상용화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유 교수는 "이처럼 VR몰입을 통해 감각을 변종하면, 약물처럼 불안이나 통증, 근심, 걱정 등 정신건강의학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서 "저분자 화합물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바이오의약품,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등이 나오는 것처럼 디지털치료제도 하나의 영역, 옵션이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는 헬스케어나 웰니스기기와의 차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한약, 생약, 식품 등의 스펙트럼이 있는 것을 적용하면 된다. 해당 분야 역시 일반적인 제품·기기가 있고 웰니스, 헬스케어 제품, 그리고 일부는 디지털치료제로 보면 된다"면서 "모호한 디지털치료제와 헬스케어간 구분을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논의와 생태계 조성, 근거 마련 등의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약품처럼 근거기반 치료적 중재를 위해서는 임상시험 실시, 치료효과 검증, 규제당국 허가, 보험 적용 등의 과정도 거쳐야 하고, 의사 처방을 통해 환자들에게 사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의약품과 달리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매우 짧고 보험 급여를 받기 위한 경제성평가 근거 생성 역시 디지털로 수집이 이뤄져 매우 용이한 대신 허가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