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위기 타개를 위한 대책을 조금씩 풀어놓고 있지만 올해 전공의 모집 결과도 큰 틀에선 예년과 다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는 여전히 정원 충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전통의 인기과인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은 지원자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필수의료 대책, 전공의 지원율 증가로 이어지긴 '역부족'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전날(5일)부터 7일까지 3일에 걸쳐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계의 최대 관심사는 필수의료과들의 성적표다. 내과(106.9%)를 제외한 외과(68%), 흉부외과(39.6%), 소아청소년과(23.5%), 산부인과(69.9%) 등은 지난해 100%를 크게 밑도는 지원율을 기록했는데, 특히 직전 해에 비해서도 가파른 지원율 감소세를 보여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이들 과로선 정부가 최근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의 손실을 사후 보상하는 시범사업 실시 계획을 밝혔으며, 12월 중에 여타 필수의료 관련 대책들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지원책이 당장 기피과들의 지원율 대폭 반등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원책의 효과가 입증 또는 가시화되기 전 까지는 전공의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승원 부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책은) 과 선택에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며 “가장 마지막에 영향을 받는 게 전공의이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변화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 지원 추세가 달라지진 않는다. 올해도 예년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대상이 되는 과임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비해 전공의 지원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상호 회장은 “보통 윗 년차가 없으면 지원을 잘 안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청과의 경우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이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개원가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그에 반해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없기 때문에 지원율이 작년보다도 더 낮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원자의 소폭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과도 있다. 지난해 지원자가 20여명에 그쳤던 흉부외과는 올해 지원자가 30여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김경환 이사장은 “올해 정원 자체가 한시적으로 늘면서 지원율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지원자 수 자체는 늘어날 것”이라며 “새 정부 들어서 수가가 개선될 거란 얘기 등이 나오는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 '인기과'들 고공행진 전망 속 흐름 변화 지적도...정신과·마통과도 '인기' 예상
필수의료과들이 피안성, 정재영 등 인기과들의 지원율 고공행진은 계속될 확률이 높다. 피부과(163.8%), 안과(176.8%), 성형외과(171.8%), 정형외과(166.3%), 재활의학과(164.3%), 영상의학과(157.4%)는 지난해에도 100%를 훌쩍 넘는 지원율을 기록했다.
다만 인기과 내에서도 조금씩 큰 흐름이 변하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인기과 중에서도 수련 과정이 힘들기로 유명한 성형외과는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성형외과학회 윤을식 전 이사장은 “타과에 비해선 피안성, 정재영의 지원자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성형외과의 경우 예전보다는 열기가 식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3년간 코로나로 성형외과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쁘띠 성형 등은 전문의를 따지 않더라도 할 수 있다보니 굳이 힘든 성형외과 수련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해 전부터 인기과로 급부상한 정신건강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전공의들의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의 지난해 지원율은 각각 157.4%, 149%로 직전해에 비해서도 20%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중앙대병원 최유신 인재개발실장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처음 들어올 때부터 정신건강의학과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생각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며 “꾸준한 매니아층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