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편두통은 흔한 신경계 질환으로 반복적인 심한 두통으로 환자들은 일상에서 잦은 장애를 경험하지만, 대다수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두통 관리에 있어 트립탄은 기본 치료약제이지만, 국내 최근 연구에서는 국내 환자 중 10% 만이 트립탄 처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일차의료기관에서도 편두통 관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적절하게 편두통 치료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병수 교수는 최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26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및 제55회 연수강좌에서 '편두통 급성기 치료 필요성과 트립탄 유효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편두통은 단순한 통증 질환이 아니라 환자 인생에서 반복적인 장애를 야기하는 만성 뇌신경계 질환이다. 편두통 환자들은 두통이 발생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므로, 신속히 두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급성기 치료가 필수적인 데, 현실에서는 해결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세계질병부담연구에 따르면 편두통은 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장애보정수명(DALY) 부담이 뇌졸중 다음인 두 번째로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편두통의 평생 유병률은 15%로 여성에서는 남성에 비해 2배 정도 흔하고 통증도 더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편두통은 이른 성인시기부터 유병률이 증가해 30~50대 여성에서 최대 유병률은 약 30%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편두통은 사회경제적인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환자들이 경험하는 장애부담이 가장 크기 때문에 두통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급성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진단 기준 상 편두통은 4시간에서 72시간 지속되는 두통으로 정의되지만, 두통의 시작 전후로 다양한 신경계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 환자가 장애를 겪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대다수 환자들은 두통이 시작되기 수시간에서 수일전부터 무력감, 집중장애, 빛공포증, 경부통과 같은 다양한 불편을 호소하고, 두통이 끝나도 숙취와 유사한 느낌, 피로감, 집중장애와 같은 다양한 편두통 회복 증상을 경험한다. 따라서 편두통이 한 달에 한 번만 발생하여도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는 수 일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
편두통은 일생 동안 장기간 지속되는 편이며, 만일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두통 발생 주기가 빨라져 두통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편두통만성화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한 달 두통일수 15일 이상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편두통으로 진단 분류할 수 있다. 만성편두통 상태에서는 중추감작으로 인해 급성기 치료 효과가 떨어지며 편두통증상이 거의 매일 지속되어 편두통으로 인한 장애가 극대화 된다. 따라서, 만성편두통을 삽화편두통 상태로 호전시킬 수 있는 적절한 예방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그는 편두통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정의되는 '약물과소두통(Medication Underuse Headache)' 개념을 소개하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편두통이 만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물과소두통은 치료 약물의 효과가 충분치 않거나, 급성기 치료제 복용 시점을 미루는 경우, 부작용으로 약물 사용이 힘든 경우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병원을 방문하는 편두통 환자상당 수는 발병 초기에는 두통약으로 유명한 일반의약품(OTC)으로 두통이 조절됐지만, 수 년이 지나 치료약제가 반응이 저하돼 내원하게 됐다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약물과소두통의 대표적 예시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편두통 조절이 잘 안되는 환자들에게 어떤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적절할까. 이 때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약제로 김 교수는 트립탄을 꼽았다. 현재 편두통 급성기 치료약제의 효과는 복용 2시간 이내 두통 완화 또는 소실로 판단하는 데, 모든 트립탄 제제는 투약 2시간 이내 통증이 소실되고, 특히 속효성 약제인 수마트립탄, 졸미트립탄, 수마트립탄/나프록센 복합제는 1시간 이내 통증이 소실이 입증다
뿐만 아니라, 2024년 국제두통학회에서 발간한 편두통 급성기 치료 진료지침에서는 트립탄이 급성기 치료에 관한 근거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일반진통제나 진통소염제로 치료효과가 없다면 트립탄을 바로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진료지침에서는 트립탄으로 두통 조절이 잘 되면, 환자의 장애도 줄일 뿐 아니라, 두통 조절로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수고와 비용도 절감하는 이득을 강조했다.
진료지침에서는 트립탄 약제를 처방할 때 보다 환자 맞춤형 처방을 해야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트립탄 기본 용량으로 치료효과가 부족하면 증량해볼 수 있는 데, 국내 시판 트립탄 약제 중 수마트립탄과 졸미트립탄은 용량을 2배까지 사용이 허가돼 있으므로, 이러한 속효성 약제의 용량을 증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트립탄 제제를 여러 번 시도하거나 증량해도 치료효과가 불충분한 경우, 다른 트립탄 제제로 변경하거나 피하주사나 비강스프레이 같이 다른 경로로 투약하는 트립탄 제제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트립탄 변경은 최대 3종까지 시도해보고, 그럼에도 트립탄 약제의 치료 효과가 부족하다면 완전히 다른 계열의 급성기 치료 약제로 변경을 고려해볼 수 있다.
김 교수는 "트립탄 제제를 처음 쓰면 거의 50~70%는 반응을 하고, 이 때 반응이 없었던 환자에서 두 번째 트립탄까지 사용하면 거의 90%가 반응을 보인다. 만약 세 번째 트립탄 전환에도 반응이 없다면 트립탄 저항성으로 정의되며 편두통이 아닌 다른 진단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트립탄 증량하고 다른 트립탄으로 변경해도 치료효과가 부분적이라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트립탄의 병용 요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시판 중인 다양한 트립탄과 NSAIDs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지만, 국제두통학회에서는 실제 근거를 보유한 조합인 수마트립탄과 나프록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마트립탄과 나프록센의 고정용량 복합제인 ‘수벡스정’이 허가돼 있어 처방이 가능하고, 강력한 효과와 편의성, 경제성으로 환자들의 실제 만족도가 높아 급성기 치료의 유용한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급성기 치료를 신속한 두통 완화로 단순화 해버리면, 치료 효과의 개시가 상대적으로 느린 지연형 트립탄이 열등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속효성 트립탄 부작용으로 트립탄 사용을 중단한 경우도 흔하고, 속효성 트립탄을 사용하더라도 2회 이상 재복용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흔하다.
지연형 트립탄인 프로바트립탄은 약물의 체내 농도가 느리게 상승해 두통완화가 조금 늦을 수 있지만 부작용이 적어 환자가 편히 사용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부드러운 트립탄(gentle triptan)'으로 불린다. 지연형 트립탄은 치료효과의 개시가 늦은 대신 반감기가 길어 치료효과가 최대 24시간에 달해 두통 재발로 인한 트립탄의 재복용을 줄인다는 장점도 가진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지연형 트립탄인 프로바트립탄 성분인 '미가드정'이 여성 월경편두통 환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월경편두통은 월경기간 동안 수 일 이상 지속되는 데 평소 편두통보다 두통강도가 심하고 트립탄 반응이 저하되는 특성이 있어 트립탄을 수일에 걸쳐 연속으로 투약하는 미니예방치료가 필요하다. 프로바트립탄은 부작용이 적고 장기간 치료효과가 유지되므로 여성 월경편두통 환자의 미니예방치료에 활용도가 높으며 최근 약가인하는 환자들에게 경제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트립탄은 중추감작 발생 전인 두통 초기에 투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상당 수 환자는 적절한 트립탄 사용만으로도 효과적인 편두통 관리가 가능하므로 트립탄 약제는 편두통 치료의 기본이자 핵심이다"면서 "트립탄 치료 효과는 환자마다 상이할 수 있으므로 치료 반응에 따라 트립탄 증량 및 NSAIDs 병용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트립탄의 처방이 가능하므로, 편두통 특성, 환자의 환경과 취향, 약제 부작용 여부에 따라 트립탄을 선택할 수 있고, 중추감작이 지속되는 만성편두통(또는 고빈도삽화편두통)인 경우에는 예방 치료와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핵심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