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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같은 반전…병원도 그러했으면

    "모든 분 감사, 직원들과 배터지게 삼겹살"

    "하루 종일 식당에 앉아있는 꿈, 살짝 두렵다"

    기사입력시간 2015-06-25 07:42
    최종업데이트 2016-01-25 06:42



    창원SK병원(병원장 박웅)에 대한 메르스 코호트 격리가 24일 오후 11시경 해제됐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됐던 환자들과 보호자, 병원 직원들은 14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병원은 25일 오전 안상수 창원시장, 인근 상남시장 상인들과 함께 조촐한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창원SK병원은 지난 10일 입원환자 1명이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11일부터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의 5층, 6층, 7층만 코호트 격리하고, 외래진료와 응급실을 정상 운영해도 좋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창원SK병원 박웅 원장은 지역사회 감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병원 전체를 임시 폐쇄했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다.
     
    창원에서는 이후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박웅 원장은 24일 오후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가족이 가장 보고 싶다"면서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보건소, 시청, 경남의사회, 창원시의사회 등에서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너무 너무 고마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그는 "오늘 마지막 회진을 도는데 환자들이 고생이 많았을 텐데 오히려 저를 도닥여주더라"고 전했다. 
     
    박웅 원장은 새창원어린이집 어린이들과 원장이 쓴 감사의 손편지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오늘 오전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이 퇴원하고, 축하 방문객들이 다 돌아가고 나면 직원들과 함께 배 터지게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격리 해제되면 뭐가 가장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삼겹살이라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원 없이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근무했기 때문에 회진 한번 돌고 나면 몸에서 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고생이 많았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창원SK병원이 코호트 격리된 이후 초등학교 1학년인 박 원장의 큰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가 됐다.

    그의 아내와 두 아이는 아파트에서 자가격리를 했지만 이웃은 이들을 '오염원' 취급하는 듯했다.

    병원 직원들 역시 창원SK병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유사한 일을 겪었고,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지난주를 기점으로 기적같은 반전이 일어났다.   
      
    그는 "얼마 전 아내가 전화로 '아파트 윗집에서 놀러오라고 하는데 가도 되냐'고 하더라"면서 "병원이 지역사회를 위해 희생했다는 게 전해지면서 음식이며, 빵이며, 먹거리도 너무 많이 갖다 주셔서 살이 포동포동 찐다고 하더라"며 크게 웃었다.

    병원 인근 상인들, 시민들, 의사회, 관공서에서도 식재료와 과일을 보내주며 응원을 보냈다.  
       
    그는 인터넷에서 창원SK병원을 격려하는 기사와 글이 너무 많아 부끄럽다고도 했다.
     
    그는 "언론에서 호의적인 기사를 많이 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격려와 응원의 글을 읽다보면 얼굴이 화끈거려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라면서 "저처럼 다들 어려웠을텐데 용기를 주신 의사 선생님들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격리된 병원 안 인터넷 세상은 그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줬다.

    그는 그가 마주할 현실도 그러할지 약간 두렵다고 털어놨다.
     
    박웅 원장은 "꿈속에서 내가 하루 종일 식당에 앉아 있더라"면서 "별 꿈을 다 꾼다는 생각했지만 불안감이 그렇게 표현된 것 같다"고 했다.
     
    창원SK병원은 지난해 12월 개원한 신생병원.

    이제 막 환자가 늘어나는 시점에 메르스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당장 이번 달 직원 월급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스스로 힘든 결정을 한 창원SK병원과 박웅 원장.
     
    전국에는 수만개의 창원SK병원과 박 원장과 같은 수만명의 의사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정부가 이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지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