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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법, 의대생 신청인 적격 인정했지만…'의료개혁' 공공복리 중대한 영향 미칠 우려 있어 "기각"

    "의대정원 증원 일부 미비·부적절한 상황 있어…의대생 학습권 침해 최소화하도록 의대증원 숫자 정해야"

    기사입력시간 2024-05-16 18:40
    최종업데이트 2024-05-16 18:48

    서울고등법원.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처분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과정에서 일부 미비함과 부적절한 상황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의대정원 증원이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의료개혁의 필수 전제라며 이 공공복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로 인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가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명 연세대 대학병원 전공의 명 부산대 의과대학 재학생 5명, 의과대학 준비생 6명 등 총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항고심 재판부, 1심과 달리 의대생만 신청인으로서 적격 인정

    앞서 1심은 신청인들이 해당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며 신청인 적격이 없다고 보아 각하한 바 있다.

    이번 항고심 재판부 역시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의과대학 준비생들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제 3자에 불과하다며 신청을 각하했으나, 의과대학 재학생 신청인은 직접 상대방은 아니지만 행정소송법 제23조 집행정지 제도의 요건에 따라 소송을 제기해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해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2006년 3월 대법원의 판례를 들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은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 설립‧운영 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의대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기존 교유깃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신청인 적격을 인정했다.

    즉 이번 결정은 제3자의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비교적 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결정의 의의가 있다.

    "의대정원 증원, 의대교육의 질 저하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 있어"

    이어 재판부는 의대정원 증원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것',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따졌다고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대교육은 실습 등이 필요한 사정상 상당한 인적‧물적 설비가 필요해 일반적인 대학교육과 다른 특수성이 있고, 전국의 거의 모든 의대들이 지금 당장 2000명이 증원되면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의대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거점국립대학들이 증원 범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축소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건의했고, 정부 역시 이를 수락한 점, 이에 따라 2025학년도 모집인원이 약 1500명 수준으로 결정될 예정인 점, 만일 의대생이 과다하게 증원돼 의대교육이 부실화되고 파행을 겪을 경우 의대생들이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의대생인 신청인들에게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 할 것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자체 부정하기 어려워…집행 정지 시 공공복리 지장 초래"

    하지만 재판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여부를 따지면서, 해당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영향이 지나치게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의 질 자체는 우수하나 필요한 곳에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필수의료‧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단지 현재의 의사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결국 그 구체적인 규모나 속도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필수의료‧지역의료의 회복 개선을 위한 기초 내지 전제로서 의대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난 정부에서도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는데 비록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고, 그 결과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또 "정부는 이와 함께 향후 의사인력의 수급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그 증원 규모를 일부 수정할 수 있음을 밝혔다. 만일 현재의 증원규모가 다소 과하다면 향후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전자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신청은 집행정지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정부 계획에 따라 의대정원을 2025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되는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는 있다고 봤다.

    따라서 정부를 향해 "향후 2025년 이후의 의대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함에 있어서도 매년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해 대학 측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