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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AB, 기존 치료제 추격 성공할까? 케이캡vs펙수클루vs자큐보 '3파전'

    PPI,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절반 이상 차지하지만 P-CAB, 점유율 확대 가속화…시장 경쟁 불 붙는다

    기사입력시간 2024-11-07 17:28
    최종업데이트 2024-11-07 17:28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1조3000억원의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제일약품이 10월 1일 국산 37호 P-CAB 신약 '자큐보정'을 출시하면서 P-CAB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PPI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이 과열하면서 시장 규모 확대가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PPI 게 섯거라…P-CAB,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점유율 확대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점유율. 사진=HK이노엔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001억 원 규모였던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2020년에 9467억 원, 2021년 1조644억 원, 2022년 1조1640억 원, 2023년에는 1조2666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상승하고 있다.

    과거 위식도 역류질환자는 국내 인구의 4~5%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20%까지 증가하면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2023년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9127억원으로 2022년 8216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P-CAB 계열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을 가장 많이 점유한 제제는 PPI(프로톤 펌프 저해제)지만 P-CAB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HK이노엔 케이캡의 시장 진입한 2019년 2분기에는 P-CAB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2분기 7.4%, 2021년 2분기 10.0%, 2022년 2분기 11.5%, 2023년 2분기 16.7%로 꾸준히 성장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점유율은 PPI 53.7%, P-CAB 19.5%, H2RA(히스타민2 수용체 차단제) 13.1% 순으로 나타났다.

    PPI 계열 역류질환 치료제는 현재 위식도역류질환에 가장 많이 처방하고 있지만, 위산에 의한 활성화 과정이 필요해 약효를 보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 외에도 활동형 프로톤 펌프에만 작용, 불안정해 쉽게 분해, 짧은 반감기, 야간 속쓰림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또 PPI는 대체로 식전에 투여해야 하는데, 아침 공복이나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만성질환인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의 꾸준한 약 복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P-CAB 계열 역류질환 치료제는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P-CAB은 PPI와 달리 위산의 활성화 과정 없이 약효를 낼 수 있어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즉각적인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약효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가 길어 야간 속쓰림도 개선됐다. 이뿐 아니라 위 소관에서 안정성이 있어 쉽게 분해되지 않고, 비활동형과 활동형 프로톤 펌프 모두에 작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PPI 개발 이전에는 히스타민2 수용체 차단제(H2RA)가 주로 사용됐지만 이는 PPI, P-CAB 대비 위산 억제 능력이 부족해 사용이 저조하다.

    국내 P-CAB 시장 3파전…HK이노엔 vs 대웅제약 vs 제일약품

    국내 P-CAB 시장은 크게 HK이노엔의 '케이캡'(국산신약 30호),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국산신약 34호), 제일약품의 자큐보'(국산신약 37호)로 3파전 구도를 이루고 있다.

    HK이노엔은 2019년 3월 케이캡을 출시하면서 선두주자로 나섰다. 이후 대웅제약이 2022년 7월 펙수클루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양분했다. 이어 올해 10월 제일약품이 자큐보를 출시하면서 P-CAB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케이캡은 대한민국 신약 중 최단기간에 1000억원을 초과 달성한 제품으로, 소화성궤양용제 처방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케이캡의 처방실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304억원에서 2023년 1582억원까지 성장했다. 2024년 4월 누적 처방액은 5537억원을 달성했으며, 2023년 12월 기준 월 처방액은 150억원을 돌파했다.

    HK이노엔은 출시와 함께 종근당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시장 확장을 주도했으나 올해 판권 계약 해지했다. 이후 보령과 손을 잡았다.

    또한 제형과 용량 변화를 꾀하면서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HK이노엔은 국내 출시된 P-CAB 계열 중 유일하게 구강붕해정 제형의 '케이캡 구강붕해정'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입에서 녹는 제형으로, 알약을 삼키기 어렵거나 물을 마시기 어려운 상황의 환자, 고연령대의 환자가 복용하기 쉬운 점이 특징이다.

    중국에서는 주사제 개발을 위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으로부터 기술 도입한 중국의 뤄신제약은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LX22001'(테고프라잔) 주사제에 대한 임상을 승인받았다.

    케이캡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등 총 46개 국가에 진출했으며, 이 중 9개 국가에 출시됐다. HK이노엔은 2028년 글로벌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한다.

    펙수클루는 2008년부터 13년간 자체 기술로 연구개발해 2022년 7월 출시한 제품이다. 반감기는 9시간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중 가장 길다.

    펙수클루는 P-CAB 시장의 후발주자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 외에도 급여 확대 등을 통해 시장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원외처방시장에서는 처방액 성장 1위를 기록했다. 처방액은 2022년 129억원에서 2023년 535억원으로 연간 성장률 315%를 달성했다.

    발매 2년차인 지난해에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3월까지 누적처방액은 83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처방액 1000억원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펙수클루의 국내 적응증으로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급성·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이 있다. 대웅제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로 인한 궤양 예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 요법 등 적응증 확대를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위염 적응증 급여 확대를 앞두고 있다.

    대웅제약은 4월 종근당과 펙수클루 공동판매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1위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종근당은 앞서 HK이노엔의 케이캡 공동 판매를 진행했으며, 판권 계약 해지 이후 대웅제약과 손을 잡았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펙수클루는 한국을 포함한 30개국에 시장에 진입했거나,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자큐보는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4월 국내 제37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자큐보는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와 칼륨 이온 결합을 방해해 위산이 분비되는 것을 경쟁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러한 P-CAB 고유의 특성으로 위 내 산성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위산에 의한 활성화가 필요 없기 때문에 위산 정도와 상관없이 양성자 펌프에 결합할 수 있어 즉각적인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제일약품은 HK이노엔,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공동판매 전략을 통해 시장 확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제품 출시에 앞서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자큐보의 3년 목표 매출액을 1897억원으로 잡았다.

    자큐보의 추가 적응증, 제형 확대에 대한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이미 허가받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뿐 아니라 위궤양 및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유도성 소화성 궤양 예방 등 다양한 적응증 확대와 구강붕해정과 같은 제형 확대를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기술력과 상품성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중국 제약기업에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해 총 1억2750만달러(약 16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뿐 아니라 올해 5월 인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 후 연이어 이달 초 멕시코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 19개 국가에 기술수출을 체결하며 글로벌 총 21개국에 기술수출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