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의학은 정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정치는 지저분하고 은밀하며 문제 투성이지만, 의학은 깨끗하고 순결하며 고귀하다. 그래서 생명을 구하는 학문이 된 것이다. '의학'과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
정부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고 정부의 의료 정책을 비판하는 의사들의 주장을 왜곡해온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는 의사로서 사회 병리 현상을 치료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의대정원 확대 논란을 보며 더욱 그렇다.
이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의대생 의사 국시 허용 반대 여론이 마치 국민 대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의사들에 대한 마녀 사냥을 하고 있다. 일부 유력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국민과 의사들의 편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정당한 주장을 잠재우기 위해 시민단체 추천 등의 공공의대 '현대판 음서제' 논란을 두고 '가짜 뉴스'라느니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간다. 심지어 어린 의대생의 의사시험조차 권력의 대상인양 주홍글씨를 새기고 있다.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특수 전문과목 양성 프로그램 등 정부 정책 모두 마찬가지다. 지역의사는 ‘지역의사제 특별 전형’ 방식으로 의대에서 선발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지역에서 일정 기간 필수의료에 복무하도록 한다. 의무복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장학금을 회수하고 의사면허는 취소 또는 중지한다. 여기서 지역의사의 선발을 ‘지역의사제 특별 전형’ 방식으로 하겠다는 의미는 바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염두에 둔 특별전형이다.
2005년에 의전원을 만들 때도 타학부 졸업생을 선발해 예과 2년을 대체하고 의학과에서 4년을 교육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사를 선발하는 취지였다. 당시 정부는 훗날 이들이 한층 깊은 사회적 이해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리라 믿었다. 취지는 좋았지만 정부로부터 도입 과정은 강압적이었다. 정부는 의전원으로 전환하지 않는 학교에 지원금을 끊었고 당시 대부분의 학교가 의전원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의전원 제도로 다양한 인재들이 들어와서 기피 분야나 기초 분야에 많이 지원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의전원 출신들도 대부분 인기과를 선호하거나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오히려 기초 의학 분야의 인재들이 의대를 가는 통로로 이용돼 의전원 제도는 실패한 제도가 됐다. 이제라도 반드시 실패한 의전원제도에 대한 철저한 문책이 필요할 지경이다.
결국 의전원에서 의대 체제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데,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지역의사제를 들고 나와 의전원 제도로 공공의대 의사를 뽑겠다고 한다.
정부가 특수 전문과목 의사에 대해 대학 양성 프로그램을 심사한 뒤에 정원을 배정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의대에 정원을 배정한 3년 이후부터 인력양성 실적을 평가하고 미흡하면 정원을 회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특수 전문과목 의사는 대학이 아니라 병원이 양성하고, 해당 전문의 교육 과정과 전문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대학 양성 프로그램인데다 특수전문과목 전문의가 배출되지도 않은 3년 이후에 무슨 인력 양산의 실적을 평가한다는 것인가.
결국 공정한 평가와는 달리 정치적인 의도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의대 정원을 정치인의 입맛대로 관리하고 의과대학 정원조차 정부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의대 설립도 두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우선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전북권에 1곳을 설립하고, 장기 군의관 위탁생 20명을 추가해 70명 규모로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원시는 공공의대에 관한 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도 않은 공공의대를 위해 토지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구의 표심을 얻기 위한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의 무리수, 혹은 여당 표밭의 지지율 관리를 위한 보은적 정책, 이런 정치적인 논리로 이뤄진 정책이 공공의대 설립의 진짜 이유일 뿐이다.
더 이상 의학은 정부 관료들과 의료관리학자의 통제 가능한 학문이 돼선 안된다. 더구나 의료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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