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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0명’ 수련병원, 내년엔 60% 된다?

    소아과학회 암울한 전망...3·4년차 나가고 신규 1년차 없으면 84곳 중 50곳이 전공의 사라져

    기사입력시간 2023-05-26 12:51
    최종업데이트 2023-05-26 12:5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모든 연차의 전공의가 사라져 교수·전임의 등으로만 소아 진료를 해야하는 수련병원의 비율이 내년엔 6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보험이사)는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전기학술대회-소아청소년과 의사인력 수급 세션에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이 말했다.
     
    실제 저출산, 저수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19년 80%에 달했던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최근 20%대까지 추락했다. 지원자가 있는 병원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전공의를 찾아볼 수 없는 병원도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소청과 수련병원 84곳 중 15곳(17.8%)이 모든 연차를 통틀어 전공의가 0명이었다.
     
    은 교수에 따르면 이 비율은 현재 3, 4년차가 졸업하고 신규 1년차 유입이 없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을 할 경우 2024년엔 60%에 달한다. 전국 소청과 수련병원 10곳 중 6곳이 교수·전임의·전담의 등으로만 소아진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인력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병원들은 응급진료 축소 및 폐쇄, 입원축소, 중환자식 축소 순으로 소청과 진료를 줄줄이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9월 학회의 실태조사 결과 입원 진료를 이미 축소했으며 추가 축소할 예정이라고 답한 곳이 69%, 응급진료를 이미 제한했으며 추가 축소할 예정인 곳이 79%에 달했다.
     
    노원을지대병원 은병욱 교수.

    정부 정책 강도 낮아…수가 과감히 올리고 전문의 등 인건비 적자보상
     
    이처럼 소청과 의료체계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은 교수는 “정부가 (소청과 위기 타개를 위한) 전례없는 의지를 표현하면서 향후 정책 추진의 큰 원동력이 생겼지만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은 교수는 우선 소아 진료의 노동집약적 특성을 고려해 저수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수가 인상 효과가 미약했던 건 잘못된 정책이어서가 아니라 (인상 폭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소아의료체계 개선이 달성될 때까지 수가 인상 강도의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일반병동 입원, 연령가산 확대, 입원전담전문의 소아진료 가산, 중환자실 입원료 및 소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수가 개선 등이 제시됐지만 집행 강도와 시간이 문제”라며 “입원진료 소아가산은 최소 전 연령구간에서 2배 이상 인상돼야 한다”고 했다.
     
    중증의료 강화에 대해선 “전공의 유입 정상화될 때까지는 거주지 중심의 상급종합 및 수련병원에 전담전문의를 신속하게 투입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의 책임 강화와 함께 책임 이행을 위한 인건비는 적자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소아암 등 중증 특수질환 지방 거점병원 확충이 필요한데 시설 확충만으론 부족하다. 인력 측면에서 전문교수 1인만 남아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며 “인력 확보의 기본요건을 보장하고 운영 비용에 대해 적자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야간·휴일 등 소아의료체계 사각지대 문제와 관련해선 1차 진료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개원의원과 입원 진료가 가능한 아동병원 및 종합병원 응급실의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적 진료가 이뤄지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달빛병원의 실패는 보상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야 및 휴일 가산은 2~3배 이상 높게 책정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대면 24시간 상담센터에 대해서는 “대면 진료의 대체가 아니라 적정 시간 내에 대면 진료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은 교수는 끝으로 소청과 인력 유입을 위해선 ▲전공의 수련지원금 지원 사업 ▲종합병원 전문의 일자리 증가 및 처우 개선 ▲전담전문의 확충 ▲연령 가산 등을 통한 1차 진료 회복 ▲파격적인 지방 가산과 지방 근무 유도하는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급·중증 담당할 권역별 체계 구축 필요...정부가 인구 급감 문제 해결 나서야 
     
    TBS 강양구 기자는 응급·중증 소아진료에 대해선 장기적으로는 권역 내에 최상급의 소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5~10분 거리의 병원에서 자기 아이들의 응급·중증을 해결하는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지금까지 어느정도는 통용되고 있었다”면서도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정부, 공급자, 시민들도 어느 순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신 권역별로 질 좋은 어린이병원을 두고, 거기에 권역별 상급종합병원이 공동으로 전공의 등의 인력을 파견하고 대표 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식의 모델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며 “당연히 그런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겐 파격적인 대우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신원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소청과로 들어오는 전공의들 중 상당수는 개원을 꿈꾼다며 응급·중증 진료 위주의 시스템 구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 교수는 “권역별 큰 병원 위주의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학병원의 3차 진료, 전문의 진료도 해야한다고 하지만 전담전문의를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며 “전담전문의들이 원하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이어 “MZ 세대는 당직서고 돈 좀 더 받는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며 “잠깐 전담전문의로 채용됐더라도 꿈은 1~2년 바짝 벌고 개원하는 것이라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결국 정부가 인구가 급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회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다”며 “전공의가 들어오려면 결국은 인구가 늘어야 한다. 인구 급감은 소청과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문제다. 아이를 낳기 좋기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