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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들 탈모 치료 지원에 갑론을박 '시끌'

    탈모 치료비 지원 지자체 늘지만..."탈모보다 시급한 분야 많아" 신중론 우세

    기사입력시간 2023-03-01 13:31
    최종업데이트 2023-03-01 13:3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 지자체의 탈모 치료비 지원을 놓고 재차 논란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 논의에 재차 불을 붙인 주인공은 서울시의회 이소라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다. 이 의원은 최근 서울시에 3개월 이상 거주한 만 19~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탈모 치료제 구매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학업∙취업∙창업∙연애∙결혼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탈모에 따른 부담, 고통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시에서 탈모 치료 비용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현재로선 조례안 통과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지만, 서울시도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실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 22일 서울시의회 제316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청년 탈모인 경우엔 노년과 달리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는 것도 고민해볼만 하다”고 했다.

    다만 오 시장은 “문제는 형평성이다. 이런 논의를 할 때 항상 나오는 게 여드름 치료는 어떻게 할거냐. 라식과 라섹을 지원하는 게 더 긴요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인데 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며 “시의회에서 활발하게 토론해달라”고 주문했다.

    치료비 지원 지자체 늘고 지난 대선서도 ‘화두’...탈모인구 증가 영향

    지자체에서 탈모 치료 지원 논의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 성동구의 경우는 3월 2일부터 만 39세 이하 구민에게 탈모 치료비로 연 2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충남 보령시는 올해부터 보령시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만 49세 이하 시민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200만원의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도 지난해 12월 탈모진단을 받은 19~39세 시민들에게 탈모 치료 바우처를 제공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탈모 치료비 지원은 지난 대선에서도 화두가 됐다.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탈모 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해 해당 주장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탈모 치료비 지원 논의가 급부상 한 건 과거 대비 탈모 치료를 받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병적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4만3609명이다. 이는 4년 전(21만4228명)에 비해 13.7%(2만9381명)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병적 탈모에 따른 진료비는 419억9000여만원으로 2017년 대비 46.6%나 증가했다. 

    탈모인들 중에선 특히 젊은층의 비율이 높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가 22.6%로 가장 많고, 40대(21.7%), 20대(20%)가 뒤를 이어 20~40대가 탈모 환자 중 64.3%를 차지했다. 정치권이 청년층을 콕 집어 탈모 치료 지원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셈이다.

    관련 업계와 의료계에선 건보공단 자료에 잡히지 않는 탈모인들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 탈모인구는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건보공단 통계에 노화나 유전적 요인으로 탈모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제외돼 있다.

    이 같은 탈모인구 증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에서도 확인된다. 실제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 중에는 썰즈, 맨프롬마스, 홀드 등 남성 대상 탈모 진료를 강점으로 내세운 곳들도 등장하고 있다.

    탈모인들은 의료기관 방문없이 탈모 치료제를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대면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단 점을 비대면 진료의 강점으로 꼽는다. 한달치 약값이 2~6만원 가량인데다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다보니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실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기 전에는 더 싸게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과 약국 소위 ‘탈모 성지’를 찾아다니는 이들도 많았다. 

    “탈모치료 건보 적용 검토 필요” 의견 있지만 ‘시기상조’ 중론

    전문가들은 탈모인구가 늘어나면서 향후 탈모 치료비 지원 요구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탈모 치료에 대한 건보 적용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과거와 달리 꼭 생명에 치명적인 질환이 아니더라도 삶의 질과 관련돼 있다면 건보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자체 차원의 탈모치료비 지원은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건강보험을 통한 지원이 더 바람직하다”며 “건강보험 급여화를 어느 범위까지 확장할지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유방암으로 유방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방재건술에 선별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어 “(급여화 후 과다 의료 이용 우려 때문에) 논의조차 하지 않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게 어떤 기준을 세워 어느 선까지 지원해줄지는 정부가 잘 준비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은 탈모에 대한 정부∙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전면 확대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한정된 자원을 더 시급하고 중요한 질환에 지원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는 “탈모보다 지원이 시급한 부분들이 많다”며 정부∙지자체 차원의 지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 역시 “여전히 재난적 의료비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있고,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에도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청년 탈모 환자들도 고충이 있겠지만 지자체나 정부의 재정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을 투입해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