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22년까지 미용, 성형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한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9일 발표하면서 의료계는 패닉에 빠졌다.
재정이 30조 6천억 원이 투입되는 만큼 제약업계도 전면 급여화에 따른 약가 인하 가능성을 두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김태희 애널리스트는 향후 약가 인하 압력이 높아질 수 있지만 정부 발표에서 약가 인하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현재 의미있게 논의되고 있는 약가 인하 정책이 없으며, 국내 약가가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편이라 당장 대규모 약가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급여화 범위가 예상보다 넓고 고가 항암제 등 그동안 비급여였던 의약품이 급여를 인정받아 매출액이 많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새로운 의료 기술을 최대한 급여 또는 예비급여에 편입한다는 점에서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 업체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메리트종금증권 이태영 애널리스트도 "이미 국내 의약품 가격은 사후 관리로 지속해서 낮아지는 상황으로 2012년 시행된 것과 같은 일괄적인 약가 인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면서 "항암제 등 고가 약제나 신약은 본인 부담률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일부 급여 수혜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B투자증권은 이번 정책이 제약업계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본인부담 의료비 감소로 수요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30조 원 규모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강도 높은 약제비 규제 정책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것.
건보공단이 올해 초 긴급 공모해 3월부터 진행 중인 약품비 총액 관리제 도입 방안 관련 연구용역 종료 시점이 기존 7월 중순에서 11월까지로 연장된 것에도 주목했다.
약품비 총액 관리제는 개별 품목이 아닌 효능 군이나 총액 단위로 약품비를 관리하는 약가 규제정책으로 사전에 총 약품비 예산액을 정하고, 이를 초과했을 때 초과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제약사로부터 환수한다.
또 다른 약가 규제정책으로 사용량-약가연동제도 현재 복지부 약가 사후관리제도 개선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다.
이는 매출 규모가 큰 제품의 약가 인하를 유도하는 것으로 현재 10%로 명시돼 있는 약가 인하 상한률을 상향하고, 약제비 절대 금액 자체가 큰 의약품에 대해서는 별도로 총액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자 전환 예상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3월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적자 전환되고, 2023년이면 적립금이 모두 고갈돼 2025년에는 20조 원 가량 적자가 날 것이라는 건강보험 재정 전망을 발표했다.
KTB투자증권은 "이번 정책 시행으로 적자 전환 시기는 3년 정도 앞당겨진 2020년 경이 될 전망"이라면서 "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국고지원금 및 담배부담금 등의 세수확대와 동시에 진료비와 약제비 등 보험지출 증가율을 규제하는 방안 병행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