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의료인 민·형사 소송 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료사고처리특례법)' 세부 사항에 대해선 의료계와 여당이 일부 이견을 보였다.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 등에 있어 대한의사협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복지위 통과 안이 정부안이기 때문에 원안 그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반박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이형훈 2차관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된 '의료 민형사 소송 현황 비교분석 및 개선방안 모색 공청회'에서 "필수의료 분야는 본질적인 위험의 내재성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의료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과 부담이 의료인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정부는 의료 사고로 인해 의료인의 부담을 완화하고 환자가 보다 신속하게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취지로 지난주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의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인이 소신있게 진료하고 환자가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 역시 의료인 사법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의료분쟁조정법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최근 통계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입건되는 의료인이 연평균 700명을 상회한다. 법적 부담의 증가는 의도와 달리 필수의료 현장의 위축을 초래하고 결국 국민이 누려야 할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결국 의료진이 사명감을 갖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국민들께서 의료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두텁게 보호받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진숙 의원도 "매년 700명 안팎의 의료인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되는 가운데 필수의료 현장이 개인 중심 부담 속에 놓여 있다. 이를 어떻게 국가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주 복지위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이 됐다"며 "그동안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 제기를 (법안에) 100% 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상임위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법사위에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 박명하 이사장(의협 상근부회장)은 "최근 국회에서 의료 현장을 살리기 위한 여러 개정 법률안들이 발의된 것은 무척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며 "우선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은 자칫 진료의 결과에 대해 의료진 책임 소재를 먼저 따지게 만들어 의료 분쟁을 더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무엇보다 의료현장에서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는 모든 의료행위가 필수라는 점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그럼에도 중과실 여부를 엄격히 따져 형사처벌을 면제하겠다는 취지의 조항들은 현장에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자칫하면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는 매 순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방어하고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굴레에 빠질 수 있기 때문"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새롭게 신설하려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역시 걱정이 앞선다. 의료 전문가가 소수에 불과한 구성으로는 의료 현장의 복잡하고 특수한 상황을 제대로 담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의협 견해에 대해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개정안은 의료진이 형사 부담 때문에 필수의료 분야를 피하다 보니 필수의료 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라며 "법안 심의 과정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을 수 있다. 아마 법사위에서 다시 논의가 되겠지만 결국 복지위 통과 안이 정부안이기 때문에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원래 법사위는 법안에 대해 자구 수정 권한 밖에 없다. 사실상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확정됐다고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