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미래의학이 다가오고 있다
<2편> 유전체 의학의 기초, 변이(variants)가 무엇인가?
<3편> 유전체 분석 방법, 플랫폼의 소개
<4편> 임상에 적용하기 (1) 질병예측(Prediction): 유전자를 통한 질병 예측은 근거가 있는가?
<5편> 임상에 적용하기 (2) 맞춤치료(Personalized)
<6편> 임상에 적용하기 (3) 정밀의료(Precision)
<7편> 암과 정밀의학 동반진단에서 액체생검까지
<8편> 산부인과 영역에서의 정밀의학
<9편> 장내미생물이 인간을 지배한다, 마이크로바이옴
<10편> 환경이 DNA를 바꾼다, 후성유전학
<11편> 약물 유전학과 영양 유전학의 발전
<12편> 게놈산업의 발전과 규제 그리고 윤리적 이슈
(부록) 더 깊은 공부를 위한 게놈 사이트 및 해외 학회 소개
[메디게이트뉴스 김경철 칼럼니스트]
장내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최근 의학계와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장내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다. 단기간내 많은 논문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임상 학회나 유전체 관련 학회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강의를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개념과 분석 방법, 그리고 연구 및 산업계의 동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에서 존재하는 미생물과 이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즉, 단일 생명체의 유전정보 전체를 뜻하는 게놈(Genome)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은 인간 몸체 안팎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그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말한다. 아래 그림처럼 인간의 세포는 약 10조 개인데 비해, 인체 내 미생물균의 총합은 이보다 10배가 많은 약 100조 개(100 trillion)로 알려져 있다.
호스트(host)인 인간 게놈은 약 2만 2천여 개의 유전자, 30억 개의 게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에 반해, 미생물의 유전자 총합은 인간 유전자의 100배 이상 인 약 3백 3십만 개(3.3million)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게놈은 서로 99.97% 일치하는 반면, 인간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균주는 80~90%가 서로 다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질병의 약 90%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장내 환경 혹은 미생물과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게놈은 서로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장내미생물균의 차이가 인간의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몸의 질병을 이해하려면 첫째, 세포핵 내에 존재하는 DNA의 게놈 유전자에 대해 알아야하고 둘째, 핵 밖에 존재하는 미토콘트리아 유전자(mtDNA)를 알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인체를 둘러싸고 있는 인체 미생물 유전체(microbiome)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세 유전자의 하모니를 알아야 한다. 숙주(host)인 인간 뿐 아니라, 숙주와 공생하며 인체의 내·외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우리 몸 속의 미생물을 알아야 인간-환경 연합 생물체로서의 온전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에 대한 이해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식생활 개선을 통한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에 있어 핵심적인 지식이 될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발전
장내미생물이 주목을 끈 계기는 2006년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미국 워싱턴의 고든(Jeffory Gordon) 연구팀이 "비만이 장내세균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 것이었다. 이 논문은 정상 쥐와 비만 쥐의 장내세균 분포를 비교해, 비만 쥐에서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균은 적고 퍼미큐티스(Fermicutes)균이 증가한 것을 규명했다. 그 후 10년 뒤인 2016년에는 예일대학교의 쉴만(Gerald Shulman) 연구진이 같은 네이처(nature)지에 논문을 실어 구체적으로 장내세균이 비만에 이르는 기전을 규명했다. 장내미생물은 인체가 미처 소화하지 못한 식이 섬유를 발효시켜서 짧은 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으로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가스가 발생해 장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 짧은 지방산은 뇌-혈관 관문(brain-blood barrier,BBB)을 통과해 시상하부의 식욕중추를 자극한다. 이로 인해 위에서는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그렐린 호르몬을 자극해 더 많은 식사를 하게하고, 췌장에선 인슐린을 자극해 지방세포를 살 찌우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장내미생물을 매개로한 장관계와 신경계가 서로 그 기능과 역할에 영향을 주고 받는 장-신경계 축(Gut-brain axis)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발생을 비롯해 많은 임상 질환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인체 내 공생 미생물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장내미생물은 장 내에서 영양소의 흡수와 분해에 관여한다. 장내미생물은 장 내 독소물질 분비 등의 역할을 하면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신생아 설사, 영아 산통, 대장 직장암과 같은 다양한 장 질환의 병태 생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유전자 발현 조절, 염증 신호 전달체계에 관여하는 매개체 분비 등의 활동을 통해 장 질환 이외에도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알러지성 질환의 발생, 우울증, 치매와 같은 신경계 질환,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 질환의 발생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보고됐다.
소장 내 미생물 과증식(Small intestine bacterial overgrowth)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증상 발현에는 장내미생물의 조성 변화 뿐 아니라 분포 범위의 변화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사람에서 장내미생물의 분포를 살펴보면, 대장에는 1010-12로 많은 수의 미생물이 분포한다. 반면, 소장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미생물이 분포하며, 그 농도는 소장 근위부로 갈수록 적어져 십이지장 쪽에는 미생물이 거의 분포하지 않는다(105-8 organisms/㎖ in the terminal ileum, 100-5 in the proximal ileum, and 100-4 in the jejunum and the duodenum). 하지만 면역력 저하나 장 운동 이상과 같은 원인에 의해서 대장의 미생물이 소장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해 소장의 미생물 농도가 105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이를 '소장 내 미생물 과증식(small intestinal bacterial overgrowth)'이라고 부른다.
소장내 미생물 과증식이 발생하면 본래 대장에서 이뤄지는 흡수된 음식물의 발효 과정이 소장에서 미리 발생함으로써 장내 가스 발생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소장내 미생물 과증식은 이차적으로 장 내 투과성 증가로 인해 미생물이 장관 내에서 점막 사이로 빠져나가는 세균 전위(bacterial translocation) 현상을 유발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장 내 면역 반응과 염증 반응을 활성화해 장-신경계 축을 통해 장관 내 감각 이상, 운동 변화 유발, 쥐어짜는듯한 복통, 배변 습관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소장내 미생물 과증식으로 인한 증상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증상과 거의 일치한다. 실제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의 약 70~80%에서 소장내 미생물 과증식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의 십이지장 액에서 미생물을 분석한 기존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의 소장에 더 높은 농도의 미생물이 분포한다. 이뿐만 아니라,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um)의 분포는 감소하고 쉬겔라(shigella), 애로모나스(aeromonas)와 같은 잠재적 유해균의 농도는 증가하는 소견이 관찰된다. 이는 소장내 미생물의 과증식과 함께 분포의 불균형 역시 발생하며 이러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병태생리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장-신경계 축(Gut-brain axis), 장은 제 2의 뇌(secondary brain)
최근에는 장내미생물을 매개로 한 장관계와 신경계가 서로 그 기능과 역할에 영향을 주고 받는 장-신경계 축(Gut-brain axis)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소화관 벽에는 척수의 신경세포보다 많은 약 1억 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장과 뇌는 약 2000가닥의 신경섬유로 연결돼 사고기능에도 관여한다. 더구나 장관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ENS)는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와 발생기원이 같다. 뇌에서 생산하는 세로토닌, 가바(GABA)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장 신경세포에서도 생산하고, 기억력과 학습에도 영향을 줘 '제 2의 뇌(Second brain)'라고 한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는 상황이 되면 노에피네프린이나 에피네프린 같은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올라가고 교감신경이 높아진다. 이 때 아드레날린 호르몬은 장내 미생물의 증식을 가져오고 장내세균에서 만드는 독소는 다시 스트레스를 악화시킨다. 이런 기전에 대해 인체는 복원력을 가지고 세로토닌의 90%를 만들어내는 장 크롬 친화성 세포가 세로토닌을 다량 생산해내어 심신을 안정시킨다. 또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설사를 통해 독소를 체외로 배출시킴으로써 장내미생물-장관-뇌 축(microbiome-gut-brain axis)을 안정시키려 한다.
이처럼 장내미생물은 장-신경계 축을 통한 장관계와 신경계 간의 상호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장내미생물은 다양한 신경 매개 물질, 면역 조절 물질을 분비하거나 직접 사람의 신경 혹은 면역 신호 체계의 발현을 조절한다. 이로써 신경계의 발달 과정이나 인지, 감정 등을 조절한다. 반대로 스트레스, 불안 등의 중추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변화는 코티졸과 같은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염증 반응을 활성화해 장 내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이는 결과적으로 장 내 투과성의 변화 등 환경 변화를 유발해 장내미생물의 조성 변화를 유발한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을 매개로 한 장 신경계 축을 통해 결국 장관계와 신경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분석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초기에는 환자의 대변 샘플에서 얻어진 DNA로부터 16S rRNA 검사를 통해 미생물 군집을 구별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 연구가 주를 이뤘다. 16S rRNA는 세포내 단백질을 합성하는 단백질 공장인 리보좀의 구성 성분으로, 그 염기서열이 미생물마다 달라서 미생물을 구별하는데 이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NGS의 발달로 마이크로바이옴 전체를 시퀀싱하게 됐고, 미생물 군집 뿐 아니라 유전자 구조까지 분석할 수 있다. 최근엔 대변 샘플이 아니라 직접 조직을 얻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미생물의 유전자 데이터 외에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호스트인 인간의 혈액을 통한 게놈 데이터 등의 유전체 데이터, 임상 데이터 등의 메타 데이터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의 분포, 기능, 대사 등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그림 5).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및 사업의 글로벌 트렌드
2008년 10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기 위한 국제 인체마이크로바이옴 컨소시엄(International Human Microbiome Consortium, IHMC)이 조직됐다. 최근(2015년 기준)까지 대한민국을 포함해 9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아홉 차례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중요성은 최근 임기가 종료된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마지막 국가 과학 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National Microbiome Initiative, NMI)'를 지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의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NMI)'는 인체와 생태계 다양한 곳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우고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2012년까지 1 단계를 완료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2단계 연구가 진행중이다. 1단계에서는 대략 1억 7300만 달러(약 19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인체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의 존재를 파악하고, 인체 건강과의 상관성을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해, 메타게놈을 분석하기 위한 표준화 된 파이프라인과 신규분석법을 구축했다. 2단계는 Integrative HMP(iHMP)라는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인체미생물 군집구조를 파악했던 1단계 성과를 바탕으로, 군집 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하는 구체적인 기능을 밝히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특히 세 가지 연구분야(염증성 장 질환, 당뇨병, 신생아 마이크로바이옴)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총 539편의 논문을 성과로 발표했는데, 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기능과 비만관련 주제로 발표한 논문이 많았다.
캐나다도 2009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캐나다인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Canadian Microbiome Initiative, CMI)를 통해 총 150억 원 이상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그리고 중국 또한 메타히트(MetaHIT)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얻은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중국인의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Chinese Microbiome Project, C-HMP)의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상용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회사들은 다음과 같다. 개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 DNA를 시퀀싱해 질병관련 미생물군집 밸런스를 밝히는 업체인 휴먼 롱제비티(Human Longevity)는 3억 달러(약 3,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뒤를 잇는 인디고 애그리컬처(Indigo Agriculture)는 식물 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식물의 수분활용성 증대 등을 목표로 한다.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1억 달러(약 1100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세계 최대 식·음료 업체인 네슬레 그룹 내 자회사 네슬레 헬로사이언스는 프랑스 생명공학기업 앙테롬과 손잡고 벤처기업 '마이크로바이옴 다이어그노스틱스 파트너스(MDP)'를 설립했다. 이외에도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의 전통 강호인 덴마크의 크리스찬 한센도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사람, 동물, 식물로 조직을 나눠서 질병을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뿐만 아니라 가축용, 작물용 미생물로도 연구개발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듀퐁 역시 사람, 동물, 식물용 미생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의 유망한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들
국내 대표적인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로는 천랩이 있다. 천랩은 서울대 천종식 교수가 설립한 생물체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고 관리 활용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기반의 회사이다. 한국인 만 명을 대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김석진좋은균연구소는 한국인에 적합한 데이터베이스를 1천여 개 이상 확보했으며, 2017년 6월 대변은행 '골드 바이옴(Gold biome)'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하는 분변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을 할 수 있게 됐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과 동반진단 개발에 나선 선두주자 중 하나다. 신약개발과 동반진단, 메디컬푸드 3가지 사업 모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사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 우울증, 아토피, 감염예방 등 5개의 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는 것은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 Difficile infection, CDI) 예방 파이프라인이다.
MD헬스케어는 우리 몸의 세포와 마이크로바이옴이 배출하는 나노소포체를 분석함으로써 질병의 발병 유무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메타게놈 분석을 통해 질병과 연관된 나노소포체를 1500개로 분류, 생체 지표로 발굴하고 진단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질병예측진단 뿐만 아니라 미생물 불균형을 교정함으로써 질병 위험 상태를 개선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발효'라는 전통방식을 이용한다. 발효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들을 철저하게 관리·조절함으로써 유익균만 생존·증식할 수 있도록 최상의 발효상태를 구축한다. 회사 측은 다양한 유용한 미생물 기반 치료 적용 범위 가운데 항암과 항염증, 비만 등의 대사질환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바이오뱅크힐링은 실제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장내미생물 은행을 구축하고 있다. 회사 측은 메타게놈과 시퀀스분석을 거친 건강한 사람의 나노소포체를 추출·분리하고 무균처리 후 저장하는 방식의 장내미생물 은행을 구축할 계획이다. 저장된 소포체는 질환에 맞춰 필요한 성분을 선별해 이식에 적용한다. 장기간 냉동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할 때 자신의 미생물 소포체를 선별해 보관했다가 이후 본인에게 직접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의 상관관계를 항암보조제 개발에 적용했다. 면역항암제를 적용하는 대상자에게 마이크로바이옴을 병용 투여함으로써 면역기능을 극대화하고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인공수정 착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 보조제를 개발 중이다.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장내미생물 환경에 악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식생활 습관 중에는 고지방 식이, 설탕 등 단당류를 비롯한 과도한 칼로리 섭취와 항생제 남용 등이 있다(그림 6).
지방과 육류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장내 부패가 쉽게 일어난다. 지방을 필요로 하는 미생물들이 장 속에서 우세한 세력을 형성하면 장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뇌를 자극해 기름진 음식을 더 찾게 만든다. 우리의 식사를 조종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 아닌 우리 몸 속의 미생물인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장내 부패를 더욱 가속화해 유익균인 비피더스(Bifidus)균은 더욱 감소하고 담즙의 활성을 가져와 세균성 유리아제 (urease)를 활성화한다.
과도한 설탕의 섭취는 소화관 내 효모나 미생물의 먹이가 돼 이들을 증식시키고 이들 균주에 의한 발효(Fermentation) 작용으로 내인성 알코올을 생성한다. 또 단 것을 좋아하는 식이 습관은 자율신경 중에서 미주신경 등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고 부신 기능을 떨어뜨려 더욱 단 것을 당기게 만들기도 한다. 필자가 차움에서 근무하면서 정리했던 멤버들의 데이터를 통해 부신기능 저하가 장내세균과 연관됨을 알 수 있었다. 이 부신기능은 탄수화물 중심의 식생활 습관이 주 원인이다.
과도한 술(에탄올)의 섭취도 장점막 세포 사이의 연결(tight junction)을 느슨하게 만들어 장내세균에서 만들어진 내독소(endotoxin)가 이 간극을 통해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확산돼 '새는 장 증후군(leak gut syndrome)'을 일으킨다.
한국에선 항생제 남용의 문제가 특히 심각한데,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은 장내세균총을 교란시키는 주범이다. 클린다마이신은 상당수의 장내 미생물을 사멸시키고, 탄수화물과 담즙 대사 능력을 떨어뜨리고 장내 흡수를 저하시켜 삼투성 설사를 일으킨다. 지속적인 항생제 사용은 장내 병원성 세균인 클로스티리디움 디피세(Clostridium Diffice)등을 왕성하게 성장시켜 위막성 대장염이나 심각한 장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치료 유산균
결국 장내세균은 유해균과 유산균의 발란스이므로 유해균을 줄이고 유산균을 늘리는 치료가 중요하다. 기능의학적으로는 4R 프로그램이라 한다. 이는 유해균을 제거하고(Remove), 음식물을 적절하게 소화할 수 있는 효소를 공급하고(Replace), 유익균을 접종(Reinoculation)하고, 손상된 장점막을 회복시키기 위해 유익균이나 글루타민, 아르기닌 등과 같은 영양소를 공급해(Repair) 장내균형을 회복시킨다는 개념이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함께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가 중요하다. 장내 미생물도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을 이용해 성장하므로 섭취하는 음식물이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종류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식이섬유, 올리고당, 흡수되지 않은 당류 등이 장내 미생물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 이와 같이 인체에 유익한 장내 미생물의 성장을 도와주는 성분을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라고 한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소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으며, 대장으로 이동해 유산균과 같은 박테리아의 성장이나 활성을 선택적으로 높여 인체의 건강을 증진시킨다.
프리바이오틱스라는 개념은 올리고당이 인체의 장에 존재하는 유산균을 선택적으로 증가시킨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언급되기 시작했다. 올리고당은 대장에서 유산균을 선택적으로 성장시키고 장내 유해균의 성장은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면역력이 뛰어난 이유가 바로 모유 속의 올리고당 덕분이다. 유산균은 식품발효에 관여하면서 장내 염증성 질병, 설사, 변비 등을 예방한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장내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등 우리 몸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프리바이오틱스를 섭취해 유산균의 성장을 증진시키는 것은 장 건강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유익균 또는 유산균으로 불리우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질병이 없는 사람의 소화관 내 미생물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유익균이나 이를 함유한 식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유산균으로는 아래 그림에 나오는 균주들이 추천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치료, 대변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 FMT)
4세기 중국에선 식중독이나 설사 치료제로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먹이는 치료가 있었다고 한다. 현대 의학에서도 환자의 장내미생물 환경 조성을 바꾸는 방법으로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관장이나 대장 내시경을 통해 주입하는 임상 시험이 이미 1950년부터 행해졌다. 특히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감염성 장염에 이런 방법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크론병처럼 대장성 장염,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 등의 질환에 대해서도 실용화를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외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모아서 뱅킹하는 회사도 생겼고, 알약 형태로 만들어 복용하기 쉽게 만드는 회사도 있다. 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대변이식전문팀까지 구성해서 연구와 진료에 활용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건강한 대변은 그만큼 상품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는 이름 하에 원인을 잘 몰랐던 장 질환들의 상당 부분이 대장 내 미생물균주가 원인임이 밝혀졌다. 나아가 비만 , 피부질환, 면역질환, 정신신경질환, 암 등이 마이크로바이옴이 원인이라는 것이 연구를 통해 계속 밝혀지면 앞으로 NGS를 이용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의 발전, 유산균 치료, 대변이식 및 건강한 대변의 저장 등이 큰 산업이 되고 의료 현장에서 이용될 것이다.
옛말에 장이 좋으면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생물과 장 건강을 이해하고 다양한 환자 증상과 진단에 마이크로바이옴 지식이 적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