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국민들의 가장 큰 지지를 받은 정책이라 자평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문케어) 대해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27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강당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5년,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성과와 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문케어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초 내세웠던 보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국민들의 의료빈곤층 전락으로부터 보호하는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 감소도 적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장률 70% 달성 어려워져...의원급은 보장률 줄고 비급여 진료비 큰 폭 증가
김 교수는 우선 70%로 설정했던 건강보험 보장률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진 점을 지적했다. 실제 건보 보장률은 2017년 62.6%에서 2019년 64.2%로 1.6%가량 올랐는데 이는 2019년 기준 목표 대비 22% 정도 수준에 그치는 수치다.
김 교수는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 재정투입량을 고려하면 보장률은 2.9%가 올랐어야 하는데 불과 1.2%가 올랐다”며 재정투입 대비 효과도 좋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의료기관 유형별로 보장률 변화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상급종합병원(4.4%), 종합병원(2.9%), 병원(4.3%)에서는 보장률 증가 추세가 뚜렷했던 반면 요양병원(-0.8%)과 의원 (-3.1%)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원급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란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같은 기간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는 3조3600억원에서 5조2900억원으로 1조93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의원 당 6000만원 가량이 증가한 수치로 상급종합병원(-3800억원), 종합병원(-2100억원), 병원(-2000억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진료항목별 비급여 진료비를 살펴보면 주사료, 치료재료와 도수치료 등이 포함된 항목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예산 집행률...예상됐던 대형병원 쏠림도 억제 못 해
김 교수는 고액의료비로 인한 빈곤층 전락을 막겠다는 당초 목표도 기대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불능력의 40%가 넘는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한 가구의 비율은 2017년 3.9%에서 2019년 3.6%로 0.3%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만, 보험료 소득 계층별로 보면 저소득 층에서 보장률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 점은 고무적이란 분석이다.
김 교수는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이 기대에 비해 크게 줄지 않은 이유는 제도상의 문제점 때문”이라며 “현재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해야하는데다 상한선이 설정돼 있고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보상기준이 엄격하다”고 꼬집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예산의 저조한 집행률은 이 같은 김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 한다. 2018년 집행률은 14%에 불과했으며, 직전 4년의 기간 중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이 가장 높았던 2019년(2.44%)에도 예산은 절반 가량(54.3%) 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소득 계층별로 살펴봐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란 원래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소득 1분위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30~40%대를 기록해 타 분위에 비해 높았지만 정작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은 사람들 중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의 비율은 23~28% 수준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형병원∙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한 억제 대책도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봤다.
실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의료기관 종별 입원일수를 보면 병원(1.09→0.98), 의원(0.69→0.58)은 줄어든 반면, 상급종합병원(1.10→1.13), 종합병원(1.15→1.17)은 증가했다.
이 같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외래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래방문일 수는 전 종별에서 늘어났으나 특히 상급종합병원(1.18→1.25), 종합병원(1.28→1.42)의 증가 폭이 병원(1.33→1.38), 의원(1.05→1.09)에 비해 훨씬 컸다.
공공의료 확충은 '생색내기'...대다수 코로나 환자 전체 병상 10%인 공공의료원이 담당
김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에 대해선 “필요성에 비해 현저히 작은 규모”라며 낙제점을 줬다.
특히 정부가 공공의료 관련 성과로 내세우는 ▲공공의료 확충 예산 증가(2016년 4892억원→2020년 6727억원) ▲책임의료기관 지정∙운영 수 증가(2019년 권역 10개소→2021년 권역 15, 지역35개소) ▲지방의료원 신축 예타 면제(대전, 서부산, 진주권)에 대해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교수는 먼저 공공의료 예산과 관련해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에 준 지원금 규모가 작년 말에서 올 상반기까지 3조원가량이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책임의료기관 증가와 지방의료원 예타면제에 대해서도 각각 “기관당 불과 십억 내외의 예산을 주는 간판 달아주기 정책”, “코로나 와중에 등 떠밀려 올해 겨우 해준 것” 평가 절하했다.
김 교수는 “의료취약지에 24개 가량의 병원 신증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전체 병상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공공의료원이 진료하고 있는 상황은 올해도 크게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공공의료발전협의체가 내놨던 제안들에 비하면 지금까지 이뤄진 공공의료정책은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경증환자 위주 운영돼 취지 퇴색...간호 인력 확충 필요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확대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역시 당초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란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실제 정부는 당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10만개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2020년 기준 5만5000개에 그치는 실정이다.
특히 김 교수는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많이 입원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적용병상 비율(17%)이 종합병원(30%)보다 낮고 병원(13%)과 비슷하다며 해당 서비스 필요도가 가장 높은 중증도 높은 환자들이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환자, 국민들의 간호 필요에 부응해 정책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병원들의 간호인력에 대한 요구도에 기반해 실행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의 간호 필요도와 일상생활 활동의 정도에 대해 2018년 1분기와 2019년 1분기 수치를 비교한 결과, 경증환자 위주의 운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는 간호간병서비스를 병동 단위로 하다보니 병원이 쉬운 길을 택해 발생하는 기현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배치 수준을 올려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간호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호계는 근로조건 악화를 우려해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인력확충과 근로조건 개선을 연동해서 추진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정부가 그만큼의 정치력과 실행력을 확보하지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유휴 간호사들이 많아 간호대 정원이 불필요하다는 간호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장롱면허가 많다는 주장은 대한간호협회의 통계에 기반한 것이고 2019년 건강보험 자격자료에 따르면 간호사의 취업률은 75.4%, 의료기관 취업률은 54.6%”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취업률을 봐도 평균 83%, 의료기관 취업률도 71%로 유휴 간호사라는 건 사실상 없다. 은퇴자를 제외할 경우 취업률은 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교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요양병원까지 확대할 경우 필요한 추가 인력 9만명에 지역거점병원, 방문간호 등에 필요한 간호사까지 더할 경우 10~12만명가량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