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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고 과도한 형사처벌…'의료분쟁 조정 자동 개시' 이후부터 시작됐다?

    환자-의사 사이 '조정'에 초점 맞춘 중재원 감정서…법원으로 오면 '과실 있다' 의미로 둔갑

    기사입력시간 2024-07-05 07:26
    최종업데이트 2024-07-05 07:2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손꼽히는 과도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문제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분쟁조정 자동 개시로 인해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결과는 명확한데 과실 여부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의 특수성에 대해 무지한 법조계가 감정서에 지나치게 의지하면서 '화해·조정'에 초점을 맞춘 중재원의 감정이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4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정책연구원 '현 의료사태에서 정치와 법률의 문제' 의료정책포럼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의협 전 법제이사 출신인 법무법인 우면의 김해영 변호사는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하나로 제시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도입에 대해 언급하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정부가 제시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초안을 살펴보면 의사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고 나온다"라며 "문제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중대한 장애가 발생하면 어떠한 과실도 중대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특례법 자체가 법관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보니 의료인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이기도 한 김 변호사는 교통사고의 예를 들었다. 

    그는 "실제로 교통사고의 경우 아무리 운전자가 과실이 없어도 일단 상대방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구속을 하고 죄를 묻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다가 블랙박스가 나오면서 판사가 봐도 과실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중대 과실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는 케이스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는 블랙박스가 없다보니 감정서만 가지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감정서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우리나라 법조인들이 의료과실을 형사 처벌하게 된 시기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출범 시기와 맞물린다고 주장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2016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법 시행에 따라 의료인 참여 의사 없이 자동으로 개시된 조정 절차에 대해 감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감정을 주도하던 기간에는 감정서에서 의사의 형사 과실을 명백하게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중재 감정서는 다르다. 그렇다보니 판사의 판단에 따라 민사 과실과 형사 과실을 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의료계는 의료분쟁 조정 자동 개시법 시행 이후 중재원의 감정이 조정 중재 성과를 내기 위해 감정결과에 객관성이 미흡하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중재원은 민사 조정, 감정을 주로 다룬다. 아무래도 화해를 위한 감정을 하다 보니 양쪽 모두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적정한 타협점을 찾게 된다. 이를 위해 적절한 말을 찾다보니 의료인의 행위가 '다소 아쉽다' 내지 '조금 부족해 보인다'는 식의 감정서가 나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은 중재원의 조정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데, 법원으로서는 중재원에서 1차적으로 나온 감정서가 주요한 참고자료가 되며 그 내용이 사법부로서는 굉장히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 감정서가 법조계로 오면 해석이 달라진다. 중재원에서는 악 결과에 대해 상대방이 위로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의미로 쓴 '아쉽다'는 표현이 법조계에서는 과실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의료분쟁 조정 제도와 형사 절차인 감정서 내용이 상충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정 선택은 판사의 마음이다. 100개의 감정 중에 1개만이라도 과실을 지적하면 그 결론을 따를 수도 있다"며 "그만큼 법조계는 의료계의 속성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법학대학 시절부터 의학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 졸업생 동기 360명 중 법의학 강의를 함께 들은 학생이 50명밖에 안 된다. 당시 교수님이 나중에 판검사가 돼서 형사 기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전공의 구속하면 그 뒤로 후배가 한 명도 안 들어오고, 그 전공과목을 죽이게 된다고 가르쳤다. 그렇게 되면 결국은 국민도 죽이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의학적으로는 실수하다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고 보지만, 법조인이 볼 때는 구속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 관념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의대는 법학 강의를 나가는 교수를 둬야 한다"고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