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 의료정책 추진을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4대악 의료정책 철회'를 내세우고 파업을 추진해온 의협은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원점 재논의가 아니라며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합의를 최전선에서 이끌었던 한정애 정책위의장마저 합의 이후 정책 철회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간호사 출신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은 서명식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힘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힘을 무기로 국민을 협박할 때, 한번 잃으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국민의 생명을 인질 삼아 불법 집단행동을 할 때, 과연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느 원점에 서 있어야 하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병원 하나 제대로 없어 몇 시간을 이동해야하는 지방의 열악한 의료 현실, 돈 되는 의료 과목은 넘쳐나고 필수 의료 과목 의사는 찾기 어려운 현실,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했다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모순이 우리가 서 있어야 할 원점"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신설, 지역 의사제 도입을 의사들의 진료 복귀와 맞바꾼 것일 뿐"이라며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은 강력히 처벌하고, 피해에 대해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 전체 의료인, 시민단체, 전문가 모두가 참여해 소수 권력 집단의 이익이 아닌 전체 국민을 위한 의료 공공성 강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역시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지키게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합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 철회하거나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 적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당시 "국가고시를 앞둔 의대생,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있어서 합의가 끝나고 국가고시 신청 기간을 늦춘 상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시험을 신청해달라"고 말했고, 7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미 의대 국시를 두 차례 연기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접수는 어렵다. 미접수 의대생은 구제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8일 열리는 의대생 국가고시 역시 추가 접수나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의대정원 확대는 노사정 합의를 한 사안이며,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됐다"면서 이와 관련해 의료계 설득을 위한 추가적인 소통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김성주 의원 역시 "공공의대 설립 무산이나 법안 추진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코로나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 논의를 중단하는 것일 뿐이며, 의료계와의 논의 중에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이와 성별, 지역과 상관없이 누구나 어디서든지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정책적 소신을 갖고 있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공공의대 설립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젊은의사 비대위원회)는 지난 4일 전공의 의견이 빠진 채 이룬 민주당과 의협의 합의에 반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아직까지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협 비대위 박지현 위원장은 "법정 대표단체인 최대집 의협회장이 독단적으로 합의문에 서명하고 단체 행동 중단을 선언한 이 상황에서 우리가 파업을 지속하기로 표명하는 것은 필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최악의 경우 '원점 재논의'가 명문화된 합의문마저 휴지조각으로 만들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며 "파업을 일단 유보하되 7일 오전 7시에는 복귀하지 않겠다. 전체 전공의 의견을 듣기 위해 7일 오후 1시 전체 전공의 대상 간담회를 가진 이후에 복귀 시점을 재설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