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내년도 의대증원을 앞두고 의과대학 평가 인증 기준을 낮추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평가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겠다며 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의평원이 실시하는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의학교육평가인증은 의학교육의 질적 표준화를 위한 제도다. 의평원은 각 의대의 교육 여건과 역량 등을 평가해 2년∙4년∙6년 단위의 인증을 해주며,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인증 유예∙불인증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의대평가 인증 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회 최창민 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대학별 건의사항이라는 명목으로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 기준을 조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정원을 2000명 늘릴 경우 의평원의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재학생들의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 폐과 등의 처분을 받는 의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기준 자체를 손보려한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의대증원으로 무더기 불인증 우려…정부는 "교육 질 저하 없을 것"
정부가 단기간에 대규모 의대증원을 밀어붙이자 의료계는 의대 중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곳들이 나올 수 있다고 꾸준히 우려를 제기해왔다. 갑작스럽게 큰 폭의 의대증원을 감당할만한 교수진 추가 채용, 시설 확충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의평원은 지난 3월 24일 입장문을 통해 “불인증을 받는 대학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정원 감축 및 모집 정지, 학생의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와 더불어 해당 대학의 폐교까지 처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의대증원 가처분 소송에서 의료계 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각 의대 자체평가 결과 정원이 증가하는 의대 30곳 모두가 의평원 인증에서 탈락한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의 우려와 달리 의대증원을 발표한 직후부터 교육 질 저하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의대증원 2000명 발표 다음날인 지난 2월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교원과 시설 기준으로 봤을 때 교육의 질 저하 없이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의평원이 평가 인증을 하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교육의 질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23일에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으로 교육이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25년 3월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통상 본과 과정을 시작하는 2027년까지 대학에서는 3년의 준비기간이 남아 있다”고도 했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 "잘 준비하고 있단 정부 발표 믿고 기준대로 확인할 것"
하지만 정부가 의평원 인증 기준 조정에 나서면서 결국 교육 질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민 위원장은 “정부는 의대 2000명을 증원해도 교육의 질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그럼 의대 인증 기준을 조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의평원은 인증 기준 조정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의평원은 교육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의대 교육 현황을 평가 인증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은 “교육부로부터 (의대인증 기준 조정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인증 기준을 조정할 권한은 의평원에 있다.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의평원에 대한 의학교육 인증기관 지정을 취소할 수는 있겠지만 올해 이미 5년 기한의 재지정도 받은 상태”라고 했다.
정부 요청과 별개로 의평원이 자체적으로 인증 기준을 완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복지부 등 정부는 대학들이 준비를 잘 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걸 믿고 준비가 잘 됐는지만 확인할 것”이라며 현행 인증 기준을 유지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