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현재 정원 49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하면 하느님이 와도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 기준을 못 맞춘다. 인증 통과는 불가능 하다.”
충북의대 교수협의회 최중국 회장은 29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증원을 결정해 놓고 뒤에 벌어질 일에 대한 책임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떠넘긴 셈”이라며 이같이 단언했다.
의평원은 의료법과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대하 교육평가 인증을 시행하는 기관이다. 각 의대가 제대로 교육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92개 기본 기준, 51개의 우수 기준에 맞춰 철저히 평가한다.
인증 못 받으면 최악의 경우 '폐교' 수순…당장 200명 수용할 강의실도 없어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의대정원 감축 및 모집 정지, 학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 불가는 물론 폐교 처분까지도 가능하다. 실제 서남의대가 의평원의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폐교 수순을 밟았던 적이 있다.
충북의대의 현재 입학정원은 49명.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당장 기존의 4배 이상인 200명으로 늘어난다. 전국 40개 의대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충북의대 교수∙학생들이 교육 질 저하는 물론이고 의평원 인증조차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반면 충북대 고창섭 총장은 자신만만하다. 추가 재정 투입 없이도 120~150명은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고,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200명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물리적으로 200명은커녕 120명도 받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실제 올 3월부터 사용될 예정이었던 충북의대 오송 캠퍼스의 의예과 1~2학년 강의실 2개는 최대 수용인원이 각각 120명, 60명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멀티미디어실 등도 최대 수용인원은 70~80명 수준이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는 “해부학 실습실의 경우 카데바를 놓는 자리가 10개, 수용 가능인원이 60명”이라며 “카데바 1구당 학생 1명이 실습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각 의대에서 1구당 5~10명의 학생이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명은커녕 120명으로만 늘려도 실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학생 가르칠 교수 신규 채용도 어려워…기초의학 교수는 씨 말라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를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게 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 총장은 정부가 국립대 교수를 1000명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충북대에 100명 정도 추가 채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데 이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는 것이다.
배장환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국립대 교수 1000명 증원은 신임 교수를 뽑는 게 아니라 기존의 기금교수, 임상교수를 전임교수로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총원은 변화가 없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인 셈”이라고 했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는 “임상교수들은 이미 병원 실습은 물론 강사 신분으로 학교 강의도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총장이나 복지부는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초의학의 경우는 인력 풀 자체가 씨가 말라가고 있어 교수 확보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중국 회장은 “해부학 전공자들은 거의 멸종된 상황”이라며 “공채를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원자가 거의 없다. 최근에 1명을 뽑았는데, 그것도 몇 년이 걸려서 겨우 채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화학 교수의 경우 의사 출신이 아닌 자연대 출신으로 뽑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는데 그것도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며 “다른 과에서 배우는 생화학과 달리 의대에서 배우는 생화학은 내용이 많이 다르다. 자연대 출신을 교수로 채용해서 바로 의대 강의를 시킬 순 없다. 적응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고 했다.
배장환 교수도 “충북도지사도 ‘생화학을 꼭 의사가 가르쳐야 하나. 자연대 교수가 가르치면 안 되냐’고 하더라.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의학 교육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