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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불지른 환자 보호자...환자·의료진 47명 대피

    응급의학의사회 "음주 상태에서 응급실 방문, 폭력과 폭언에도 격리나 제재 없어 2차가해 이어져" 지적

    기사입력시간 2022-06-25 15:18
    최종업데이트 2022-06-25 15:1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보호자가 낫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뒷목을 찍었던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환자 보호자가 병원에 방화를 시도하는 일이 일어났다.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음주 상태로 의료진에 폭언과 폭행을 해 진료를 거부한 상태에서 2차 가해로 일어난 일이라며, 사건 초기에 강력한 개입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25일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45분쯤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환자의 보호자 60대 남성이 방화를 시도했다.

    소방본부는 해당 보호자가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소방관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는 불은 진화돼 있었고, 보호자 자신은 왼쪽 어깨부터 다리까지 2∼3도 화상 등 중상을 입었다. 

    보호자는 응급실 환자의 보호자로서 처음 치료를 받던 당시부터 병원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화 시도로 응급실 환자 18명과 의료진 29명 등 모두 47명이 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했지만 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방화를 시도한 이유 등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긴급 성명서를 통해 "이미 환자와 보호자는 모두 음주상태에서 방문 당시부터 의료진에 폭언과 폭행을 했다. 진료를 거부하고 정맥주사를 스스로 뽑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라며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보호자의 방화 시도로 이어졌다"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 사건의 본질은 단지 방화시도가 미수에 그쳐서 다행인 것이 아니라, 음주 상태에서 응급실에 방문한 데 이어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아무런 격리나 제재조치가 없었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미 방화시도 전부터 응급실을 마비시키고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는 음주 환자와 보호자가 아무런 격리나 제재조치 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심각한 2차폭력으로 이어졌다"라며 "얼마 전 흉기사고와 동일하게 1차적으로 발생한 폭력과 폭언 난동이 처벌받거나 구속되거나 격리되지 못하면 이후에 더욱 큰 사고가 생긴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건"이라고 했다.

    이런 사건은 현재도 전국의 응급실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의사회의 가장 큰 우려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관리나 제한 받지 않는 응급실의 출입, 음주난동을 피워도 치료를 해줘야 하는 응급실과 결국 초기 난동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한 점, 그 상황이 되도록 경찰이 출동하지 않고 결국은 병원 직원들이 불을 끄게 된 점들은 상황을 보지 않아도 응급의학 의사라면 눈앞에 그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정적인 보도와 보여주기 식의 대책, 입법들이 이어지지만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접근의 방법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응급실의 폭력 자체를 근본적으로 모두 없애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고, 예방가능한 폭력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응급의료진들이 진료현장에서 목숨을 거는 일이 없도록 환자의 생명과 진료권 보장을 위해 이제는 관계당국의 대책 마련이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현재 응급실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폭력상황에 대한 현황조사 ▲재발방지와 대책마련을 위한 전문가 자문과 협의체 구성 ▲공권력의 적극적 투입과 초기현장개입으로 난동자의 빠른 격리조치 시행 ▲폭력피해자에 대한 구제대책과 보상방안을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본인도 20년 전에 같은 경험을 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응급실 상황은 똑같다"라며 "술 취한 사람들이 격리가 되거나 제재가 되지 않았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응급실에서 폭력과 폭언을 시작했을 때 초기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으면 그 다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초기에 공권력 투입과 현장 상황, 적절한 격리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경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을 하거나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라며 "현재 실태부터 파악해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의 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그저 성의없이 처벌법만 강화해선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