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벤처캐피털(VC) 투자와 기술특례상장이 수년간 바이오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여왔으나, 최근 투자 업종이 다변화하면서 그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한국벤처캐피털협회·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VC 신규투자는 지난 2018년 3조4249억원에서 2019년 4조2777억원, 2020년 4조3045억원, 2021년 7조6802억원, 올해 상반기 4조61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의료 업종은 지난 2018∼2020년 벤처캐피털의 최대 투자처였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기준 바이오·의료 업종의 신규 투자 금액은 2018년 8417억원, 2019년 1조1033억원, 2020년 1조197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2021년~2022년 VC 투자액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바이오 투자액은 전년과 비슷한 1조6770억원에 그치면서 순위가 2위로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 투자액수는 6758억원로 3위까지 떨어졌다.
밀려나는 바이오 자리에는 ICT서비스, 유통·서비스 분야가 들어오고 있다. 특히 ICT서비스 분야는 올해 상반기 투자액만 1조4927억원으로 바이오분야와 큰 차이를 보였다.
바이오·의료 분야는 투자 뿐 아니라 주가를 통한 기업가치 입증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해 상장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와 바이젠셀, 지니너스 등은 공모가 대비 시가 총액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라이프시맨틱스, 네오이뮨텍, 차백신연구소 등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한 기업공개(상장·IPO) 역시 지난해 최고치를 돌파했으나 바이오 분야 비중이 급감하고 있다. 다만 담당 부처의 제도 개선으로 이르면 하반기부터 바이오분야의 IPO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바이오·의료기업 중심으로 도입된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2015년 제도가 보완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는 기술성장기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며, 2021년 기준 39개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상반기까지(6월말) 총 14개사가 상장했다.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39건 중 14건(35.9%)이 바이오·의료 관련 업체로, 대상 업종 확대 이후 바이오·의료 분야 기업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5년 이후 최근까지 전체 기술특례상장업체에서 바이오·의료 관련 업체는 높은 비중(62%)을 차지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기술특례상장한 바이오기업은 뷰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네오이뮨텍, 바이오다인, 라이프시맨틱스, 진시스템, 큐라클, 딥노이드, 바이젠셀, 에이비온, 프롬바이오, 차백신연구소, 지니너스, 툴젠 등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측은 "최근 일부 바이오·의료 업체의 회계 부정 논란, 임상시험 실패 등의 부정적 이슈가 있으며, 기술특례상장 심사가 엄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장과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코스닥시장에 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한 일부 바이오 업체들이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비율이 50%를 넘는 등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여 있다. 기술성장기업, 특히 바이오기업은 관리종목 지정이 일정기간 유예되고 매출요건에 대해서도 다른 산업 대비 관대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으나, 3년간 직전 사업연도 중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비율이 50%를 넘는 사업연도가 2번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거래소가 최근 표준기술평가모델 개발에 착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나온다면 바이오 분야의 IPO도 증가할 것이란 긍정적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간 평가 기준이 다른 기술성평가 등으로 바이오 기업의 VC투자가 주춤했는데, 한국거래소에서 신뢰도를 높인 표준 평가모델을 제시한다면 VC들도 바이오 분야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투자액수를 늘릴 것이고 이에 따라 IPO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