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몇 년 전부터 KIMES(Korea International Medical & Hospital Equipment Show, 국제 의료기기 병원설비 전시회)가 컨셉트를 바꾸지 않으면, 곧 쇠퇴할 거라고 장담했다.
대형 의료 장비 몇 대 가져다가 시연이나 하는 행사가 요즘 같은 시대엔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넋 놓고 돌아다니다간 피로골절(Stress Fracture)이 올 것 같이 넓은 코엑스 행사장을, KIMES 주관사는 올해도 예외 없이 유치 부스로 가득 채웠다.
KIMES 2016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KIMES 2016은 국내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전시회다.
국내 헬스케어 동향을 파악하고 싶다면, KIMES만 둘러봐도 좋을 정도다.
5개국 32개였던 1회 참가 업체(1980년)가 현재 37개국 1,152개사로 늘었으니, 외형만으론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셈이다.
올해도 행사장 내에 다양한 부스가 설치됐는데, 외형의 규모나 디자인을 보면 그 회사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그래서 현실만큼 잔인하다.
큰 업체는 멀리서도 회사 로고를 한눈에 알아볼 만큼 크게 부스를 차렸지만, 작은 규모의 업체는 본관 밖에 간이 부스를 차려 놓고 헝그리 정신을 발휘한다.
KIMES 2016, 재미없다
KIMES를 둘러보면 대형 장비들이 유독 눈에 띈다.
CT, MRI를 비롯한 영상 장비뿐만 아니라 병원용 침대나 수술 장비, 소독 장비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넓지막한 코엑스를 행사장으로 정한 게 다 이해가 된다.
전시된 장비들은 꾸준히 소형화하고, 없던 기능이 추가되고,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졌다.
참여 업체들은 '외계인 대신 공돌이라도 갈아 넣어' 혁신이든 뭐든 만들어냈다.
혁신을 이뤄낸 제품들이니, 대단한 건 알겠다.
대단한 건 알겠는데, 언제부턴가 좀 식상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올해 전시된 제품들은 과연 뭐가 대단한지도 잘 모르겠다.
KIMES에 가면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슬픈 전설이 있어…
그도 그럴 게, 우리는 며칠 전까지 지상 최대 A.I 쇼를 보면서, 곧 다가올 의료를 상상하고 패러다임 변화를 얘기했다.
구글이 대단한 건, 평소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 없던 사람까지도 A.I의 활용을 직관적으로 이해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알파고 쇼'는 A.I 가능성을 의심하던 대중들의 심리적 임계점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우리의 입맛을 '고급 취향'으로 계몽시켰다.
본관 밖 구석에 마련된 스마트 헬스케어관, 여러 스타트업 업체들이 하나의 테마를 이뤄 부스가 마련됐다.
KIMES가 더는 재미 없어진 이유다.
대중들에게 A.I는 곧 다가올 현실이 돼버렸는데, KIMES에선 의료기기 제조업체들만 세를 과시하고 있다.
실제 국내 헬스케어를 주도하는 회사들이 하나같이 그런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볼륨감 있는' 제조품에 맞는 '넓지막한' 전시장을 마련해야만 하는 게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현주소다.
이게 다 알파고 때문이다.
올해 KIMES는 식상하다.
알파고에 업그레이드됐던 내 OS가 강제로 다운그레이드 당한 느낌이다.
언제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회사가 KIMES에 나타나 메인 부스를 차지할까?
알파고가 괜히 사람 입맛만 버려 놨다.
이게 다 알파고 때문이다.
구글이 잘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