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게임업계가 디지털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에서 게임사들의 게임 개발·운영 노하우가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 간 게임업계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업체가 등장하는가 하면, 관련 정책연구 지원이나 투자 등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는 곳도 있다.
드래곤플라이 직접 ‘개발’ NC소프트 정책연구 ‘지원’ 스마일게이트 ‘투자’
디지털치료기기와 관련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FPS 게임 스페셜포스로 유명한 ‘드래곤플라이’다.
드래곤플라이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열린 의료기기 전시회 ‘KIMES’에서 만7~12세 ADHD 환아 대상 디지털 치료기기 ‘가디언즈 DTx’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가디언즈 DTx는 국내 1, 2호 허가 디지털치료기기들과 달리 ‘게임형’ 디지털치료기기를 표방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게임형 디지털치료기기는 미국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가 지난 2020년 내놓은 아동 ADHD 환자 대상 디지털치료기기 ‘인데버Rx(EndeavorRx)’가 대표적이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현재 양산부산대병원과 탐색임상에 돌입한 상태”라며 “올해 중 탐생임상을 마무리 하고, 이르면 2025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니지로 유명한 ‘NC소프트(엔씨소프트)’는 디지털치료기기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관련 정책 연구를 돕는 등 지원 사격을 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조지메이슨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게임·디지털치료 정책 개발 연구에 힘을 모으기로 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조지메이슨대, 미국 본교와 함께 디지털치료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현재로선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디지털치료기기를 직접 개발할 계획은 없다”며 “디지털치료 정책 연구 지원은 게임 콘텐츠와 IT 기술이 가진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크로스파이어, 로스트아크 등의 게임을 개발한 스마일게이트는 계열사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한 웰트에 투자한 상태다.
게임업계 기존 강점 살릴 수 있는 분야…규제·수익성 문제는 ‘부담’
이처럼 디지털치료기기가 게임사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건 향후 관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은 2020년부터 연평균 20.5%씩 성장해 2030년에는 2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차세대 먹거리로 꼽는 헬스케어 산업에서 게임업계가 자신들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가 디지털치료기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게임 회사들은 이미 기존의 게임 내 각종 요소들을 통해 유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지 테스트를 해왔다”며 “지금까지는 그에 대한 과학적 기전을 알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사들이 자신들이 해왔던 일들의 의미를 찾아내고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데 성공한다면 향후 기존 게임들도 충분히 디지털치료기기로 변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게임사들은 소프트웨어를 개발, 유통, 유지보수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게 강점이지만, 규제기관이나 환자를 상대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해 본 경험은 없다”고 했다.
이어 “제약·바이오의 방식을 이해하면서 디지털치료기기 분야에 들어오는 게임사가 있다면 강력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장밋빛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치료기기 사업이 아직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한 점은 게임업계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실제 국내 게임사 네오리진은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하려던 계획을 완전히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네오리진은 지난 2021년 월든디티, 중국 게임사 뮤조이 등과 ADHD 환아용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네오리진 관계자는 “사업성 등의 문제로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계획은 무산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