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뇌 인공지능(AI) 기업 뉴로핏 빈준길 공동대표는 할머니의 치매로 우연치 않게 치매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부모님이 할머니 간호를 위해 귀농을 선택하면서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고, 그 역시 할머니 치매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때 마침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뇌 전기자극 치료를 연구하는 김동현 연구원을 만나 2015년 GIST 바이오컴퓨팅연구실에서 팀을 결성한 다음 2016년 3월 뉴로핏을 공동으로 창업했다.
뉴로핏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뇌 영상을 분석한 다음 뇌 전기자극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실제 치료 효과를 수치로 측정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다. 뇌 영역을 구분하고 표면 모델링, 전극 모델링, 볼륨 모델링, 자극효과 시뮬레이션 등 6개 소프트웨어를 통해 완성됐다. 이 기술을 활용해 2018년 4월 뇌자극 효과 분석 및 가이드 소프트웨어 ‘NEUROPHET tES LAB’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2018년 9월 필립스 글로벌 의료인공지능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뇌자극 효과 분석 및 가이드 소프트웨어에 대한 2등급 품목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90억원의 시리즈 A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현재 뇌 전기자극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7월 치매진단 솔루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뇌자극 효과 분석 소프트웨어로 실제 치료 효과 임상시험 중
뉴로핏 빈준길 대표가 12일 의료기기산업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소개한 회사의 핵심기술은 ‘브레인 세그멘테이션(뇌분할)’이다. 인공지능 기반 뇌 구조측정 기술은 4000여개의 뇌 구조정보 작업을 바탕으로 하며, 1분 이내에 107개의 뇌 구조정보를 수치화한다.
빈 대표는 “알츠하이머병, 다발성뇌경화증, 뇌전증 등 다양한 뇌질환은 해당 영역의 신경퇴화로 위축 소견을 보인다. 이를 눈으로 보고 판단(visual scoring)하는 것보다 수치화된 부피 정보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구조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다수의 뇌를 모아서 표준 뇌모델을 만들고 뇌 해부학 전문가들이 영역별로 모범답안 하나를 만들어야 했다. 환자에게 입력된 MRI를 분할하고 이를 다시 복원하는 식이었는데, 오류가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뉴로핏 기술은 하나의 모범답안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장의 모범답안을 인공지능으로 학습시켜 분석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뇌자극 효과 분석 및 가이드 소프트웨어 ‘NEUROPHET tES LAB’(tES, Transcranial Electric Stimulation, 경두개 전기자극)이다.
뇌 전기자극 치료는 비정상적인 뇌기능을 조절하거나 뇌의 자연회복 능력인 뇌가소성을 촉진시켜 뇌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치료한다고 알려져있다. 뇌 전기자극 치료는 뇌심부자극술, 경두개 자기자극술, 경두개 직류자극술 등이 있으며, 회사측은 수술을 통한 뇌심부자극술 외에 나머지 치료 영역에서 뇌질환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은 1997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받았으며 국내에는 2005년에 보험이 적용됐다. 두개골을 열고 자극 목표 영역에 가느다란 자극기를 삽입해 뇌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파킨슨병 등 주요 중증질환에 대해 증상을 90% 이상 완화시킬 수 있어 메드트로닉, 보스턴사이언티픽 등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가 나서고 있다.
경두개 자기자극술(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은 8자 모양의 코일인 자극기에 전류를 흘리면 자기장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자기장이 뇌에 부딪히면서 전기장을 만들어 뇌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리메드가 TMS를 개발하고 있는데, 우울증 치료 및 뇌졸중 재활에 사용하고 있다. 빈 대표는 “TMS는 코일의 직선 방향에 자극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목표영역을 잘 설정하고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용 TMS 버전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해 11월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두개 직류자극술(tDCS)는 두피에 붙인 전극을 통해 2mA 이하의 미약한 전류를 흘려 비정상적인 뇌기능을 조절한다. 우울증의 경우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전측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자극을 시행한다. tDCS 기기는 TMS의 10/1~100/1 수준이지만. 두피에서 전류를 전달하는 원리의 특성상 사람마다 자극 효과의 차이가 크고 일관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빈 대표는 “뉴로핏 기술을 사용하면 머리와 뇌의 구조에 따라 생성되는 자극효과를 계산할 수 있다. tDCS의 가장 큰 단점인 치료효과의 편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며 “개인 맞춤형 tDCS를 통해 뇌졸중 재활과 노인성우울증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뇌 전기자극 치료기의 임상시험을 마치면 수가 작업을 위해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난 뇌MRI 검사, 치매진단 솔루션으로 효율성 증가
뉴로핏이 오는 7월 허가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치매진단 솔루션은 MRI영상을 바탕으로 의사들에게 치매 진단의 효율을 높여주기 위한 기술이다. 현재 종합병원 3곳에서 최종 성능테스트를 하고 있다.
빈 대표는 “치매진단 솔루션은 뇌 구조측정 기술을 이용해 같은 연령, 성별의 정상인 대비 뇌의 신경퇴화로 인한 위축의 정도를 수치화했다"라며 "혈관성 치매나 알츠하이머 치매의 일반적인 영상에서 고강도신호로 하얗게 보이는 백질변성의 심각도를 분석한다”고 밝혔다.
이 기술의 원리는 해마와 측두엽 측의 비정상을 확인하고, 백질 영역 분할로 부피를 측정한 다음 밝혀지는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영상을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다소 모호한 것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것이다. 종합병원은 뇌MRI 촬영이 늘어난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치매를 진단할 수 있고 검진센터는 치매 전문의가 없어도 치매 정밀진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빈 대표는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으면 의사는 뇌MRI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 MRI 판독을 통해 흑백 이미지를 바탕으로 수많은 환자들의 치매를 초기 단계까지 정확히 진단해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라며 "치매진단 솔루션은 뇌 구조를 정확하게 측정해 분석하고 뇌가 퇴화되거나 비정상적인 활동이 보이면 이를 알려준다. 빠르고 정확하게 치매를 진단할 수 있어 진단효율성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빈 대표는 “뇌MRI 검사의 건보 적용으로 검사가 늘어나 치매 진단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병원들의 수요로 별도 수가가 없어도 판매가 잘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MRI 판독 시간을 줄여주고 정확한 치료계획까지 세워줄 수 있도록 한다”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유능한 임원 영입과 함께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국내 유수 대학병원 9개 연구팀과 협업 중이다”라며 “뇌과학 분야의 깊이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돕는다는 정신을 갖고 앞으로도 사업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