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의사 단체행동 1년,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남겼나
지난해 8월 의료계가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해 단체행동을 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이후 9월 4일 대한의사협회가 여당, 정부와 차례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젊은의사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큰 상태다. 젊은의사 단체행동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남겨진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①"전공의들의 삶은 달라진 게 없다…정부 불신에 허무함, 내부 분열까지"
지난해 8월 의료계가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해 단체행동을 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이후 9월 4일 대한의사협회가 여당, 정부와 차례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젊은의사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큰 상태다. 젊은의사 단체행동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남겨진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①"전공의들의 삶은 달라진 게 없다…정부 불신에 허무함, 내부 분열까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이에 맞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진행한 지 언 1년이 지났다.
투쟁의 결과로 9.4 의정합의가 체결됐지만 이 과정에서 의대생 국시거부 문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전 회장의 탄핵 논란 등 여러 후유증도 겪었다. 그러나 어렵게 얻어낸 합의가 무색할 만큼 최근엔 여당 내에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의 수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의정합의문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부분도 명시돼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얻어낸 성과는 없다는 평가도 많다. 이 같은 다양한 문제를 뒤로 하고 과연 의료계를 포함해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이끌었던 전공의들은 9.4의정합의 이후 무엇을 얻었고 여전히 어떤 과제를 남겼을까.
파업 이후 달라진 게 없다는 전공의들…“허무함 속 불신 가중”
16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전공의들 사이에선 파업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투쟁의 결과가 의협회장의 '졸속 합의'로 이어졌고 원하는 성취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허무함과 서로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여론이 많았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A씨는 "파업 이후 오히려 의협이나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들에 불만을 품는 주변 전공의들이 많아졌다"며 "파업 이후엔 그동안 전공의 수련환경 등 정책에 관심을 갖던 이들도 자포자기 심경으로 관심을 끊게 된 사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 전임 집행부 임원 B씨도 "의정합의 이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합의문에 보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문제가 포함돼 있지만, 여기에 대한 논의는 전혀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당에서도 공공의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시기만 조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파업 과정에서 하나로 뭉쳤던 전공의들 사이에 내부 분열의 앙금이 남아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목된다. 9일~13일 진행된 대전협 선거에서도 의정합의 이후 의료계 대표단체인 의협의 결정을 따라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중단하자는 구비대위와 계속해서 이어가자는 신비대위 프레임이 다시 한번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C씨는 "파업이 종결된 후 새로운 회장 선거를 경선으로 치르면서 전공의 내부 갈등이 현실적으로 큰 문제라는 점을 여실히 느꼈다"며 "의정합의 이행 과정을 전공의들이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나아가기 위해선 뿔뿔이 흩어진 내부 민심을 추스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소득없는 의정합의, 대전협 집행부 무능 때문…의정합의 과정 공지 안돼
전공의들이 9.4의정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느끼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파업 이후 당선돼 지난 1년감 임기를 이끌어온 현 대전협 한재민 회장 집행부의 무능과 의협의 비협조직인 태도, 크게 두 가지로 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현 대전협 집행부와 관련해선 의협 내에서 전공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임 집행부와 회무의 연속성이 단절되다 보니, 기존에 중요하게 진행되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사업들이 중단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한 새롭게 목소리를 내야 할 현안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대전협 서연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대전협 집행부가 의정협의체에 참여했지만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세부 내용이 전공의들에게 전혀 전달된 적이 없다. 협의 과정에서 전공의 목소리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정합의는 전국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같은 마음으로 얻어낸 것임에도 그 산물인 의정협의 진행 과정을 전혀 공지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은 큰 문제”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서 전 부회장은 "이외에도 수술실 CCTV문제가 외과 수련환경과 직결되기 때문에 강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길 요청했지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연차별 수련평가과정 개편 예산도 전 집행부에서 받아놓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올스톱된 상태다. 전공의법 시행 문제도 팔로우업이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협 여한솔 전 부회장(차기 대전협 회장 당선인)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한달에 한 번씩은 국회도 자주 방문하고 수련교과과정 개선을 위한 정부와 전문학회 등과의 논의도 이어져 왔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끊긴 상황이다"라며 "서울대병원 진료보조인력(PA) 문제에 있어서도 대전협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정합의 이후 코로나19 과정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다양한 지침들로 인해 정부에 대한 전공의들의 신뢰가 바닥을 쳤고, 향후 의정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 C씨는 "코로나19 진료를 위한 전공의 차출 문제나 겸직 금지 조항 폐지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붉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집행부 내부 얘기를 건너 들어보면 대전협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의정협의 과정에서도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목소리 의협 내부서 반영 안돼…11월 의정협의체 발족, 전공의 배제 가능성도
대전협 집행부는 의정합의 이후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감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굳이 공공의대 등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문제제기는 어느정도 수용된 것"으로 자평했다.
대전협 한재민 회장은 "급작스럽게 한순간 변화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우려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갑자기 어떤 결과물이 갑자기 나오길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졸속 행정에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감염병 시기에 공공의대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중요한 컨센서스는 도출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협 집행부에 대해서는 다소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다. 의협을 통해 발족한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나 무면허의료행위 특별위원회 등 내부 논의를 통해 전공의의 목소리를 충분히 밝혀왔지만, 실제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선 이런 부분들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구조대로라면 향후 이뤄질 의정협의체에서 전공의가 주축 멤버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적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회장은 "의협은 현재 비급여 보고 의무화 등 다른 전선에 좀 더 치중하고 있다. 전공의 입장에서 PA나 전공의 수련환경 문제, 공공의대나 공공임상교수제, 입원전담전문의 등 문제제기를 해도 제대로 피드백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향후 의정협의가 이뤄진다고 가정했을 때 전공의가 주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땐 회의적"이라며 우려했다.
특히 한 회장은 "PA 등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해선 현재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회의 전에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여러차례 피력했지만 실제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선 의견 반영이 안 됐다"며 "의협이 책임의식을 갖고 전공의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