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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총액계약제' 언급에 의료계 "의료 질 저하 불러올 것"

    재정 전문가 의견만 반영된 총액계약제 주장 비판...의료 질 저하 우려로 반대 중론 속 찬성 의견도

    기사입력시간 2022-08-10 07:32
    최종업데이트 2022-08-10 07:3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건강보험 지불제도를 현행 행위별수가제에서 묶음 방식의 지불 제도로 바꿔가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의료계에선 의료 질 저하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전문가 집단(한국재정학회∙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한 운용을 위해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시급성에 대한 인식은 달랐지만 75.9%가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봤고, 그 중에서도 총액계약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54.3%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설문 견과를 근거로 감사원은 현행 행위별수가제에서 묶음 방식 지불제도의 도입 및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의료질 저하 100%...병상총량제∙의료전달체계 개편으로 건보재정 관리

    총액계약제는 의료행위별로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와 달리 사전에 협상한 총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전체 의료비를 통제할 수 있어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의료의 질 저하 우려가 있고, 의료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어려워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해온 방식이다.

    의료계는 이번 감사원 보고서의 설문결과에 대해서 설문 대상이 재정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다보니 재정적 측면 외에 다른 부분들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총액계약제는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건보 재정 관리를 위해선 지불제도 개편 대신 병상총량제 도입을 주장했다.

    우 소장은 “총액계약제로 간다는 건 국민들이 의료 질 저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라며 “총액계약제와 유사한 것이 요양병원의 일당 정액제인데, 실제 과소치료 논란이 많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보 재정 관리를 위해선 병상총량제 도입이 현실적 대책”이라며 “대학병원들이 무분별하게 분원을 늘리면서 건보 재정을 많이 가져가는데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협 관계자는 “재정 측면만 고려해 나온 의견으로 보인다. 그런 식이면 우리나라 1년 예산도 총액을 정해놓고 운영하면 재정 절감이 되지 않겠느냐”라며 “총액계약제는 의료 질이나 접근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적용이 어려운 구조”라고 일축했다.

    이어 “지불제도 개편보다는 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경증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 가면 같은 효용인데도 고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런 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건보 재정 관리를 위한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지불제도 개편보다 곳간 채우려는 노력해야..행위별수가제가 필수의료 붕괴 초래 주장도

    병협 관계자는 “지불제도 개편은 여러 측면을 고려해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노인 인구가 놀어나는 등 의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인데, 그걸 가격을 통제해서 해결하겠다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건보 재정 문제는 지출 측면 뿐 아니라 ‘곳간’을 채우는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건보 재정에 대해 적정 부담을 하고 있는지도 고민이 필요하다”며 “곡식은 안 채우고 빼쓰기만 하면서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고 지원을 강화하거나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방법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필수의료의 붕괴와 과잉진료가 행위별수가제에서 기인한다며 총액계약제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의사가 환자 한 명을 볼 때마다 얼마로 책정하는 구조로 가다보니 저수가인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과잉진료 문제도 발생한다”며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한데 큰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보니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불제도 개편에 따른 의료 질 저하 우려에 대해선 “총액계약제를 시행 중인 나라들에서 별 문제없이 잘 되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 돈 되는 분야의 의료 질은 높지만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지 않느냐”며 “총액계약제는 쓸데없이 행위를 늘리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적정진료를 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