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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당의료 보다 탕평의료...특정집단 독점 아닌 의협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공공의료 정책을 만들어야

    [칼럼] 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장

    기사입력시간 2020-05-07 07:07
    최종업데이트 2020-05-07 17:1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울 종로에 가면 조선시대 궁궐인 창경궁이 있고 바로 길 건너 후원인 함춘원이 있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있다. 함춘(含春)이란 글자는 ‘봄을 머금은 동산’이라는 뜻으로 서울대학교 연건 캠퍼스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의 기세가 대단하다. 우리나라 의료를 좌지우지하는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은 같은 교실 동문이다.
     
    조선시대 붕당(朋黨)이 있었다. 붕당정치는 선조가 왕이 되면서 사림파가 중앙 정계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시작됐다. 삼사의 인사권을 가진 이조 전랑의 임명문제로 동인과 서인의 붕당으로 갈라졌다. 인조반정과 예송논쟁 같은 정치적 갈등을 거쳐 동인은 북인과 남인으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당되었다. 이후 순조 때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이어진다.
     
    신임 심평원장 임명에 의료계 실세 정치인과 청와대 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풍문이 돈다. 최근에 “민간병원 덕분이라는 거짓”이란 기사로 곤혹을 치른 김모 교수도 동문이다. 모두 같은 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이다. 동문수학하고 의료계 중앙무대에 집단으로 등장했으니 세상에 겨룰 사람이 없는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주요 직책을 맡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상적인 활동이고 합리적인 일이다”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뛰어난 학문과 현장 경험에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독과점의 의료사회적 편익이 크다고 강변한다. 부당한 방법이나 불공정한 경쟁이 없다면 담합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고 한다. 아니다. 공정한 경쟁을 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가 화두에 올라 왔다. 보건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새로운 건강체계를 구축하고, 공공의료 강화로 필수의료 서비스의 지역격차를 없앤다”며, 2017년 11월과 2018년 10월 두차례 공공보건의료 정책 중앙 심의기구로 ‘(가칭)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설치해 주요정책의 조정 및 의결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위원 대부분이 예방의학과 교수이고, 또 상당수가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동문이다.
     
    붕당의료(朋黨醫療)가 시작됐다. 그들 만의 리그에서 호랑이를 타고 달린다. 의약분업으로 세상을 격렬하게 흔들었고, 다시 “문재인케어”로 의료를 거대한 실험장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런데 의약분업은 불편하기만 하고, 문재인케어도 보장률이 별로 올라가는 기미가 안보인다. 진붕(眞朋)인지 위붕(僞朋)인지 국민은 모른다.
     
    학연이 복잡해 제대로 힘을 못쓰고 서인의 반정으로 실각한 북인을 보면 대한의사협회가 생각난다. 유독 조선조 의병장은 지역의 북인 출신이 많다고 한다. 지난 3월 신종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전국민이 혼란에 빠질 때 대구시의사회장을 중심으로 전국의 의사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최전선 자원봉사 현장으로 달려갔다. 말 그대로 관군을 도운 의병이다. 북인은 성리학적 명분보다 실용을 중시했다고 한다.  
     
    지난해엔 조국 사태로,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의협 일이 지지부진하다.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저지”를 목표로 출범한 강경파 의협은 의욕저하와 정부의 노골적인 패싱으로 방향을 잃어 가고 있다.
     
    치료 가능한 사망률 시도별 격차를 줄이고,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예방의학 교수와 의료관리학 동문만으론 불가능하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뜻이 들어가야 하고, 공공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 병의원의 동의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공공의료는 붕당의료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 2018년 공공기관 의료기관의 갯수와 병상수는 각각 224개(5.7%)와 6만4924 병상(10.0%)으로 공공의료에서 국공립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적다. OECD 평균은 70.8%로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코로나19 초기 입원 병상 부족으로 기다리다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중증환자가 적절한 치료시설이 있는 상급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는 일도 잘못된 것이다. 중증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지자체가 있어 잠시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전국 민간 병의원과 보건당국의 소통 덕분에 국공립병원에서 신종코로나 전담 병상 확보가 가능했다. 국민을 살리는 민관협력이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국공립 병원 덕분이 아니고 민간 병의원의 덕이 훨씬 더 크다. 여기저기에 병원을 만들려면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들어간다. 공공의료는 공공기관 병원이 없는 곳에 국공립 병원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공의료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병의원의 공공의료에 대한 역할을 인정하고 민관이 함께 국민을 위한 의료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붕당의료를 넘어 우리 의사가 해야 할 일이다.
     
    의사는 영조.정조의 탕평책을 기억한다. 붕당의료의 폐해를 사전에 막으려면 특정 집단의 독점보다는 의협과 여러 의료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공공의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독점과 폐쇄보다는 개방된 민주적 가버넌스가 먼저다.  
     
    의협은 “공공의료 TF”를 만들어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후 정부에서 공공의료를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붕당의료 보다 탕평의료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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