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대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의협을 개원의 단체가 아닌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했다. 후보들은 의협 스스로 의사의 전문성을 관리하고 의사 이익도 대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의원을 대표하는 법인 단체 설립에 김숙희 후보는 대한병원협회가 의협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반대했다. 임수흠 후보는 의협과 협력을 전제로 법인 단체 설립을 조건부 찬성했다.
사회 속에서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수가 인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추무진 후보와 최대집 후보는 별개의 문제로 해결한다고 했고, 나머지 4명의 후보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회장 후보자들의 질의 응답 내용을 공개했다. 이 중 주요 내용을 추려봤다.
"의협은 13만명 모든 의사의 대표적인 조직"
대개협의 첫 번째 질문은 “의협은 모든 의사의 대표 조직인가, 개원의 대표 조직인가"였다. 병협이 별도의 법정 단체로 있고 의협과 대립하는 일이 잦아 나온 질문이다.
기호 1번 추무진 후보는 “의협은 개원의 직역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직역을 아우르고 있는 대한민국 보건의료계의 종주 단체”라며 “의협은 모든 직역의 적극적인 회무 참여를 통해 의료계 대표성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기호 2번 기동훈 후보는 “의협은 13만명 모든 의사를 대표하는 조직”이라고 했다.
기호 3번 최대집 후보는 “의협은 모든 의사의 대표 조직”이라며 “개원의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 교수, 전공의, 봉직의 군의관과 공보의 나아가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의 입장까지 대표한다”고 했다.
기호 4번 임수흠 후보는 “의협은 의료법상 단체이며 모든 의사들의 기구로서의 상징성을 갖추고 있다”라며 “지역과 직역을 아우르는 대표단체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호 5번 김숙희 후보 역시 “의협은 모든 의사의 대표조직”이라고 했다.
기호 6번 이용민 후보는 “의협은 대한민국 모든 의사를 대표하는 조직”이라며 “의협은 개원의뿐만 아니라 전체 직역을 위해서 일하는 조직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의사의 전문성 관리 외에 의사 이익도 대변
대개협은 이어 “의협은 모든 의사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관리하는 조직인지, 아니면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인지”를 물었다.
추무진 후보는 “의협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 단체로서 13만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추 후보는 “의협은 전문가단체로서 국민 건강과 보건의 증진 등을 위한 역할도 수행하는 공익단체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기동훈 후보는 “의협은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전문가적인 목소리를 내는 단체”라고 했다.
최대집 후보는 “의협은 의사들의 전문성을 관리하면서 한편으로는 의사들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고 대변해야 한다”라며 “올바른 의권 확립이 의협의 가장 큰 의무”라고 밝혔다.
임수흠 후보는 “의협은 의사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라는 사실이 자명하다”라며 “다만 의료 분야가 공익적인 부분이라 회원들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정부와 투쟁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임 후보는 “의사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더 강한 의사협회의 힘을 보여주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정책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숙희 후보는 “의협은 모든 의사의 전문성도 지켜줘야 하고 이익도 대변해야 한다”고 했다.
이용민 후보는 “의협은 대한민국 의사가 올바른 의료를 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을 하는 조직”이라며 “여기에는 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도 포함되고 이익을 대변하는 일도 포함된다”고 했다.
의원 대표 법정단체 필요성에 김숙희 후보 반대, 임수흠 후보 조건부 찬성
추무진 후보는 “13만 의사를 위한 의협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실질적 임무를 도맡아 오면서 개원의들의 권익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라며 “의협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추 후보는 “의협 산하에 대한의학회와 같은 독립적인 법인의 개원의사들의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대개협에서 동의한다면 법인 설립을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기동훈 후보는 “병원을 대표하는 법적단체가 있듯이 의원을 대표하는 법적단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는 분열을 촉진하기 보다 화합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방법적 측면에서 이득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대집 후보는 “의협과 병협 같은 자격의 단체인 것처럼 보이는 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의협은 분명하게 병협과 의원을 대표하는 법정단체를 산하에 두는 상위 단체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다.
임수흠 후보는 “의협은 갈수록 개원의 단체 역할을 하면서 그 위상이 축소되고 있다”라며 “의협이 전문가 단체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의협과 별개의 독자적인 개원의 단체의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임 후보는 “병협과 같은 위상을 가진 개원의만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필요하다”라며 “그러나 법정단체가 의협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하면 조직 내 갈등만을 초래할 수 있다. 의협과 상호 화합하고 협력하는 관계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김숙희 후보는 “새로운 법적단체가 생기는 것은 결국 새로운 이익단체를 늘린다”라며 “투쟁과 협상의 성공을 위해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오히려 병협이 의협 내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이용민 후보는 “의원을 대표하는 법적조직은 필요하다”라며 “병협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는 의원을 대표하는 법적단체가 있어야 의협은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선명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인정·수가 인상, 두 마리 토끼 사냥 가능한가
대개협은 “의사 전문성의 위기는 전문성을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개협은 “전문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수가 보장이라는 정치적이면서 구조적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추무진 후보와 최대집 후보는 두 마리 토끼를 별개의 문제로 해석했고, 나머지 4명의 후보는 두 가지를 같이 갈 수 있다고 했다.
추무진 후보는 “발전적으로 보건의료정책을 시행한다면 둘다 한꺼번에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라며 ”전문가인 의사의 자율성에 기초한 의료행정 시스템이 운영되도록 정부의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후보는 “의사도 전문직 직업군의 하나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운영과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고, 환자들에게 최선의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국민들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라며 “다만 적정수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기동훈 후보는 “의사의 전문성과 수가 개선은 충돌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정부의 프레임이므로 우리가 끌려들어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기 후보는 “수가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는 결국 의사가 오로지 환자의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필수조건”이라며 “수가 정상화의 의미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메르스 등의 안전 이슈가 생길 때 전문가로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최대집 후보는 “두마리 토끼가 따로 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전문성을 사회가 인정하도록 하는 가장 큰 방법은 내부적인 자정 능력 생성”이라고 했다. 최 후보는 “의협은 이제부터라도 치열한 내부논의를 통해 의사로서 문제가 있는 행태를 발견하면 경고, 징계 등으로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했다.
최 후보는 “수가 보장은 국가가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체제 하에서 협상된다”라며 “전문성의 요소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최 후보는 “최대집 후보는 경영위기를 극복하는방법은 정상적인 수가보장 구조를 만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의사와 정부의 1대1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수흠 후보는 ‘임수흠 케어’로 대항마를 내세웠다. 임 후보는 “적정수가 적정부담으로 적정보장을 균형 있게 진행해 국민도 동의할 수 있게 하겠다"라며 "제대로 된 건강보험을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임 후보는 “의협 산하 저수가 개선위원회를 설치해 의견 수렴 및 수가개선 추진에 앞장 서겠다”라며 “적정 부담과 전문성이 인정되는 것은 모든 의료 정책에서 의사들이 주도할 수 있 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김숙희 후보는 “의사의 전문성과 저수가 해결은 결국 국민이 인정해야 해결할 수 있다”라며 “지금까지 의사들의 대정부 투쟁이 실패한 이유는 국민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전문가인 의사를 배제한 의료정책과 저수가의 피해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돌아왔는지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용민 후보는 “전문성 인정과 수가 개선 통한 경영 안정이 충돌한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둘 다 달성해야할 목표이고 달성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저수가의 획기적인 개선은 협상을 통해서는 얻어내기 힘들다”라며 “의사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고 저수가의 개선이 결국 국민들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단합된 힘을 보여주려면 화합과 통합을 통해 강력한 투쟁의지를 정부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