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의과대학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정원을 초과해 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아무 책임 없는 미래 수험생과 의대생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입학한 학생의 지위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학과 정부의 관리 실패를 다음 세대의 입학 기회 축소로 메우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관련기사=순천향의대 신입생 11명 초과 선발에도 솜방망이 제재…'입시비리' 악용 우려]
행정의 잘못은 행정이 책임져야 한다. 대학과 정부가 관리하지 못한 정원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또 다른 불공정이다. 미래 의료인을 길러낼 기회를 줄이는 방식으로 행정 실패의 대가를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
의대 정원은 일반 학과의 숫자와 다르다. 의대생 한 명은 단순히 강의실 의자 하나가 아니다. 교수진과 기초의학 교육, 해부학 실습, 임상실습 병원, 전공의 수련, 지역의료 공급, 환자 안전까지 연결되는 의료인력 양성체계의 한 부분이다. 의대 정원을 잘못 관리했다는 것은 숫자 계산을 틀렸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 의료를 책임질 인력을 길러내는 공적 시스템의 관리책임이 흔들렸다는 뜻이다.
의대 입시는 수험생의 인생을 좌우하는 절차다. 수험생은 대학과 정부가 공고한 모집인원과 전형 결과를 믿고 진로를 결정한다. 합격자는 합격 통지를 믿고 입학을 준비하고, 불합격자는 그 결과를 받아들여 다른 길을 찾는다. 그런데 대학의 행정착오나 점수 산출 오류가 뒤늦게 드러난다면 누가 그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는가.
과거 의과대학 편입학 전형에서도 면접 점수 산출 오류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뒤바뀐 사례가 있었다. 의대 입시 역시 오류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과 정부가 오류를 사전에 차단할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관리 부실이다.
의대 입시는 고도의 전문성과 재량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재량은 불투명의 면허가 아니다. 사회적 책임이 큰 의과대학일수록 평가와 선발 과정은 더 엄격하게 기록되고 보존되며 검증돼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책임을 피하는 방패가 될 수 없다. 자율성은 투명성과 설명책임을 전제로 할 때만 존중받을 수 있다.
최근 의대 입시는 지역인재, 지역의사제, 기회균형, 특수교육대상자, 정원외 전형 등 다양한 제도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이들 전형은 단순히 높은 점수의 학생을 선발하는 절차가 아니다. 지역의료를 뒷받침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게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공적 장치다. 전형이 복잡해질수록 정원 관리와 평가 과정의 투명성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지원자가 요구하는 것도 과도한 것이 아니다. 다른 지원자의 개인정보나 평가위원의 신원을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았는지, 모집요강의 평가요소가 실제로 적용됐는지, 서류와 면접평가가 어떻게 기록됐는지 확인할 최소한의 권리다. 개인정보와 평가위원 보호는 비식별 처리로 보완할 수 있다. 모든 자료를 비공개로 묶어버리는 것은 지원자의 검증 권리를 사실상 차단하는 일이다.
입시의 신뢰는 합격자 보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불합격자 역시 공정한 절차를 거쳐 평가받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합격자에게는 보호 논리를 적용하면서 불합격자에게는 결과를 받아들이라고만 한다면 공정성은 절반에 그친다. 의대 입시에서 지켜야 할 것은 결과의 권위가 아니라 절차의 신뢰다.
정부는 이번과 같은 사안에 대해 국민과 수험생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언론 보도로 문제가 드러난 뒤에야 대응하는 방식은 책임 있는 관리가 아니다. 정부가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관리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고, 인지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면 더욱 중대한 문제다. 어느 경우든 정부는 입시 관리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육부는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 관리와 입학전형 운영 실태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 초과 선발 여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추가합격 절차, 예비순번 관리, 정원외 전형 운영, 전형별 모집인원 산정, 평가자료 보존, 지원자 본인 평가정보 제공 기준까지 철저히 살펴야 한다. 같은 문제가 다른 대학에서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면 의대 입시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학과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즉시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미래 의료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전가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밝혀야 한다. 행정 실패의 비용을 학생들의 기회 축소로 메우는 방식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의대 입시는 숫자를 조정하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미래 의료를 맡을 인재를 선발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그 약속을 어긴 대학과 정부는 책임 있게 사과하고, 철저한 점검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으로 답해야 한다. 학생들은 행정 실패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