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시술한 IMS(근육내 자극치료·Intramuscular Stimulation))를 한방 침술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다시 나왔다.
특히 법원이 의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선고한 것은 IMS가 서양의학적인 원리와 이에 기반한 적응증에 시술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인데, 이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요구하는 한의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부산지방법원은 환자에게 침술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원장은 2011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에서 디스크, 어깨 저림 등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각각 허리 부위 근육과 신경에 30mm부터 60mm 길이의 침을 꽂는 방법으로 시술 했다.
한의사단체는 김 원장이 침술행위를 했다며 고발했고, 검찰은 김 씨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IMS 시술과 한방 침술행위는 침이라는 치료수단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그 이론적 근거나 시술 부위, 시술 방법 등에서 구별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단순히 침이라는 치료수단을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 침술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와 함께 2심 법원은 "IMS 시술의 성격에 대해 아직 학문적, 제도적으로 현대의료행위인지, 한방의료행위인지 확정되지 않은 이상 한방의료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법원은 2014년 10월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며 부산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의사가 IMS라고 주장하는 시술이 과연 침술행위인지 아니면 별개의 시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술방법, 시술도구, 시술부위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개별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 등에 부합하게끔 사회 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이 행한 구체적 시술방법, 시술도구, 시술부위 등을 면밀히 심리해 IMS 시술이 침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렸어야 하는데 원심은 단지 IMS 시술을 한방 의료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무죄로 판단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지법은 파기환송심에 대해 재차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법은 IMS 시술 부위가 침술행위의 자침방법과 차이를 보이고, 한방에서는 경혈에 침을 놓기 위해 주로 짧은 침을 사용하지만 IMS의 경우 근육 또는 그 속에 있는 신경 부위를 자극하기 위해 주로 30mm 내지 60mm 시술용 침과 plunger를 사용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김 원장은 전기자극기를 사용해 삽입된 침에 전기자극을 가해 치료했고, 시술 부위가 통상적인 IMS 시술부위인 허리이며, 디스크, 어깨 저림이 IMS 시술에 적합한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적응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김 원장은 IMS학회의 강좌를 수강한 적은 있지만 한의학적 이론이나 경혈이론을 따로 습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시술을 한방 침술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김 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IMS의 학문적 원리와 그에 따른 적응증이 한방 침술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한 결과다.
이번 판결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 한의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김 원장의 IMS 사건은 한의사단체의 고발이 발단이 된 것으로, 법원이 판시한 것처럼 침술과 별개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침술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4년간 법정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의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초음파와 같은 현대의료기기는 IMS 사건과 전혀 차원이 다르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초음파와 같은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에게 허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선고한 상태다.
여기에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 받은 것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해당 의료행위의 경위와 목적, 의대 및 한의대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사가 어떤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이런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노력은 한의학의 현대화, 과학화를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목인데, 이런 단순 논리로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국민을, 법원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