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금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서울대 의과대학 홍윤철 예방의학과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기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방치한 채, 부수적인 부분만 해결한다고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진 않는다는 논리다.
다만 홍윤철 교수가 최근 연구한 '전국 의사 수급 추계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해지긴 한다.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할 경우, 의사 수가 가장 부족해지는 시점은 2050년으로 2만6000명 가량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 수를 500명을 늘리면 2048년 약 1만8000명, 1000명을 늘리면 2046년 1만명 정도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추계가 나온다.
의대 정원을 1500명까지 늘렸을 때는 의사 수가 가장 부족해지는 시점이 2043년까지 당겨지고 부족한 의사 수도 3035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그러나 문제는 무작정 의사만 늘린다고 해서 지역별 의사인력 수급이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홍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지역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다.
우선 지역의료 관점에서 의사 수 추계를 전국 단위로 봤을 때, 2047년 인구 1000명당 의사 과부족 수를 계산해보면 대부분 지역은 의사가 부족해지는 반면 오히려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은 의사 과잉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필수의료 과목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공의 미달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은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지원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홍 교수의 추계다.
홍윤철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한 부분은 지방과 필수의료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의료 문제의 대부분은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 수를 그냥 늘리면 또 다시 한 쪽으로만 쏠릴 것이기 때문에 그냥 의사 수만 늘려선 절대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의사를 늘리기 전에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역할 정리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는 이선으로 밀고 의대정원 확대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답답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미 일부 지역과 병원에선 의사 부족 현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체계를 돌봐야 하는 정부는 근본적인 대응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지역필수의료와 관련해 구체적인 개선책을 공무원 누구에게 물어봐도 못들어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지금 어디 의사가 몇 명 부족하니 이만큼 늘리자는 주장은 갈등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고 추계가 상이하다. 정리되기 어려운 문제"라며 "근본적인 시스템을 먼저 개혁하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홍 교수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상했다. 현재 수직적 무한경쟁 의료전달체계에서 분산적 보건의료협력체계로 바꾸고 주치의제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 역량을 증진시키는 방안이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하다면 기존 질환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의 진료 시스템으로 개혁이 가능하다. 늘어나는 진료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현행 행위별수가제도의 지불보상체계를 가치기반보상으로 개선하자는 주장도 제시됐다.
가치기반 지불방식은 환자 건강에 따라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기존 행위별 수가제에서 행위량을 늘렸을 때 경제적 인센티브가 늘어났던 것에 비해 가치기반 수가제는 비용효과성이 높은 방식의 서비스에 경제적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행위량을 늘리기 위해 의사들의 업무강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직역 간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단점이 있다.
홍 교수는 "가치기반수가보상이 이뤄지면 네트워크 내 분업에 따라 자율적인 협업 문화가 구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6:4 비율은 5:5로 조정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선 수도권 수련병원의 공백을 야기하면서까지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그는 "전공의 정원을 수도권에서 빼서 비수도권으로 넣어 비율을 5:5로 맞추는 것은 오히려 수도권 병원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며 "지역필수의료인재선발전형으로 지방에서 의사를 더 뽑아 순증되는 인력으로 비율을 맞추는 방안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론 의료취약지와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가산수가를 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3배 정도 인센티브를 더 주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