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필수의료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수가 인상을 지양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이 결국 의료비 급등의 결과로 귀결돼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취지다.
연세대학교 정형선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20일 오전 '모든 시민을 위한 건강보험의 현재와 미래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필수의료 수가 인상 반대 주장은 국내 의료비 증가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시작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증가는 위험한 수준이다. 국민의료비 규모는 2000년 2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4%에 불과했지만 2022년 209조원으로 GDP 대비 9.7%까지 급증했다.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2000년대에 연평균 11.7%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다가 2010년대에 연평균 8.7%로 한차리 수로 내렸으나 최근(2018~2022년) 다시 두 자리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정형선 교수는 "국민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 증가율 또한 두자릿수로 급하게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여타 경제 부문에서 보기 힘든 높은 증가율"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 추계에 따르면, 국민의료비의 최근 증가추세가 계속된다면 2030년엔 400조원을 넘어 GDP의 16%에 달할 전망이고 건보 급여비는 2022년 82조원에서 2030년 152조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그는 "의료제도와 건보제도의 최우선 과제는 의료비 증가 속도를 둔화하고 건보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건보 급여지출 연평균 증가율 9%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5% 밑으로는 억제해야 2030년 경상의료비를 가까스로 GDP의 11%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형선 교수는 의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상대가치점수-환산지수계약 체계'와 2000년대 진행된 '의대정원 축소' 정책을 꼽았다.
그는 "상대가치점수-환산지수계약 체계 도입 이후 제대로 된 상대가치 점수의 초기 설정에 실패했고 상대가치점수의 수시 인상을 통해 재정중립원칙이 훼손됐다"며 "매년 환산지수계약은 의료단가의 인상을 통해 복리 인상률에 따른 건보진료비의 폭등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2007년까지 진행된 의대정원 축소는 장기적으로 의료의 질 저하에 그치지 않고 의료비 상승과 보험료 인상을 초래했다"며 "의사배출의 부족이 의사 모시기 경쟁으로 이어져 의사 고용계약 단가가 상승했다. 결국 병원 경영의 압박으로 PA 간호사 등 문제가 발생하고 간호사 임금 억제, 수가인상 요구 등으로 인한 건보 진료비 증가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를 명분으로 수가 인상과 국민 부담 증가는 피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지론이다.
정형선 교수는 "현재도 전체 수가 수준과 의료비 지출 규모는 높은 수준이므로 특정 분야의 수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다른 분야의 의료비를 줄이는 시도가 병행돼야 한다"며 "소위 필수의료의 단가를 높이려면 비필수의료의 단가를 내리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행위의 수가가 매년 환산지수계약에 의해 평균적으로 올라간다. 필수의료 등의 명분으로 매달 상대가치점수가 별도로 올라가는 것이 지난 20년간 우리 건보와 의료제도에서 의료비 급등을 가져온 배경"이라며 "특성 수가를 올리는 정책을 수행하려면 전체 수가를 일률적으로 올리는 매년의 환산지수 계약부터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의료 수가인상에 대한 대안으로 정 교수는 "수가 인상에 앞서 필수의료의 제공에 필요한 의료인력의 충분한 공급을 제한하는 의료인력정책부터 전면 수정해야 적절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