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국회 의대정원 증가 주장
지난 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사 부족 논란이 또다시 제기됐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 의원과 윤소하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의대 정원은 2007년 이후 동결됐다. 그래서 의사 부족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10년 후에는 대한민국에 수술할 의사가 없다. 지금도 의사가 부족해 PA라는 간호사들이 의사 일을 대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의사 수는 부족한데 국민 1인당 진료 횟수는 2배가 넘는다. 수요는 많은데 의사가 부족하다. 그래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현장의 입장에서, 이들의 주장은 의료 상황을 뭉뚱그리고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해석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크게 나누면 생명과 직결된 소위 '메이저' 영역과 중요하지만 생명과 크게 관련이 없는 '마이너'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의사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PA 문제가 불거지고, 의료 취약지 얘기가 나오는 건 모두 메이저 영역이다. 마이너 의료 영역에서는 이런 문제가 덜 하다. 앞서 다룬 대로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성형외과 의사 수는 전 세계에서 1등이다.
의대 정원을 증가시켜 의사 수만 늘리면 메이저 영역에서의 의사 부족 문제가 가볍게 해결될까? 메이저 의료 영역의 가격은 국가에서 통제하고 있고, 운영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 간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까지 심해지면 메이저 의료 영역이 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들이 주장한대로 국민 1인당 2배 횟수의 박리다매로 겨우 유지해온 시장마저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시장이 고사할수록 의대 학생들은 통제를 받지 않는 마이너 의료 영역으로 몰려간다.
이것은 나의 망상이 아니다. 근 20년간의 의료 시장의 변화가, 의대 학생들의 전공의 지원율이, 개원가의 개,폐업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인구 대비 의사 수는 그동안 계속 늘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메이저 의료 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더 비인기 미달 과목으로 내몰리고, 마이너 의료 시장 위주로 계속 커져 왔다.
파이프에서 물이 새고 있으면 파이프를 정비하고 교체할 생각을 해야지, 물만 더 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새는 물의 양만 더 늘어날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