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전공의 면허 정지에 대해 ‘유연한’ 처분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당사자인 전공의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대증원 2000명 등 핵심 사안 추진에 변화가 없는 이상 병원에 복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24일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불과 하루 앞두고 정부∙여당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시작은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그간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에 대해 말을 아끼던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들과 만났다. 교수들과 만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위원장이 움직이자 그간 강경 일변도였던 대통령실의 분위기도 변했다. 한 위원장과 전의교협의 만남이 있은 후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대통령실에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곧이어 여당 고위 관계자,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면허정지 처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면허정지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등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정부∙여당은 이와 함께 의료계와 대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정작 면허정지 처분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의대증원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얘기는 빠져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입장이 나온 직후 페이스북 피드에 아무 내용도 없이 “?”만 올렸다. 면허정지 처분을 완화해줄테니 대화하자는 정부∙여당의 제안에 대한 그저 '황당함'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A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의대정원에 대해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입장 변화나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B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하겠다는 정부의 조치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 명분을 없애는 게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교수들의 움직임이 (전공의들의) 대세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진 않다. 다들 2020년 의료계 파업 당시에 (대한의사협회장의 정부여당과 일방적인 합의로) 당한 게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도 “면허정지 처분 유예는 어떤 전공의도 설득하지 못한다.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먼저 보여달라”고 강했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장은 "정부는 대화하자고 제안하면서 정작 이번 전공의 사직의 핵심인 의대정원 증원이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라며 "면허정지를 선처해준다면서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식이라면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리 없고, 중증 환자들의 의료대란은 더욱 심각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