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경병증성 통증은 조기 진단과 치료 여부가 예후와 직결돼 매우 중요하지만, 환자는 물론 개원가 의료진들이 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문동언 대표원장은 6일 인터뷰를 통해 신경병증성 통증의 조기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선 개원가와 환자들이 이를 적절하게 구분할 것을 권고했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신경계 손상이나 비정상적인 신경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병적 통증으로, 통증 양상과 치료법이 체성 통증과는 다르다.
신경병증통증 환자는 전세계 인구의 약 7~10%로 알려져 있으며, 신경병증성 통증과 통각수용 통증이 혼합된 혼합 통증(mixed pain) 환자도 많다. 실제 만성 요통 환자의 47%,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23%, 발목 통증 환자의 23%, 당뇨병 환자의 21%, 암 환자의 33%가 신경병증성 통증 요소를 포함한 혼합 통증 환자다.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선 개원가 역시 마취통증의학과가 아니라면 통증과 신경병증성 통증을 정확하게 구분짓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문 원장은 "문진을 통해서 신경병증성 통증을 구분할 수 있다. 외상, 손상 등 신경 손상 가능성이 있는 병력(히스토리)이 있거나, 당뇨병 등 질환, 대상포진 등 감염, 수술, 삼차신경통·손목터널증후군 같은 신경압박, 암 등은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처음에 통증 환자로 보고 주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지만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경병증성 통증을 의심해야 한다"면서 "신경병증성 통증은 소염진통제로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빨리 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통증과의 구분이 어려워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 80% 이상은 중증도 이상의 통증을 호소하는 동시에 우울증(42.6%), 수면 장애(42.1%), 불안(35.1%) 등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음에도 제대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에 불과하다.
신경병증성 통증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평균 4.8명의 의사를 방문한 후에야 진단을 받으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만나기까지는 평균 3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신경병증성 통증은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완치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치료 적기(timing)을 놓칠 경우 치료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실제 문 원장은 성형 수술 후 신경 손상으로 극심한 통증을 겪다가 정신과까지 거쳐 내원한 환자, 대상포진 후 신경병증성 통증을 암으로 오인하고 MRI까지 받은 환자, 발목이 스치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을 느껴 신발도 제대로 못 신던 환자, 빈번하게 앰뷸런스로 이송될 정도로 통증이 심했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 등 다양한 신경병증성 통증환자들이 통증의학과를 늦게 찾아 진단과 치료가 늦어졌고 완치도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문 원장은 "소염진통제 등 일반적 통증치료제를 처방해도 통증이 개선되지 않거나, 신경병증성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병력이나 징후가 있는 경우, 또는 쑤심이나 시림, 저림, 화끈거림, 찌릿찌릿한 느낌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살짝 스쳐도 아프거나 가만히 있어도 불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 벌레가 기어가는 이상감각이 나타나는 경우 등은 바로 통증 전문가를 찾아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대상포진 환자 대부분이 피부과 등 다른과를 먼저 찾으며 근골격계 통증 역시 정형외과로 내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상황이다. 문 원장은 "대상포진이나 근골격계 환자 대부분이 마취통증의학과로 바로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그러나 근골격계 환자 25%는 통각수용 통증과 신경병증성 통증이 함께 나타나는 혼합 통증 환자기 때문에 반드시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도 함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경병증성 통증환자 진단은 병력, 임상 증상, 징후 등으로 이뤄지며, 신경전도 검사, 근전도 검사, 감각테스트, 운동기능검사, 자율신경계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는 장기간 입증된 효과와 안전성을 고려해 약을 처방하며, 환자가 호소하는 이상반응 및 약제 순응도도 고려한다.
문 원장은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는 통증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면 장애, 불안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수면장애 등이 몸의 면역 기능을 감소시켜 조직의 염증은 더욱 증가하고 결국 통증이 더욱 심해져 우울증, 수면장애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서 "치료시 통증 감소와 함께 수면 장애, 불안 장애 개선을 통한 삶의 질 개선 효과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는 출시된지 15년된 대표적인 치료제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를 예로 들면, 통증 저수 개선은 물론 수면장애 점수를 낮춰 정신 건강, 활력 등 삶의 질에 있어서도 유의한 개선을 보이고 장기 손상의 위험도 적은 편"이라며 "간혹 어지러움과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지만 1주일 정도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저용량을 통해 조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여러 국제, 국내 학회에서 신경병증성 통증의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통증학회(IASP), 캐나다통증학회(CPS) 가이드라인에서 리리카가 신경병증성 통증의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으며, 미국신경과학화(AAN)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중 리리카가 유일하게 최고 등급이 Level A를 받았다.
문 원장은 "수면 장애의 개선은 염증 반응 감소, 통증 감소로 이어져 선순환을 일으키게 되고, 나아가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통증 치료와 함께 수면 장애 개선도 치료시 중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말을 많이 해주고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기에 적정 치료를 받는 동시에 적극적인 통증관리도 중요하다. 통증을 0~10점으로 수치화한 NRS(Numeric Rating Scale)를 기준으로 3점 이하로 유지해야 질환이 악화되지 않는다"면서 "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같이 원인질환이 있는 경우 혈당 조절 등 원인의 치료도 함께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