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방문했던 일차의료기관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확진자 접촉이 있었던 일차의료기관은 총 2곳이다. 경기 평택 365연합의원은 네 번째 확진자가 지난 1월 21일, 25일 내원했고 경기 부천 속내과의원은 열두 번째 확진자가 1월 23일, 28일 각각 내원했다. 두 곳은 각각 이달 5일과 10일 진료를 재개할 예정이다. 의료계는 이들 의원에 대해 현실적인 피해보상이 마련돼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병원 문은 열었지만, 의사 14일간 자가격리로 부득이한 진료 중지
365연합의원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1월 27일 진료 일시중지 조치가 내려졌고 27일과 28일, 이틀에 거쳐 시설 소독을 실시 후 28일 진료 중지가 해제된 상태다.
그러나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 16명 중 13명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현재 자가 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송탄보건소 관계자는 "질본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진료 중지조치가 이뤄졌다. 충분한 방역 작업이 끝난 뒤 진료 중지 조치는 해제된 상태지만 의료진들이 자가 격리 중이라 당분간 진료가 재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측에 따르면 진료 재개는 오는 5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부천 속내과의원의 경우는 진료 일시중단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확진자를 진료한 의료진 등이 능동적 감시대상자로 분류돼 오는 9일까지 잠정 휴업상태에 있다.
부천시보건소 관계자는 "진료 중단조치가 내려지진 않았지만 충분한 시설 소독 등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이미 퍼진 상태에서 진료를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료기관 이미지 등도 고려해 병원 측에서 휴업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안내문을 통해 "질본과 보건소 관리 하에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했다"며 "내원하는 환자들의 불안감을 덜고자 당분간 휴진한다. 이번 결정은 질본과 보건소와의 협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진료 중지 의료기관, 적절한 보상 이뤄져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진료를 중단하는 의료기관이 속속 등장하자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 의료기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고려돼야 한다는 견해가 줄을 잇고 있다.
현행 감염예방법 47조(감염병 유행에 대한 방역 조치)와 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 정지와 의료인 동원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환자의 진료와 격리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폐쇄하는 등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며 “감염병의 지역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기관의 협조가 필수다. 그럼에도 의료기관 입장에서 환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나거나 오랜 기간 진료를 중단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정부에서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예방법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는 의료기관의 폐쇄나 업무정지 등으로 인한 손실, 감염병관리기관 지정으로 인한 손실, 감염병환자 등을 진료한 손실, 감염병 환자가 경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의료기관이 입게 된 손실 등을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보상금액 수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메르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기관 측 손실 보상 요구를 반영해 5000억원을 의결했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된 피해보상금은 예상 금액의 2500억원에 그쳤다. 이후 손실보상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보상금은 1781억 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의료기관들의 경제적 피해를 추산할 수 있는 자료 조사에 착수하고, 적정 금액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은 "메르스 당시 의료기관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매우 부족했다"며 "현재 의료정책연구소가 주도해 의료기관들의 피해규모를 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 자료를 취합해 정부 측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과거의 실패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보완점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각 지자체별로 조례안 수정을 통해 피해보상 현실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시의 경우 의료기관이 감염병관리 시설로 사용됨에 따라 입게되는 손해에 대해 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의료기관의 연평균수입과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인 격리나 의료기관 폐업, 진료 중지 등으로 인한 피해보상 내용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조례를 보면 자가 격리된 시민에 대한 보상책은 나와 있지만 의료기관에 대한 피해보상책은 명시돼 있지 않다"며 "현재 조례안 수정을 요청한 상태다. 국가 기금과 더불어 지자체 조례안 수정을 통해 지역 의료기관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