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 간호학과 강경화 교수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방안 국회토론회’에서 간호노동현장의 일터 괴롭힘 실태와 해결방안에 대해 밝혔다.
강경화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사건 이후로도)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 남아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라고 전했다. 강 교수는 “간호사 일터는 과도한 업무량, 팀에 의한 업무수행, 폐쇄적·순응적 조직문화, 위계적 조직, 관리자의 괴롭힘·방조 등의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간호사는 비용절감의 요구 속에 환자안전의 최전방에 서 있다”라며 “간호의 핵심업무인 환자 간호에 집중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호사가 경험하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을 만들어도 의료기관에서 행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경영진들의 의지,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 교수는 정부, 관계부처의 총체적·세부적 대책마련과 이행, 실효성 있는 법제정과 개정, 간호계·노동계의 실무현장 모니터링, 파트너십 구축 등을 제안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재현 상임활동가 또한 “지금까지 병원 내 직장 괴롭힘은 일상 그자체였다”라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위급하고 위중한 업무라는 이유로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업무환경이다”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7월 18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나 신고자가 징계, 해고 등 보복조치를 당하지 않도록 불이익 처우금지 의무를 포함한 ‘직장 등 괴롭힘 근절대책’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논의하고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현 상임활동가는 “정부가 서울아산병원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번 대책을 만든 ‘병원 내 직장 괴롭힘 문제’, 나아가 전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대응할 수 있을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는 “병원이나 간호협회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새로운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 반응한다”며 “태움이 이슈가 되자 ‘태움방지 배지’를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라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신규간호사를 잘 가르치고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지침만 내려오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무서운 태움이다”라고 전했다.
의료 현장에서 병원 의사에 대한 괴롭힘 실태와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 김재현 위원장은 “전공의 폭력 문화는 의료계의 오랜 병폐다”라며 “그 병폐가 관행으로 이어져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 2017년 11월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국립대병원 겸직교원(교수) 및 전공의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까
지 성범죄와 폭행 등으로 징계 받은 겸직 교직원과 전공의는 총 31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병원 내 봉직의사들이 위계적, 폐쇄적 집단 문화 속에서 고용불안과 수익창출에 착취당하며 겪는 괴로움들은 당사자들에게는 그 어느 폭력보다 심각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인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신고센터 운영, 가해자 처벌이라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임시처방만 내놓지 말고 근본적 해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의료기관 내 괴롭힘 문제 심각성에 공감하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고심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변성미 사무관은 “간호사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관 특수성으로 인해 환자 안전, 의료서비스 질과 연관되기 때문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변 사무관은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는 인력 부족 문제다”라며 “이와 함께 신규간호사 교육 관리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변 사무관은 “현재 신규간호사 교육 관리체계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라며 “내년 시행될 교육 전담 간호사 예산도 확보했는데 국공립기관에서 시범사업 후 민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