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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의사가 본 한국의료 "포괄수가제 부작용 검토하고 요양병원 중요성 살펴봐야"

    미국 GDP 대비 경상의료비 17.1% vs 한국 7.6%…한국, 미국의 의료비 지출 억제 정책 따라가

    네바다주립의대 유지원 교수 인터뷰 "예방의학과 위주의 의료정책 연구, 임상의사 참여해야"

    기사입력시간 2018-08-07 07:12
    최종업데이트 2018-12-20 09:28

    ▲미국 네바다주립의대 유지원 교수는 노인의학과 관련한 강의를 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을 찾았다. 메디게이트뉴스 사무실에 방문한 유지원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국내 총소득(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이 17.1%인 미국과 7.6%인 한국(OECD 평균은 8.9%),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여러가지 의료비 지출 억제 제도를 따라가고 있다. 한국 의료의 답답함을 느껴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의사가 현재 한국의 의료정책을 바라보면 어떨까. 
     
    미국 네바다주립의대 내과 유지원 교수는 2000년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마쳤다. 이후 그는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했고, 2001~2003년 USMLE를 준비했다. 이후 미국에서 10여년째 의사생활을 하고 있다. 

    유 교수는 의약분업을 겪으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시행이 아닌 종합적인 영향을 배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비 지출 억제에 무게를 두는 포괄수가제 확대의 부작용을 검토하고 임상의사들이 정책 연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탈(脫)시설화를 통한 커뮤니티케어를 실행하기 전에 아(亞)급성기 치료를 맡는 요양병원의 중요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학회 강연차 한국을 찾은 유 교수를 만나 미국 의료의 현재 상황과 한국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의약분업 겪은 이후에 미국행…내과 전공·노인학 세부전공 
     
    -USMLE는 얼마나 준비했나. 준비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는 2~3년 가량 공부했다. USMLE코리아를 통해 150명이 함께 준비했다. 다만 USMLE 점수는 겨우 커트라인을 넘기는 수준이었다. 스텝 1~3 중 스텝2에서 가까스로 통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 준비보다 전공의 지원 과정이 문제였다. 미국은 수련 병원과 지원자 간 1대 1 매칭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워낙 시험점수가 낮다보니, 전공의 매칭을 하는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일단 180~200곳의 병원에 지원했고 10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스로 언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서투르다고 느꼈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했던 한 병원에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물었다. 북미회담 등의 중요성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고, 아마 여기서 통과된 것 같았다. 한국에선 겸손하고 말 잘 듣는 전공의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자신감 있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지난해 미국의 신입 전공의 현황을 보면 전체 7만여명이 지원해 3만1000여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이 55%에 그치고 있다. 외국의대 졸업생은 3800여명이었다.“

    -미국 의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시험 준비보다 어려웠던 점은 영어가 들리지 않는 데 있다. 실습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원어 강사를 섭외해서 연습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영어의 20~30%는 알아들 수가 없다. 미국인들의 말이 빠르기도 하고 말이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른바 ‘꼰대’같은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 한 번은 병원에서 회진을 돌 때 환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텔레비전의 볼륨을 줄였다가 다른 의사동료로부터 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의사와 환자는 물론 의사들 간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다. 그러다 보니 비언어적인 요소를 포함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미국의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은 어떠한가.

    "미국은 2000년대 이미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4시간 이상 전공의 이론교육 시간을 확실히 정해둘 정도로 교육체계를 세심하게 짜고 있었다. 전공의 수련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는 병원이다. 대신 정부 차원으로 수련병원 인증을 받는 병원에 상당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비영리재단 병원은 기본적으로 수련병원에 참여한다. 하지만 영리재단 병원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전공의 수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병원-요양병원-왕진 등 통합진료팀, 묶음수가제로 관리 
     
    -전공의를 마치고 나서 진로는 어땠나.

     
    "클리블랜드클리닉에서 인턴 1년, 내과 레지던트 3년에 이어 미시간의대에서 노인학 3년 펠로우를 거쳤다. 펠로우를 마치고 같은 곳에서 박사후과정 2년을 거쳤다. 이 때 일주일에 하루만 진료를 하고 나머지 4일은 연구만 할 수 있었다. 정책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배웠고, 빅데이터를 통해 추세분석 연구를 했다. 특정 정책을 시행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알아봤다. 그리고 위스콘신의대에서 통합진료로 3년 근무한 다음 네바다의대로 옮겼다."

    -위스콘신의대에서 했던 통합진료는 무엇인가. 

    "위스콘신의대 헬스시스템에서 2013년부터 3년간 입원전담 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로 통합진료를 맡았다. 입원 병동 진료부터 요양병원 진료, 왕진까지 했다. 

    위스콘신의대 헬스시스템은 15개의 산하병원을 두고 있다. 한 환자를 두고 산하병원을 연계하는 일종의 통합진료팀을 짜서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형태의 진료를 했다. 통합진료팀은 기관별로 환자의 진료와 퇴원을 전반적으로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퇴원 이후의 왕진 시스템까지 갖춰져 있다. 자신이 특정 환자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팀별로 돌아가면서 환자를 관리한다.  

    통합진료는 의료의 질을 높이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무릎관절수술, 고관절 골절 수술 등 묶음수가(bundle payment)제로 운영되는 질환은 더욱 관리가 필요하다. 묶음수가제는 보험회사에서 질환별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대신 입원 전부터 입원후 3일 이내 퇴원율이나 입원후 30일 이내 재입원율 등의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를 포함한 묶음수가제를 경험해 보니, 의사 입장에서 득과 실 중에 어느 것이 더 많다고 느끼나.

    "미국은 1990년대부터 포괄수가제의 뿌리를 내렸다. 미국은 워낙 의료비가 높아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병원이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병원이 재원일수를 줄여서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했다. 대신 병원이 복잡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진료하면 손해다. 유명 병원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보험) 환자나 총상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공공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의료사고 위험이 많거나 중증 환자를 기피하는 사회적인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전반적인 비용 관리에 따른 의료과잉 문제도 생기고 있다. 포괄수가제로 재원기간이 제한되면서 의사들은 짧은 입원기간에 진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진료나 검사를 하는 경향도 있다. 

    보험회사들이 의료비 관리를 위해 복잡한 의뢰회송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진료 자체가 복잡하게 이뤄진다. 환자가 외래진료를 제 때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운 상태로 입원하는 일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병원 입원 초기에 많은 검사와 컨설트를 필요로 하고, 갑자기 많은 자원의 투입이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최근 미국의 재원일수는 다시 늘어난 경향이 있다." 

    -미국은 한국처럼 환자 스스로 의료쇼핑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환자가 의료쇼핑을 하는 것은 어렵다. 만에 하나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이다. 추가적인 비용 청구를 하더라도 10분 진료에 100달러가 넘는다. 미국은 외래 진료에서 시간이 늘어나거나 검사 여부, 약 처방 등에 따라 1~5단계로 비용이 매겨진다. 만약 5단계로 진료가 이뤄지면 40분 진료에서 엑스레이 검사와 혈액검사까지 한다면 본인이 500달러를 내야 한다.

    보험 상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직장보험을 갖고 있고 4인 가족이면 월 200~300달러를 내야 한다. 5000달러 정도까지 디덕터블(deductible)이라는 본인부담금이 있고 디덕터블 이상부터 보험회사가 일정 비율을 부담한다.
     
    하지만 미국은 내시경 검사조차 받기 쉽지 않다. 환자가 위장 염증으로 병원에 왔다면 8주간 약제로 치료하고 확인한 다음 헬리코박터 검사를 한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할 때까지 4~5개월 기다려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암이 의심되면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거친다. 한국과 비교해보면 환자 입장에서 불편하다."

    -현재 진행하는 구체적인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

    "연구 분야는 첫째 약물정책이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따른 아편류의 범죄, C형간염 등이 서로간의 연간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미국 서부는 마리화나를 받아들이는 추세이고 남부는 받아들이지 않다. 각 주마다 정책에 따른 중독이 생기는 비율을 알아보고 있다.

    둘째, 환자 중심의료를 위해 미국계 아시안과 미국인 간 연명의료의향서를 비교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연명의료법은 서류상 다소 복잡하게 설정됐다. 직계가족 간 동의만 하더라도 연명의료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환자가 인공호흡기 달고 있는 상태에서 의료진끼리 연명의료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는 않다. 한국은 죽음에 대해 보다 원활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나아가 기간별로 특정 질환에 따른 기간별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수단을 만들고, 이를 진료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국은 정확도 30%를 넘기는 기대수명 예측 시스템이 없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확도를 90%까지 끌어올리는 질환별 기대수명 연구를 해보고 있다.

    셋째, 한국과 미국의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비교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포괄수가제 확대로 간다면 급성기 입원 환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그 다음 단계인 아급성기 치료와 재활치료를 강조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탈시설화와 커뮤니티케어라는 정책을 시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환자 치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유지원 교수는 네바다주립의대에서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현 의료정책 예방의학과 주도…임상의사, 더 많이 참여해야 
     
    -미국 의사로 살면 한국에 비해 근무환경이 더 나은가.


    "연봉은 근무하는 직위에 따라 차이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근무강도는 한국의사들 보다 3분의 1 가량 적어 보인다. 하루에 외래 환자 진료는 20명 이하이며, 하루에 70~80명을 진료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다만 주말은 진료과에 관계없이 당직 시스템이 있어서 돌아가면서 온콜(oncall)을 맡는다. 일차의료의사가 전문의에게 온콜을 하면 여기에 응해야 한다."
     
    -한국은 탈시설화와 함께 가정에서 치료하는 커뮤니티케어를 정책방향으로 세우고 있다. 탈시설화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급성기 환자들이 병원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필요하다. 한국은 급성기 병원 위주로 발전하다 보니 아급성기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노인환자 관리를 위해 주거와 의료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공동주택 같은 개념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병원이나 시설에서 벗어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미국 노인들은 24시간 간호서비스가 가능한 너싱홈(nursing home) 형태의 요양원으로 가거나, 노인들이 공동 주거를 하면서 별도 진료팀의 진료를 받는다. 한국 역시 이런 형태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신 한국은 공동주거를 하기 어려울 수 있는 다문화가족이나 치매 환자를 제대로 대처하면서 가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환자들이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 미국은 어떤가.
     
    "미국의 공권력은 무섭다. 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아무리 환자라도 일단 제압부터 한다. 환자의 정신감정을 한 다음 처벌한다. 의사가 병원에 소송을 제기해 가해자에 대한 책임을 묻게 할 수도 있다.
     
    미국 병원은 환자들의 컴플레인(complain)이 많긴 하지만 의사들의 권익도 보호한다. 위험관리팀은 환자가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부당한 요구를 하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환자가 위협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환자 진료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 응급실 폭행사건이 일어나더라도 강하게 환자를 제재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의료사고와 관련해 의사들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 늘고 있다. 특히 형사처벌을 실제로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은 소송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인데 여기에 대한 대처가 어떤가.
     
    "미국은 소송을 쉽게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소송 기록이 남는 것만으로도 면허 유지에 압박을 많이 받는다. 그러다 보니 과잉진료나 방어진료를 하기도 한다. 의사들은 환자소송에 대비한 보험을 들고 있고, 보통 병원에서 보험료를 내준다. 10년이상 진료한 내과의사라도 연간 4만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고위험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20만~30만달러 이상도 낸다."

    -의료계와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듯한 한국의료에 조언이 있다면. 

    "원가 이하로 책정된 의료수가가 올라가긴 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간 신뢰를 보상할 수 있다. 정부가 예전의 의약분업처럼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등의 큰 그림을 짜면서 일방통행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정부가 모든 계획을 면밀히 공개하는 대신 수가를 보상해야 한다. 대신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 비급여를 줄여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의료정책이 보다 정량적으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구의 주체는 주로 예방의학과나 보건대학원 소속으로 보인다. 임상의사들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연구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고 임상의사가 이를 평가한다면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지원 교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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