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그간 결사반대해왔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사안에 대해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그간 의협이 반대만 해왔는데 대체 어떤 이유에서 이런 논란이 생긴걸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실손보험에 있어 제3자인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협이 반대가 아닌 조건부 찬성이라는 논란이 일자, 의협은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강제화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조건부 찬성으로 선회?
보험업계로부터 의협의 입장 선회 해석이 나온 것은 지난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토론회' 이후다.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는 유일한 의료계 토론자로 참석해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인 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해 의료기관에 보험사로의 청구를 강제화하는 법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의협이 기존에 ‘전면 반대’에서 ‘심평원 위탁’ 내용을 제외한다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찬성한다는 ‘조건부 찬성’으로 입장이 변했다. 이에 13년만에 해당 법안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며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토론회 직후 의협은 일부 회원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렸고, 전 의협 회장을 지낸 노환규 전 회장은 개인 SNS에 ‘매의노’라는 표현을 쓰며 의협에 비난을 가했다.
이와 관련, 김종민 보험이사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토론회'에서의 의협의 '조건부 찬성' 보도는 일부 언론의 곡해였다"고 해명했다.
김 보험이사는 "현재 실손보험 간소화 서비스는 지금도 민간 핀테크 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서비스로, 환자들이 실손보험을 청구하는데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실손보험 ‘전산화’ 서비스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보험이사는 "그간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들은 의료계가 환자를 위한 서비스에 반대만 한다고 비판을 해 왔다. 이에 환자의 청구 편리성을 위한 서비스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결코 반대하지 않지만, 현재 이 실손보험 청구의 몫을 의료계에게 떠넘기고 그 위탁 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두도록 하는 법제화 방식에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해명했다.
정부‧국회 여야 강력 추진 분위기…의협 "각종 TF 회의 참석해 대화로 반대의견 관철할 것"
이와 별도로 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은 빠지긴 했지만, 의협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찍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왔는데 의협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5월 새 정부에서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생활밀착형 과제로 보험업계 최대 숙원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꼽혔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중점 추진 과제로 정하고 대통령 직속 디지털 플랫폼 정부위원회 TF를 통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에 발의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관련 법안은 총 6건으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고용진, 김병욱, 정청래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 등이 대표발의했다. 사실상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해당 법안 추진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는 "의료기관의 인프라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이행하려는 부분에 반대하고 있으며, 현재 발의된 법안을 그냥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박 홍보이사는 "특히 중계기관을 심평원으로 한다는 것은 비급여 등 의료계의 자율적인 분야까지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며 "심평원은 그간 의료계를 과도하게 통제해 왔다. 심평원과 민간 보험사는 환자 데이터를 축적해 자신들의 목적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극적인 대응을 피력했다.
김종민 보험이사는 "간호단독법 등으로 의협의 관심이 집중된 면이 있다"라며 "그 사이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의료계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한 채 진행된다면 이는 의료계 단체 행동 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실손보험 간소화법은 논의 단계일 뿐, 정부나 국회가 이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에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 TF를 포함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회의 등에 의료계도 적극 참여하며 의료계 반대 입장을 관철시키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