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들에게 공식적으로 배정된 교육시간 중 실제로 진료업무와 호출로부터 보호되는 시간은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10명 중 7명 이상은 공식 교육시간 중 진료업무로부터 보호받는 시간이 아예 없다고 응답했다.
12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공개한 '보호수련시간(Protected Time)의 보장을 위한 전공의 수련과정 개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주당 공식 교육시간은 중앙값 2시간이었지만 이 중 실제로 보호된 시간은 33.5%에 그쳤다. 나머지 약 3분의 2는 교육시간으로 편성돼 있음에도 진료업무나 호출 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설문에 참여한 전공의의 73.1%는 공식 교육시간 중 진료업무와 호출로부터 실제로 보호된 시간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보호수련시간'이라는 용어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도 70.2%에 달했으며, 보호수련시간을 정기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응답은 10.5%에 불과했다.
보호수련시간은 전공의가 수련목표와 연계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배정하고, 해당 시간 동안 통상적인 임상업무와 호출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시간을 뜻한다.
이번 연구는 대전협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이 발주하고 고대의대 임춘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국내외 문헌과 제도를 검토하고 영국, 캐나다, 미국, 일본 전문가 자문, 전공의 363명 대상 설문조사, 지도전문의 14명이 참여한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공식 교육시간과 실제 보호시간의 격차는 상급종합병원과 내과계, 고연차 전공의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
전공의들은 보호수련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데 높은 공감대를 보였다. 보호수련시간을 수련기관의 공식 제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은 80.2%, 수련환경평가나 정책 기준에 최소기준을 포함해야 한다는 응답은 76.0%였다. 이러한 제도화 요구는 병원 유형과 지역, 진료계열, 연차에 관계없이 높게 나타났다.
보호수련시간의 운영 방식으로는 '매주 반나절 운영'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37.7%로 가장 많았다. 주 2시간 이상의 보호수련시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9.1%에 달했다.
다만 보호수련시간을 실제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진료 공백을 메울 대체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공의들이 보호수련시간 운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원요건으로 꼽은 것은 '진료·호출 업무를 담당할 대체인력 확보'(67.8%)였다. 업무지원체계가 미비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문제로는 '동료 전공의·전임의로의 업무 부담 전가'(62.5%)가 지목됐다.
지도전문의 14명이 참여한 워크숍에서도 재정과 인력 문제가 보호수련시간 제도화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보호수련시간을 단순히 교육 일정에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실제 진료업무를 대신할 인력과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모든 수련기관에 적용하는 공통 최소기준과 내과계, 외과계별 운영 방안을 담은 한국형 보호수련시간 표준운영 모델(K-PT)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정규 근무시간 내 주 3~4시간의 보호수련시간 확보, 비응급 진료·호출 차단, 업무 대체자 사전 지정, 교육 담당 지도전문의 지정, 불참자 보충학습 제공 등 8개 공통 최소기준을 제시했다. 정부와 학회, 수련기관, 진료과, 전공의 등 주체별 실행 방안도 함께 담겼다.
대전협 이의주 회장은 "전공의 교육시간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국내에는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교육시간이 편성돼 있더라도 호출과 진료업무로부터 보호되지 않는다면 전공의에게 보장된 교육시간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보호수련시간은 개별 수련기관의 자율에 맡길 사안이 아니라 최소기준을 명시해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사안"이라며 "대체인력 확보 없이는 보호수련시간이 동료 전공의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대체인력과 수련비용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호수련시간의 제도화를 정부와 국회, 학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